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지속가능한 도시,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 5
도시농업으로 도시 재생, 샌프란시스코와 벤쿠버의 도시농업 현황

버려진 땅 일군 알레마니농장의 도시농부

[기획취재] 지속가능한 도시,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

1. 도시농부 160만명, 도시농업 현황과 과제
2. 텃밭을 넘어 확장하는 도시농업의 새로운 영역
3. 도시농업으로 다가가는 지속가능발전 도시
4.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 공동체텃밭ㆍ도시농업공원
5. 도시농업으로 도시 재생, 샌프란시스코와 벤쿠버의 도시농업 현황
6. 시애틀의 P-pacth 운동과 미국의 커뮤니티가든
7. 시애틀 P-pacth 프로그램을 통한 도시 발전전략
8. 시민참여와 공헌,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의 교훈
9.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인천의 도시농업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도시다. 북부 캘리포니아 정치ㆍ경제ㆍ문화의 중심이다. 카운티 인구는 2014년 기준 약 85만명으로 로스앤젤레스ㆍ샌디에이고ㆍ산호세에 이어 캘리포니아 주에서 네 번째로 많고, 오클랜드 등을 포함한 광역도시권은 860만명 규모다.

샌프란시스코는 1960~70년대 미국 반전ㆍ평화운동의 성지 역할을 했던 곳으로 유명한데, 현재도 장애인과 성소수자, 환경 운동 등 시민사회운동이 활발하다.

또한 샌프란시스코에는 우리나라 도시텃밭 같은 ‘커뮤니티가든’이 100여개 있을 정도로 도시농업이 굉장히 활성화돼있다.

알레마니농장(Alemany Farm)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곳이다. 일반적인 커뮤니티가든의 경우 시가 공유지를 시민들에게 도시텃밭으로 분양하고 상수도 등 일부분을 지원하는 형태라면, 알레마니 농장은 버려진 땅을 시민들이 직접 일구고 운영하는 곳이다.

알레마니농장은 도심 외곽에 있는데, 시가 공급하는 임대공공주택 지역에 있다. 알레마니 농장부지는 불법투기된 쓰레기로 오랫동안 몸살을 앓았던 곳이지만, 번듯한 도시텃밭으로 변했다.

시민단체가 지난 1994년 버려진 땅에 소외계층을 돕고 청년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농장으로 만들자고 제안해 공동체 도시텃밭이 조성됐다. 과실수와 유기농텃밭, 생태습지 등이 들어섰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제안한 단체는 ‘샌프란시스코 도시농업연합(SLUG, San Francisco League of Urban Gardeners)’이다. 이 단체는 도시농업으로 일자리 창출과 자활사업을 펼치는 비영리 민간단체(NGO)다.

하지만 SLUG가 2003~4년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농장도 위기를 맞이했다. SLUG가 시장선거에 개입하고 시의 지원을 받아 고용했던 사람들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할 것을 종용해 스캔들에 휘말린 것이다. 이 일로 농장 문을 닫게 됐고, 임대공공주택 입주자들이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그 뒤 2009년 자원봉사자들이 버려진 땅을 다시 텃밭으로 일궜다. 자원봉사자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열고 농장을 일구기 시작하자, 샌프란시스코시 공원휴양국(Park and Recreation Departmen)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버려진 땅 일구자 시가 지원, 운영은 민간이

▲ 시스코 알레마니농장 청소년 도시농업 체험프로그램.
원래 알레마니농장은 시 소유의 땅으로, 세인트 매리스 플레이그라운드(St Mary’s Playground)공원의 일부에 해당했다. 시는 방치했던 땅이 농장으로 거듭나자, 수도시설과 요금 등을 지원했다. 운영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겼다.

농장에 필요한 수도 요금과 쓰레기 처리, 농장부지에 속하는 부지 일부 관리를 제외하고 자원봉사자들이 모든 걸 운영한다. 대신 자원봉사자들은 한 달에 한 번 시와 면담하고 요구사항을 건의한다.

농장에서 수확한 농작물 중 일부는 지역 저소득계층에 기부하고, 일부는 자원봉사자들이 가져간다. 1년 수확량은 약 11톤이다.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약 10명 있다. 이들도 자원봉사로 참여하며 농장 운영 전반을 돕는다. 이렇게 조직된 자원봉사자들을 ‘알레마니의 친구들(Friends of Alemany Farm)’이라고 부른다.

매니저 존 스토크(John Stokes)씨는 “어디에도 없는 형태의 농장이다. 자원봉사자들은 특별한 보상을 바라기보다 농사일을 배우며 여가를 즐기고 직접 수확한 농작물을 사회에 기부하는 데서 보람을 찾는다. 특히 농장에 오면 재미를 느끼고 편안해한다. 농장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공간이다”라고 설명했다.

‘알레마니의 친구들’은 정기적인 모임(work day, 공동체 모임)을 정해놓고 자기가 오고 싶은 시간에 자원봉사를 신청한다. 보통 매달 1ㆍ3주 일요일, 격주 토요일, 매주 월요일 오후가 모임 시간이다. 일이 많을 때는 하루에 20~25명 참여한다.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운영하지만 한 달 운영비로 약 7000달러를 쓴다. 매니저들은 씨앗ㆍ도구ㆍ시설유지ㆍ이벤트 등에 필요한 비용을 개인과 기업의 후원을 받아 마련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일이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공원협회(San Francisco Park Allience)에 프로젝트 비용을 신청하면 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공원협회가 기금을 모아 배분하기에, 알레마니농장이 직접 모금을 하진 않는다. 알레마니농장은 수입이 안정화되자 워크데이도 늘리고 유급직원 1명을 고용할 수 있게 됐다.

알레마니농장은 여름에 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도시농업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이다. 시에서 운영하는 공간과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공간이 나란히 마련 돼 운영되고 있다.

재개발지역에 도시텃밭 조성한 샌프란시스코

▲ 샌프란시스코 앨리스 스트리트 커뮤니티가든.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앨리스 스트리트 커뮤니티가든(Alice Street Community Gardens)은 1985년 만들어졌는데, 텃밭은 240개 플롯(구획)으로 구성돼있다.

이 지역은 예르바부에나(Yerba Buena) 재개발 공동주택지역(=도시재생사업 지역)에 해당하는데 이민자나 고령자가 많아 고령자를 위한 커뮤니티가든(=공동체 도시텃밭)으로 이용되고 있다. TODCO그룹과 샌프란시스코시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때 공동체 형성을 위해 조성했다.

TODCO그룹은 주택개발회사로 주로 샌프란시스코 시장 남부권역(South of Market)의 마을조성에 관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노인 맞춤형 주택을 계획하고 개발한다.

앨리스 스트리트 가든은 TODCO그룹이 관리하고 있고, 노인들은 무료로 이 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처음 조성할 때와 달리 최근에는 노인들을 위해 서서 텃밭을 가꿀 수 있게 모든 구획을 더 높여 다시 설치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시도로 만드는 밴쿠버의 도시텃밭

▲ 벤쿠버 브리티시 콜롬비아대학교 내 SFS센터.
캐나다 밴쿠버 또한 도시농업으로 유명하다. 2010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밴쿠버는 당시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텃밭 2010개 조성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텃밭 도시다.

도시농업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방문하기 마련인 도시농업 웹사이트(www.cityfarmer.info) 또한 밴쿠버가 기반이다. 사이트 운영자 마이클 레벤스톤(Michael Levenston)이 가꾸고 있는 퇴비정원(Vancouver Compost Demonstration Garden)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퇴비정원은 다양한 퇴비를 제조하고 실험하는 정원이자, 도시농부 양성을 위해 퇴비 만들기 교육과 농사교육, 파머 컬쳐 교육(=도시농부 문화학교) 등을 진행하는 공간이다.

지렁이를 이용한 퇴비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퇴비 만들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퇴비 제조를 위한 교육장과 퇴비통, 퇴비를 실험하는 정원을 갖추고 있다. 또, 다양한 벌레와 생태계를 유지하는 정원은 아이들의 교육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마이클 레벤스톤씨는 “38년간 농장을 운영했다. 나는 풀타임으로 일하고, 5명이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벤쿠버시가 지원하고 있다. 매년 계약하지만 고용은 아니고 비영리단체인 ‘Cityfarmer’를 시가 지원하는 형식이다”라며 “우리가 퇴비를 만들고 교육하기 때문에 쓰레기 담당부서가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밴쿠버시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는 2014년부터 음식물쓰레기를 분리수거해 퇴비로 만들고 있다. 퇴비정원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업체 4개가 생산한 퇴비의 성능실험이 같이 진행된다.

마이클 레벤스톤은 대학 때 언론학을 전공했지만, 시민운동에 관심이 많아 에너지운동을 펼치다가 도시농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언제 제대로 된 일을 찾을 거냐?”며 탓했지만, 이제 그의 도시농업에 대한 열정과 지혜는 밴쿠버의 도시농업을 넘어 세계 도시농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에 농장 조성해 안전한 먹을거리 연구

▲ 벤쿠버 세인트 폴 병원 옥상텃밭.
밴쿠버의 브리티시 콜럼비아대학교(UBC,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는 농장(=UBC farm)이 있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시스템을 연구하는 게 주된 과제이다.

농장 내 SFS(Sustainable Food Systems)센터는 지역과 세계의 식량체계를 연구하는데, 지속가능하게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미래를 찾고 있다.

UBC농장은 1915년 200에이커(약 81만㎡) 규모로 조성됐다. 조성 이후 대학에서 중요 역할을 수행하는 그린 아카데믹(Green Academic)으로 지정됐다.

UBC는 농장의 구획을 나눠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종자 연구, 지속가능한 양식, 기후변화 대응, 문화다양성에 기반 한 식량정책, 생태적 해충 관리, 원주민 식량주권, 양봉, 유기토양, 지속가능한 식량체계 교육 등, 다양한 연구 사업을 벌인다.

농장 한 쪽에는 ‘팜 원더(Farm Wonders)’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 아이들의 체험과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생일파티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체험프로그램은 영유아ㆍ초등ㆍ중등 프로그램으로 세분화돼있어, 숲 산책과 숲 모험, 닭 체험, 꿀벌 체험, 퇴비 경험하기, 정원 토양 만들기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여름방학에는 캠프(Farm Wonders Summer Camp)를 열어 아이들에게 텃밭교육을 진행한다. 연령별 프로그램이 있고, 일주일 단위로 신청을 받는다. 농장을 설명한 뒤 텃밭 가꾸기, 음식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이와 부모 모두 만족도가 높다.

대학은 ‘팜 원더’ 프로그램 운영에 인턴십과 자원봉사를 활용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는 농장에서 일하기, 파머스마켓,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자원봉사시간 10시간을 넘으면 파머스마켓에서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농장에서 생산한 작물 일부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파머스마켓에서 판매된다.

도심텃밭은 관광자원, 병원텃밭은 정서안정제

데이비 빌리지 커뮤니티가든(Davie Village Community Garden)은 밴쿠버 도심 번화가 한 복판에 있는 텃밭이다. 바로 옆 세인트 폴병원(St. Paul’s Hospital)의 옥상에 조성한 커뮤니티가든에서도 시민들이 농사를 짓는다.

밴쿠버시가 조성해 운영하는 데이비 빌리지 커뮤니티가든에서 우연히 한국 출신 이민자를 만났다. 지난해 길을 지나다 텃밭을 보고 텃밭농사를 해보고 싶어 안내판에 있는 이메일(밴쿠버시 커뮤니티가든 담당)로 신청했는데, 올해 봄에 연락이 와서 시작했다고 했다.

이아무개(75)씨는 “한국의 주말농장과 달리 사용하기 편하게 잘 돼있다. 수도시설부터 농기구 창고까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봄에는 농사에 필요한 좋은 흙을 트럭으로 가져와 이용하라고 연락이 왔다. 흙이 참 좋아 농사가 저절로 잘된다”며 “기회가 되면 지속적으로 하고 싶고, 구획을 더 얻고 싶다”고 말했다.

농장이 밴쿠버시의 중심가인 버라드(Burrard)와 데이비(Davie)거리 한복판에 있다 보니, 관광자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밴쿠버 시민들과 관광객이 지나가다 들어와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는다.

세인트 폴 병원 옥상은 DIGS(Downtown Intercultural Gardeners Society)그룹이 병원에 제안해 조성한 텃밭이다. 엘리베이터가 바로 연결되는 병원 옥상에 텃밭이 있고, 난간에는 상자텃밭을 연결해 조성했다. 환자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제공할뿐더러,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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