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5도 어민과 인천미술협회 상생 협력
해안 철책에 버려진 군화 속에서 달이 흘러나온다
군화 속엔 한 쌍의 물새
몽금포에서 날아와 목포항에서 날아와
신혼부부가 된 빨간 꽁지 물새
상처 난 부리로 상처 난 가슴을 쓸어 주다
알을 품고 곤히 잠들어 있다
날개에 날개를 포갠 채
서로의 아픈 꿈꾸어 주고 있다
군화 속에서 은하수 흘러나와 밤하늘로 퍼진다
백령 바다에서 건저올린 다시마ㆍ미역의 포장지에 새겨진 함기석 시인의 시 ‘백령도’다.
백령도 다시마ㆍ미역 포장지에 인천미술협회 소속 작가들의 작품이 들어간다.
조현근 인천도서해양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서해 5도 어민대표와 인천미술협회가 교류ㆍ협력하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5월 맺은 ‘인천의 해양주권과 서해 5도 바다의 평화를 위한 협약’의 일환으로 수산물 포장지에 작가의 작품을 넣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포장지는 오는 28일 작품 전달식을 한 뒤 8월부터 제작한다. 이번 포장지를 시작으로 앞으로 연평도 꽃게, 대청도 홍어 등 다른 서해 5도 특산품에도 인천미술협회 작가들의 작품을 넣을 계획이다. 수산물 판매금액의 일부를 인천미술협회에 기부해하는 상생방안을 마련했다.
백령도 다시마ㆍ미역 포장지에는 백령도의 상징이자 천연기념물인 점박이 물범과 백령도의 애환이 담겨있는 함기석 시인의 시가 함께 들어간다. 그림을 그린 서주선 인천미술협회 회장은 “연계된 사업에 그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마련할 것이고, 앞으로 다른 회원들도 걸맞은 그림을 제공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태헌 백령도 선주협회 회장은 “지금까지는 포장지가 특별하지 않았는데, 예술작품이 들어간다는 게 의미도 있고 소비자들도 신선하게 느낄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시작이 반응이 좋으면 다른 어민들도 요구가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강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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