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자유구역. 인천시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용어다. 도시 곳곳에 경제자유구역에 관한 홍보가 늘어져있고, 지역신문은 마치 경제자유구역이 인천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유일한 정책수단인 것처럼 포장하는 ‘관변’ 기사들로 난리다. 그런 가운데 더 심각한 것은 인천시가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만병통치약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자유구역 개발만 잘 되면,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또 이로 인해 인천의 산업도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는, 이른바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무모한’ 낙관이 인천시정 전반에 녹아들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다른 광역시ㆍ도에 비해 인천은 지역을 위한 경제정책도 금융정책도 그리고 산업정책도 없다. 오로지 경제자유구역 정책뿐이다. 이렇듯, 인천에는 경제자유구역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음에도 불구, 이 정책의 의미와 실태에 관한 시민들의 이해는 불행하게도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경제자유구역법을 보면, 경제자유구역의 목적은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강화와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 목적에 대한 근본적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분명히 이 법의 목적은 외국인투자를 유치해 지역발전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태는 어떠한가? 송도 신도시의 사례를 보라. 국내 재벌대기업인 현대백화점이 설립한 ‘현대송도개발’은 말레이시아 국적의 투자회사로부터 자본금의 10%에 불과한 15억원을 투자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승인받고 인천시의 ‘상전 모시기’ 혜택을 독점했다. 이 외국인투자기업(?) 현대송도개발은 인천시와 수의계약으로 땅 5만 9193㎡를 인수해, 자신의 모회사인 현대백화점에 임대하고, 또 현대백화점은 이곳에 아울렛을 열어 성업 중이다.

어찌 이리 국내 재벌대기업에 다정한 외국인투자기업이 다 있는가. 이는 인천시의 외국자본 우대 조치를 이용해 국내 재벌대기업이 이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사례다. 바꿔 말해, 작금의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국내 재벌대기업의 ‘꼼수’에 놀아나는, 그야말로 사유지로 전락했다. 또, 지극히 자의적인 ‘계약 변경’과 ‘불공정 협정’은 어떠한가? 송도에 대규모 단지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인천시는 인천도시공사 등의 개발시공사 간의 계약조건을 멋대로 변경했다.

예를 들어, 150~170%로 이미 결정돼있던 용적률을 최고 375%로까지 변경해 시공사의 개발이익을 아주 친절하게(?) 챙겨준 바 있다. 또, 민간자본에 의한 SOC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고작 9억원을 투자하는 것만으로 무려 24조원 규모의 개발 사업을 총괄해온 게일사와 인천시 간 불공정 계약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희대의 코미디극이다.

누구를 위한 경제자유구역이란 말인가? 송도 매립 과정에서 벌어진 ‘투기꾼들이 어민을 잡아먹었던’ 괴기한 역사는 묻지 않겠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의 투기적 성격과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효과의 부재에 대해서도 묻지 않겠다. 단, 지금부터라도 이 공간에 시민이 그리고 도시 공공성이 자리 잡게 하지 않으면 인천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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