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주거환경과 사생활 침해 우려
동구, “법적 조건 충족, 계획 변경 불가”

▲ 동구청 앞 주차타워 건설로 동구와 주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동구가 공사 강행 의사를 밝혀 물리적 충돌도 예상된다. 사진은 주차타워 바닥 공사 장면.

인천 동구청 앞 주차타워 건설로 인해 동구와 주민들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동구(구청장 이흥수)는 청사 맞은편인 금곡동 55-5번지 일원 2437.7㎡에 차량 241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지상 3층 4단 규모의 공영주차장(=주차타워) 건립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초 착공했으며 올 11월 준공 예정이다. 소요 예산은 60억원이다.

그런데 이 주차장과 인근 주택 간 거리가 가까운 곳은 2m 남짓이라 바닥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현재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소음과 진동으로 불편을 겪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주차타워가 들어서면 일조권과 조망권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사생활 침해도 우려됨은 물론, 밤낮으로 수많은 차량이 주정차를 반복하며 뿜어낼 소음과 매연, 미세먼지가 건강을 해칠 것이라고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이에 인근 주민들은 8월 초부터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다. 하지만 동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결국 주민들은 ‘동구 공영주차장 건립을 반대하는 동구 주민’이라는 명의로 지난 4일 오전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차장 건설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고 주민생활에 엄청난 피해를 끼칠 공사를 하면서 설명회 한 번 열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한 뒤 “이런 초대형 주차장 건설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고 친환경 생태도시로 나가려는 정부정책과도 배치된다. 더욱이 구청사를 옮기려하면서 이곳에 주차장을 건립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다”라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공사 중단과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그 대안으로 민ㆍ관ㆍ전문가가 함께하는 협의체를 꾸려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이룰 수 있는 다각적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흥수 구청장 면담을 요청하러 구청장실로 향했다. 이를 가로막는 청원경찰ㆍ공무원들과 1시간가량 대치한 끝에 주민대표와 구청장의 면담이 성사됐다.

주민대표는 “6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고 주민들에게 피해가 예상되는 공사를 하면서 사전에 설명회도 하지 않았다”며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만들어야하고, 그 전에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려달라. 부득이 공사해야한다면 지하화하고, 지상엔 주민들을 위한 공원을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청장은 “월요일(7일)에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갖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에 따라 동구 담당부서는 7일 오전 10시 금창동 주민센터에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설명회에서 담당부서 팀장은 “지난 2월에 구청장이 금창동을 방문해 주차장 건설 계획을 설명했다. 그 달에 325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구청 주변 주차문제가 심각(78%)하고 확충이 필요(72%)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주차장을 지하화 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사업비가 과다하게 소요될 뿐만 아니라 지질조사 결과 암반층이 형성돼있어 불가능하다”고 한 뒤 “소음 문제는 소음 저감 바닥재를 사용하거나 주거지역 인접 구간에 소음 저감 시설을 설치해 해소할 계획이다. 매연 문제의 경우는 전면 주차를 유도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설명회가 끝난 후, 지난 4일 구청장과의 면담에 참여했던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예상대로 의견 수렴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였다. 설명회를 근거로 공사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구청장과 구의회, 담당공무원과 주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재차 제안했는데, 담당공무원은 구청장에게 보고한 후 그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답변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며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대응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동구 담당부서 팀장은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나대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다가 4층 높이의 건물을 지으려니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법적 조건을 다 충족했고, 미세먼지와 소음 문제도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층수를 줄이라고 요구하는 건 공사 계획 전체를 바꾸라는 것이다. 이미 업체 선정도 끝났고 공정별로 진행되는 과정이라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구청사 이전설과 관련해서 담당팀장은 “그럴 수 있다는 말이 돌았을 뿐, 수립된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행정관청과 주민들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서로 협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어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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