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인천본부 노동상담소 상담서 일부 사례 드러나
“근로감독관 신규채용 필요하지만 노동법 교육 꼭 해야”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해야할 고용노동청이 법 해석을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해 기관의 성격에 맞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는 부평구와 연수구에 각각 노동 상담소를 두고 인천지역과 인근 부천ㆍ김포ㆍ시흥 등 경기지역 노동자들을 상담하고 있다. 노동 상담소는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나 아직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노동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담소를 방문한 노동자 824명 중 657명(80%)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상담소의 상담 건수는 총985건이다. 이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상담 내용은 임금체불로 325건(33%)을 차지했고, 이어서 해고(153건, 15.5%)와 산업재해(115건, 11.7%)가 많았다.

상담소를 찾은 824명 중 자신의 고용형태를 비정규직이라고 밝힌 사람이 322명으로 39%를 차지했고, 그 중 기간제가 50%(149명)로 가장 많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로 인한 불안한 신분과 산업재해, 최저임금 같은 열악한 처우의 문제를 주로 상담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67%(553명)로 여성보다 많았고, 업종으로는 제조업 24%(194명), 서비스업 13%(104명) 순이었다.

임금체불 노동자들이 상담소의 도움으로 고용노동청(이하 노동청)에 진정서나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에도 노동청에서 법 해석이나 집행을 제대로 하기보다는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적용해, 상담소를 다시 찾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상담 사례를 보면, 카페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주휴수당 미지급을 사업주에게 항의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 이에 해고 예고수당을 지급받기 위해 노동청에 진정했으나, 근로감독관은 ‘점장은 사장의 위임만 받았을 뿐 권한이 없고, 해고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사례는 빌딩에서 청소업무를 하는 노동자가 근무기간에 연차휴가를 사용한 적 없고 연차수당도 지급받지 못해 노동청에 진정한 일이다. 그런데 근로감독관은 ‘공휴일에 쉬었기 때문에 연차를 사용한 것이어서 수당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연차휴가 대체’ 합의는 근로자 대표와 서명 합의해야한다는 게 상담소의 설명이다. 이런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연차휴가 대체 합의까지도 근로감독관이 합법적인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 사례와 관련해 유선경 상담실장은 26일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이 노동자가 노동청에 진정서를 냈는데 근로감독관이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진정을 취하하라’고 해 취하하고 상담소에 다시 연락한 일 있다. ‘취하하지 말라’고 안내해, 사용자와 적당한 선에서 합의금을 받고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근로감독관의 자질문제에 대해 유 실장은 “근로감독관이 노동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연차휴가 대체 합의 시 근로자 대표와 서명 합의해야한다’는 것은 노동부가 행정해석을 내린 것인데, 이를 몰라서 생긴 일이다. 근로감독관도 행정공무원과 같은 시험으로 채용된 사람들이라 노동법을 별도로 공부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근로감독관의 업무가 많은 것도 문제다. 근로감독관 숫자에 비해 처리해야할 사건도 많고 처리 기한이 정해져있어 사건에 집중하기 힘든 조건인 것도 사실이다”라며 “문재인 정부가 근로감독관 수를 늘린다고 하는데, 신규채용도 필요하지만 이들이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게 노동법 관련 교육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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