▲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지난 5월 어버이날을 맞아 시골에 혼자 계신 엄마를 언니들과 함께 찾아뵈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엄마는 “나중에 내가 아프면 요양원 보내라” 하시며 “자식이 있는데 왜 그런 데를 가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셨다. 자식들이 모두 고향을 떠나 있고, 모두 일을 하다 보니 엄마가 편찮으셔도 누군가가 집에 모시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엄마 말씀에, 나는 “우리가 모시는 것보다 요양보호사가 돌봐주는 게 훨씬 나을 거야”라고 ‘쿨’하게 말했는데, 언니는 “엄마를 진짜 못 모시게 되면 어떡하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자녀 돌봄과 부모 돌봄이 아직도 많은 부분 가족에게 맡겨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과 의료를 국가가 책임지는 ‘북유럽 복지’를 접했을 때 누구나 부러웠을 것이다. 네덜란드의 호그벡 마을 이야기는 감동이었다. 치매환자를 위한 시설인데 의사도, 환자도, 간호사도, 요양보호사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일상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치매병원이 아니라 치매마을이라 불리는 이 마을에는 커피숍, 슈퍼마켓, 음식점, 공원, 미용실 등이 있다. 의료진은 그곳들의 점원이 돼 치매환자들을 돌본다.

모두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조건에선 특별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리라. 이게 ‘돌봄의 사회화’와 ‘돌봄의 시장화’ 간 차이일 것이다.

대통령 탄핵과 새 정부 출범으로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다. 복지 분야에서도 새로운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치매 국가책임제와 사회서비스공단 도입이 준비되고 있다.

사회서비스공단 도입은, ‘돌봄의 사회화’ 요구가 ‘돌봄의 시장화’로 잘못 흘러가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단추를 다시 꿰고자하는 것이기에, 환영할 일이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는 오래전부터 나온 요구다. 근래 인천에서도 지난 총선 때 ‘돌봄 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협약’을 정당들과 진행한 바 있다. 이러한 지속된 요구가 사회서비스공단 도입이라는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리라. 사회서비스공단은 보육과 요양 등의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설립될 전망이다.

이에 인천에서는 지난 22일,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에 기대하는 바와 바라는 점을 돌봄 노동자인 당사자들에게 듣는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한 당사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돌봄 노동을 대하는 인식의 문제 등, 개선해야할 점들을 지적하며 사회서비스공단 도입에 기대하는 바를 이야기했다. 이러한 목소리가 정부와 국회에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사회서비스공단 도입단계에서 설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관련법 제정이 필요한데, 법 제정 이전에도 지자체별 공단 설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인천시도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을 시작해야한다. 정치권에서도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로드맵을 준비해야할 것이다. 내년 가족모임은 ‘국가가 책임진대‘라는 흐뭇함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