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어느 술집을 갈까 고민하며 서성이고 있는데, 저만치에서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는 한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낯익은 얼굴의 그 남자는 황급히 담배를 등 뒤로 숨겼다. 그는 내 남동생이었다.

동생과 나는 같은 대학에 다녔다. 담배를 빨아들이던 동생에겐 수 년 동안 흡연으로 갈고 닦은 숙련자의 아우라가 풍겼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동생이 그토록 능숙하게 담배를 피운다는 건 충격이었다. 동생은 스무 살이 되도록 부모님 속 한 번 썩이지 않았다. 각자 일행이 있던 터라 우린 어색한 표정으로 지나쳤다.

비공식 골초였던 동생은 그날 이후 공식 골초가 됐다. 그러다 몇 년 전 전자담배로 갈아탔다. 냄새가 신경이 쓰이고 건강도 나빠지는 듯해 끊고 싶지만 도저히 자신이 없어 차선책으로 선택한 거란다.

전자담배는 담배 향과 니코틴을 액체에 녹여 기체 상태로 흡입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일반 담배에 비해 유해물질이 적게 들어있고 냄새도 안 나고 재가 떨어지지 않아 깔끔하지만 이것으로 전자담배의 안전성을 설명할 순 없다. 전자담배도 엄연한 담배다. 양이 적을 뿐 니코틴 등 해로운 물질이 폐로 들어가 몸에 흡수되고 주변 공기를 오염시키는 건 마찬가지다.

 
물론 일반담배처럼 타르와 벤조피렌(그을음)과 같은 발암물질에 직격타를 맞는 것에 비할 순 없다. 영국에서 전자담배로 금연을 시도한 이들의 성공률은 20%로 니코틴 패치나 니코틴 껌을 사용한 이들의 두 배 수준이라 한다. 담배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이들이 참고해볼 만하다.

금연이 어려운 것은 니코틴의 중독성 때문이다. 몸속에 들어온 니코틴은 여덟 시간만 지나도 90% 이상 제거되고 72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진다. 그래서 마지막 담배를 피운 뒤 3일이 지난 순간부터 진정한 금연이 시작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얄궂게도, 이렇게 금연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려는 순간 가장 강렬한 금단증상이 일어나 이를 방해한다. 불안 초조해지고 집중이 안 되면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는 것이다. 니코틴의 중독성은 코카인과 동급을 차지할 정도로 강하다. 이보다 센 중독성 물질은 딱 하나, 헤로인밖에 없다. 그래서 부탄에선 담배를 마약류로 지정해 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니코틴 중독을 치료하려면 병원에서 금연용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하거나 금연 패치 등 금연보조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흡연에는 니코틴 의존만이 아닌 정신적 의존도 따른다. 담배를 피우며 정신적인 안정을 찾던 이들이 금연으로 큰 상실감을 느껴 다시 담배에 손을 뻗는다. 단순히 니코틴 패치와 같은 보조제만으로 금연이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는 백해무익하다.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금연을 결심했다면 이 사실을 기억해보면 어떨까.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3일이 지나면 가장 강렬한 흡연 충동이 찾아온다. 이 충동이 유지되는 시간은 단 3분. 물론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컵라면을 먹을 때마다 3분이 얼마나 긴지 온몸으로 느끼곤 한다. 그래도 충동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걸 안다면 위안이 되지 않을까?

이 시기를 꿋꿋하게 참고 일주일을 버티면 불쑥불쑥 올라오던 흡연 충동이 하루 세 번으로 줄어들다가 열흘이 지나면 두 번으로 줄어들고 2주가 지날 때쯤이면 눈 녹듯 사라진다. 꿈꾸던 세상이 바로 눈앞에 있다.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마다 3분 동안 당신의 마음을 붙들 수 있는 뭔가를 찾는 것으로 금연을 시작해보는 거다. 당신의 인생을 바꿀 시간, 단 3분이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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