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단기사업에 예산 16억원 투입
기존 저임금 일자리사업과 중복 우려
정부 ‘좋은 일자리’ 정책과 배치 논란
시, “초등생 유괴살해 후 대책 마련”

인천시가 문재인 정부의 ‘좋은 일자리’ 정책에 반하는 사업을 시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 일자리정책과가 관할해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는 ‘어린이 하굣길 길동무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기존 저임금 일자리사업과 중복된다는 문제제기도 따른다.

초교 249곳에 2명씩 배치, 하교지도와 주변순찰

시는 여성과 노인 등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어린이 하굣길 안전을 돕고 학교 주변을 순찰할 인력을 모집해 학교별로 2명을 배치할 계획을 세웠다. 10개 구ㆍ군 초등학교 249개에 학교당 2명씩 총498명을 배치할 예정이다.

연수구 동춘동 초등학생 유괴살해 사건 후 하굣길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더불어 여성이나 노인 등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게 시의 의도다.

사업비로 시비 약 16억원을 세웠다. 1인당 하루 4시간, 주 20일을 활동하면 월 64만 7000원을 받는다. 사업기간은 8월 21일부터 12월 20일까지 4개월이며, 하교 시간에 하교를 지도한 후 주변을 순찰한다.

신청자격을 보면, 여성은 만 18세 이상 65세 미만, 노인은 만 65세 이상 근로능력자다. 성범죄나 아동학대로 처벌받은 경력이 없으면 신청 가능하고, 추첨으로 선발한다. 신청자 접수와 선발 공고는 구ㆍ군별로 진행한다.

4개월 단기사업에 시비 16억원 투입
비슷한 저임금 일자리, 실효성 의문

▲ 하교 중인 초등학생들.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그러나 일선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기초단체 공무원 A씨는 “장기적 프로젝트도 아니고, 소모적 예산이다. 실제 관내 학교에 수요조사를 했는데 원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학교마다 이미 등하굣길에 안전지도를 하는 노인이나 여성이 있다. 16억원을 4개월 동안 사용하는데,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기존 사업과 중복되고, 정부의 ‘좋은 일자리’ 정책에 반한다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업과 참여 대상자가 중복되는 사업엔 공공일자리나누미, 공공근로, 지역공동체일자리 사업 등이 있다. 대부분 4개월 단기 일자리이며, 최저임금 수준인 시간당 6470원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통령 직속으로 만든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6월 26일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기업과 노동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자발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어린이 하굣길 길동무 사업’은 공공부문에서 정부의 ‘좋은 일자리’ 정책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시 일자리정책과 담당공무원은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업은 대통령 취임과 연계된 것이 아니라, 연수구 동춘동에서 발생한 사건 이후 시교육청과 협의해 벌이는 사업이다”라며 “단기사업은 맞지만 중복 사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사회적 이슈가 됐던 사건(=초등학생 유괴살해)에 대해 행정기관으로서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며 “기존 학교 지킴이(=실버보안관)는 정문 앞 중심으로 등하굣길을 안내해 학교 외부를 책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하교 시간에 학교 주변이나 골목길을 순찰할 계획이어서 예전 사업과 다르다”고 했다.

또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니만큼 나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 참여자 전체 발대식도 실효성 의문

이번 사업 참여자 발대식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시는 오는 8월 18일 오후 3시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인천평생학습관에서 발대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사업 참여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데, 시장의 격려 인사 후 사업 참여자의 역할 이해와 함께 안전사고나 불필요한 시비 방지 매뉴얼을 교육할 계획이다.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는 발대식의 실효성에 의문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의 치적 홍보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시 일자리정책과 담당공무원은 “학교 주변 순찰을 돌면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경찰청에 요청해 대처방안 등을 교육할 예정이며, 여럿이 모인 자리니만큼 발대식도 겸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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