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와 재활용 뒤섞이고, 주변 여전히 지저분해
불안정한 설치로 다쳤다는 주민 이야기도 나와

▲ 생활폐기물 보관대가 무단투기와 무분별한 배출 등, 주민들의 비협조로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사진은 구월동의 한 보관대 주변이다.
인천 남동구(구청장 장석현) 청소행정의 실효성 논란이 또 다시 일고 있다. 예산 10억원을 들여 제작ㆍ설치한 생활폐기물(종량제ㆍ재활용쓰레기) 보관대의 실효성 문제와 함께 철재 보관대를 불안정하게 설치해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동구는 지난해 말 생활폐기물 배출방식을 기존 ‘내 집 앞 배출’에서 ‘거점 배출’로 바꾸는 계획을 세웠다. 단독 또는 다세대 주택이나 상가지역에 생활폐기물 배출 거점을 지정, 집중 수거해 재활용 가능한 자원의 철저한 분리배출을 유도하고 쓰레기 잔재를 줄이겠다는 목적이었다.

남동구는 시범적으로 재활용품 배출용 그물망을 제작해 구월1ㆍ2동 단독 또는 다세대 주택과 상가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물망 배출을 시범 운영한 후 전체 동으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그물망 구입과 보관대 설치비, 보관대 주변 청소를 위한 비용까지 포함해 총13억원(시비 10억원+구비 3억원)을 예산안에 편성했지만, 의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시범 운영에서 그물망이 훼손되거나 분실되는 사례가 많아, 구월1ㆍ2동 주민들 사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의원들도 예산안 심의에서 ‘그물망에 있는 재활용품을 쏟아 수거하면 시간도 더 걸리고 그물망 분실이 예상된다’며 부천시에서 그물망을 도입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설명하며 반대의견을 냈다. 하지만 진통 끝에 지난해 12월 21일 시비 10억원만 예산에 반영하는 것으로 수정 가결했다. 시비 지원이니 하게 하자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남동구는 그물망은 도입하지 않고 거점에 보관대를 설치하는 계획을 세웠다. 전역에 총2600개를 설치할 계획인데, 권역을 5개로 나눠 1(구월동)ㆍ2(간석동)ㆍ3(만수동) 권역은 지난 6월까지 설치를 완료했고, 4(장수서창ㆍ남촌도림동, 남동공단)ㆍ5(논현ㆍ논현고잔동)권역은 8월까지 설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보관대는 쓰레기 종량제봉투와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하게 설계했다. 보관대 상부에 이를 알리는 표시판을 부착했지만, 신경을 쓰지 않으며 분리 배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간 종량제봉투와 재활용품을 함께 배출할 수 있어 서로 뒤섞일 가능성이 높다.

남동구는 2016년 1월부터 생활폐기물 수집ㆍ운반을 기존 주 2회에서 주 5회로 변경했고, 올해부턴 서로 일부 달랐던 종량제봉투와 재활용품, 가정사업계폐기물 배출요일을 일ㆍ월ㆍ화ㆍ수ㆍ목요일로 통일했다.

남동구는 이번에 보관대를 설치하면서 ‘종이박스 등은 반듯하게 펴서 쌓은 후 묶어서 물기가 닿지 않게 배출하고, 스티로폼은 내용물을 완전히 비우고, 가전제품 완충제는 구입처로 반납하라’고 배출요령을 홍보하고 있다. 또한 ‘종량제봉투와 재활용봉투를 구분해 보관대에 넣어주고 재활용봉투는 투명 봉투를 이용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을 취재해보니 안내대로 하지 않는 곳이 상당히 많았다.

▲ 보관대 설치가 불안정해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 간석동의 한 보관대엔 강한 바람 등을 대비해 돌을 얹어놓기도 했다. 안전대책이 부실해 보인다.
주민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지난해 시범운영을 했던 구월동에서 만난 60대 남성 A씨는 “기존 보관대도 잘 활용되지 않고 있었는데 불필요하게 다시 설치했다. 보관대 주변이 쓰레기 투기장이 되고 있다”고 불평했다. 반면에 보관대를 새롭게 설치한 간석동에서 만난 70대 여성 B씨는 “보관대가 생겨서 좋다. 간혹 투명 봉투가 아닌 봉투에 무단 투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수다”라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동에서 청소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 C씨는 “보관대를 설치한 후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 뒤 “종량제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가 잘 구분되지 않아 보관대 주변이 지저분한 문제도 있고, 보관대가 바닥 등에 고정돼있지 않아 넘어지는 바람에 다친 주민도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남동구는 영조물배상책임보험(이하 영조물보험)에 가입했다. 영조물이라는 용어는 실정법에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주체에 의해 공공 목적에 사용되는 건조물 등을 의미한다. 영조물보험이란 영조물의 하자 등으로 인해 사고가 났을 때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보험이다.

이와 관련해 남동구 청소과 담당공무원은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영조물보험은 다친 사람이 있어서 가입한 게 아니다. 다친 사례가 보고된 것도, 인명 사고가 접수된 것도 없다”고 한 뒤 “보관대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에 현재 보관대 고정ㆍ결속 작업과 (보관대 설치 터) 평탄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무단투기와 관련해선 “보관대가 놓인 곳은 예전부터 쓰레기가 쌓이던 곳이다. 보관대가 생겨서 그런 게 아니다”라고 했다. 무단투기 개선 계획에 대해선 “무단투기 근절을 위한 주민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동 주민센터에서 홍보하고 있고, 보관대 설치 관련해서도 홍보물을 제작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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