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비례율 47%, 전국 어디에도 없다”
조합, “사업성 개선으로 비례율 100% 가능”
오는 19일 임시총회서 물리적 충돌 예상

인천 남동구 ‘간석초교 주변 다복마을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이하 다복마을 재개발)을 놓고 재개발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다복마을 내 재산 지킴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조합 임시총회를 앞두고 물리적 충돌도 예상돼,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조합은 오는 19일 오후 1시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서 임시총회를 열 계획이다. 안건 7개를 상정했는데, 1호 안건은 ‘사업시행계획서 승인과 인가 신청의 건’이다. 비상대책위는 이 총회를 무산시키기 위한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대책위는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사업시행계획을 동의하면 자신의 재산 감정가도 모른 채 분양을 신청하게 돼 폭탄이나 다름없는 분담금을 감당하거나 분양 신청을 포기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다. 그러면 조합원 자격이 상실되고 헐값으로 현금청산을 받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복마을 재개발은 2010년 7월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한화건설이 시공권을 따내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한화건설은 ‘조합원 분담금을 입주 시 100% 납입하게 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조합장은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조합원 분담금을 조합원의 동의 없이 ‘계약금 20%, 중도금 60%, 잔금 20%’로 변경했다는 게 비상대책위 쪽 주장이다.

비상대책위가 제기하는 가장 핵심 문제는 ‘비례율이 47%밖에 안 되는 재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비례율이란 전체 분양 수입(조합원+일반+임대 분양 수입)에서 전체 사업비를 뺀 전체 권리가액(이익금)을 전체 감정가액으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 비례율이 높을수록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커지므로 개발가치가 높아진다. 비상대책위는 “비례율 47%로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 47%로 왜 사업을 추진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고 답답해했다.

비상대책위에 함께하고 있는 조합원 A씨는 “우리 집의 경우 추정 감정가(종전 자산 추정금액)가 1억 8000만원인데, 조합원 분양가 2억 5000만원에서 분담금 1억 6000만원을 빼면 8700만원이 나온다. 내 집 가치의 47%(비례율)만을 인정한다는 것인데, 2층 세입자 전세금 6000만원을 주고나면 나머지 돈으로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누가 봐도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재개발이다”라고 한탄했다.

하지만 조합은 주민소식지에서 “재개발은 조합원의 재산을 보호하고 이익이 되려고 하는 것이지 일부 반대 조합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재산이 반 토막 나고 손해 보면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조합에서는 비례율 100%를 보장해 조합원의 재산을 증식시키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반대하는 조합원들에게 현혹되지 마시길 당부한다”고 안내했다.

사업성 개선으로 비례율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조합은 그 근거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개발구역 내 일부 상가 제척, 임대주택 비율 감소, 일반 분양 증가가 그것이다. 조합은 이 세 가지로 분양 수입이 늘고 사업성이 개선돼 수익을 창출하면 비례율 100%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비상대책위는 조합이 제시한 방안은 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정길 조합장은 9일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상가가 재개발에 포함될 때 들어가야 할 비용인 땅값 등의 보상금이나 상가에 지급해야할 영업손실금 등의 지출이 줄어들고, 일반 분양가 등의 수입은 늘어 비례율 100%는 가능한 얘기다”라고 한 뒤 “또한 시공사와 공사비를 합의해 (비례율) 100%를 맞추기로 다 얘기가 됐다. 조합장직을 걸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비상대책위는 비례율 47%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전체 사업비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조합이 제작한 이번 임시총회 자료집에 수록된 공사비엔 ‘가계약 기준으로 산정해, 본 계약 시 변동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 건축ㆍ부대시설 공사비가 전체 소요비용의 75%(=1700억원)를 차지하는데, 그 산정 기준이 도급계약을 체결한 2010년이다. 현재를 기준으로 산정한다면 비용이 상승해 조합원들의 재산 가치가 더 하락한다는 게 비상대책위의 설명이다.

비상대책위는 조합원들에게 ‘반대를 위한 총회 참석도 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 ‘머릿수를 채워주는 것이라 절대로 참석하지 말라’며 만약 사업시행 인가를 원할 경우 내년 2월 9일 이후 동의해야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조합원은 분양 신청을 하기 전에 자산평가금액을 알기 원하는데 현행법에는 이 항목이 없어 분양 신청을 한 후 재산 가격을 알게 돼 불리하다는 게 비상대책위의 설명이다.

비상대책위는 “내년 2월 9일부터 적용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는 ‘분양 대상자별(조합원)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명세 및 사업시행계획 인가의 고시가 있는 날을 기준으로 한 가격’ 조항이 추가돼, 분양 신청 전에 내 재산 가격을 알고 분양 신청을 할 수 있어 조합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부연했다.

비상대책위는 이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조합원 명부(전화번호 포함)를 달라고 조합에 요청했다. 도시정비법 81조 6항에는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를 조합원이나 토지등 소유자가 요청하면 15일 이내에 요청에 따라야한다’고 명시돼있다. 동법 86조에는 “응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돼있다.

조합이 비상대책위의 요청을 거부하자, 비상대책위는 남동구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래도 조합은 연락처가 없는 명단만 줬고, 비상대책위는 조합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이정길 조합장은 “얼마 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받더라도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연락처를 공개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한 뒤 “반대파(=비상대책위)가 ‘내가 내 개인 재산을 더 받으려한다’는 흑색선전을 하고 다닌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조합과 비상대책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오는 19일 임시총회에서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대책위는 조합원을 모아 집단행동을 계획하고 있고, 조합은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정길 조합장은 “우리도 총회가 소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해 대비하고 있다. 그들(=비상대책위)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도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렇게 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남동구 담당부서 공무원은 9일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비상대책위에서 민원을 제기하면 민원 해결 차원에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재개발 사업에 관여할 수는 없다. 비례율 47%에 대해 일반적으로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가 사업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한 뒤 “총회 때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더라도 우리는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개입할 수도 중재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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