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는 손님을 잡느라 여기저기서 외치는 소리, 크게 틀어놓은 흥겨운 노랫가락, 처음보는 물건인냥 새로운 느낌과 탄성을 내뱉는 사람들, 분주한 움직임 속에도 지워지지 않는 웃음들. 강화도 민속 5일장의 모습이다.

매월 2일, 7일, 12일, 17일 등 2일과 7일로 끝나는 날짜에 열리는 강화도 5일장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다. 강화도 5일장은 원래 화문석과 인삼으로 유명하다. 교통이 발달되고 대형 마트가 자리를 차지하면서 취급하는 물건도 줄어들고 여느 재래시장과 다를 바 없이 규모가 축소됐지만 우리의 서정을 그대로 파고드는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다.
특히 상시적으로 열리고 있는 강화 풍물시장과 함께 열리고 있어 그 흥겨움과 구경거리가 풍부하고  다른 곳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강화도 주민들이 펼치는 ‘작은축제’ 강화도 5일장은 들어서는 순간, 우리에게 숨어있던 옛 고향에 대한 정겨움으로 우리를 맞는다. 시끄러운 기계음이 아니라 자신들의 ‘목’으로 이끄는 소리는 시끌벅적한 장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


밴댕이와 전어, 그리고 마른 생선과 젓갈류를 판매하며 즉석 횟감도 썰어주는 어물전과 올 한해 농사에 소중하게 쓰일 호미·낫 등 농기구를 판매하는 잡화전, 조·보리·콩 등 잡곡을 파는 곡물전, 강화 특산물인 순무와 배추, 갓 캐낸 쑥이며 냉이 등 봄나물과 역시 강화에서만 볼 수 있는 고수풀 등을 좌판에 내놓은 채소전, 천궁·당귀·엄나무·작약·구기자·오미자 등을 파는 약초전 등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장터 한 구석에서 오리알과 야채를 팔고 있는 최익수 할아버지(89)에게 장터는 몇푼 되지 않지만 돈을 만질 수 있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다. 집에서 21마리의 오리들을 자식처럼 먹이고 키우며 얻은 오리알은 최익수 할아버지에게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기도 하다. 어떤 항생제나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본인의 정성과 손으로 키워 얻은 것이라는 자부심을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강조하며 한번 산 사람은 꼭 다시 찾는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노상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물건을 파는 할머니들 역시 다르지 않다. 좁은 골목 장터에 앉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손님을 기다리는 그들 앞에는 말린 호박이며 엿, 약초들이 있는데 모두 직접 생산하거나 만든 것들이다. 자신의 정성과 손으로 직접 만들고 거둔 것들을 정직하게 팔고 다시 찾는 사람들로 보람을 찾는다는 순박한 순리를 가르쳐 주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강화도 5일장에서 특히 유명한 것 중의 하나가 ‘고무장갑’이다. 집에서 흔히 보는 물건이지만 다양한 색을 뽐내는 고무장갑의 진열은 지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구경거리가 된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뻥’하고 터지는 일명 ‘뻥튀기’기계도 사람들의 시선을 이끄는 것 중의 하나다.

묵은 쌀이며, 말린 옥수수, 손자 주려고 일부러 사온 검은 콩, 먹다 남은 떡국 떡 등을 봉지에 담아 맡기면 ‘뻥’ 소리와 함께 고소한 간식이 되어 나온다. 사람이 많은 경우는 번호표를 나누어 주며 순서를 정하는데, 자신의 번호표를 만지작거리며 순서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지루함과는 달리 같이 온 할아버지는 “나오려면 아직 멀었으니 그동안 막걸리 한잔 하고 오마”하고 총총히 사라져 할머니의 눈총을 받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장터에서 인기 있는 순무. 고춧가루로 뻘겋게 무친 순무김치를 하나 맛보면 그 특유의 쌉쌀하고 달콤한 맛이 입 안에 가득 찬다. 그래서 순무는 화문석, 인삼과 함께 강화도 특산물로 5일장의 곳곳을 차지한다.
장터의 인심은 얼마나 후한지, 2천원 내고 직접 만든 도토리묵 하나를 사도 같이 무쳐먹으라며 양념간장에다 상추까지 덤으로 주니 돈을 내면서도 아깝지 않고 기분이 좋다.

구경하다 출출하면 풍물시장 안에 마련돼 있는 다양한 먹을 거리로 배를 채우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리 넓지 않은 평상바닥에 걸터앉아 시끌한 장터를 배경삼아 고향의 맛이 느껴지는 순대국과 시원한 국물의 국수, 손수 만드는 김치 만두, 밴댕이회를 먹는 맛은 장터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뜨끈한 국물은 대추가 알알이 씹혀 단맛이 좋은 인삼 막걸리 한잔 마시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한다.



옛날 장터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강화도 5일장은 세월이 변한 만큼 또 다른 변화의 자취를 엿보게도 하지만 도시에서 높은 아파트와 건물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작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고향의 풍경과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리 곁에는 사라져 버린 민속 문화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강화 민속 5일장은 그 규모에 상관없이 우리가 간직해야 할 우리의 전통문화다. 우리 전통이 엿보이는 곳, 우리가 간직해야할 문화가 남아있는 강화도 5일장을 찾는 것은 작지만 소중한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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