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작가회의 주최…동료 문인 등 200여명 참석

▲ 고(故) 이가림 시인 2주기 추모제가 지난 15일 오후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 열렸다. 이상실(소설가) 인천작가회의 사무국장이 사회를 맡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작가회의(회장 신현수)가 주최한 고(故) 이가림 시인 2주기 추모제가 지난 15일 오후 4시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 열렸다. 유족을 비롯해 동료 문인과 지인 200여명이 함께했다.

신현수 회장은 인사말에서 “이가림 시인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시인은 1998년에 결성한 인천작가회의의 창립멤버였고 초대 회장과 자문위원을 역임했다”고 한 뒤 “우리는 그를 잊지 않기 위해 추모제를 마련했다. 시인이 우리에게 남긴, 진땀나게 살아왔던 고투의 비망록들을 음미하는 추모제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윤영천(전 인하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추모사에서 “이 시인을 처음 본 건 1980년대 인하대 교수로 부임하고서다. 내 기억으로 시인은 아주 작고 여리고 보잘 것 없는 존재에 대해 그윽한 연민을 노래했다. 현재 (우리나라) 시인의 수가 2만명에서 3만여명에 달한다. 정확한 수는 모르지만 시인이 너무 많다. 문단이 개편돼야한다. 이럴 때일수록 이가림 시인이 그립다”라고 추모했다.

동료 시인이자 부인인 김원옥씨는 “어제 동두천에 잠들어있는 남편한테 다녀왔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하고 싶은 말을 소통할 수 없어 ‘이런 게 삶과 죽음이구나’라고 느끼며 답답했다”고 한 뒤 “그런데 추모제에 와 보니 어제의 생각이 부질없는 것 같다. 여기 오신 분들은 이가림을 알고 있다. 알고 있다는 건 마음에 기억한다는 것이고, 그리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추모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정희성 시인이 이가림 시인의 대표작인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를 낭송하고 있다.
이날 추모제에선 동료 시인들의 시낭송과 김경아 명창의 판소리, 김유미 무용가의 춤, 황승미 작곡가의 노래 공연 등, 다양한 공연이 이어졌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저자인 정희성 시인은 이가림 시인의 대표작인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를 낭송하기 전에 “이가림 시인은 1966년 <동아일보>에 ‘빙하기’라는 시로 등단했다. 나는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던 터라 1960년대 중반 선배 시인들의 시적 경향을 예의주시했던 때다. 당시 시를 길게 쓰는 경향이 있었는데, 나도 이 시인의 영향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가림 시인은 1943년 만주 열하에서 태어났고 전라북도 전주에서 성장했다. 성균관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해 학사ㆍ석사과정을 거쳤으며, 1982년 인하대 교수로 부임하며 인천에 터를 잡고 지냈다.

1973년 첫 시집 ‘빙하기(민음사)’를 출간한 이후 시집 5권과 시선집ㆍ산문집ㆍ번역서 등 저서 25권을 남겼고, 문예지 편집주간을 역임하기도 했다. 불문학자로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11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15년 7월 14일 인천 연수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2세였다.

한편, 유족인 김원옥 시인은 2주기 추모제를 앞두고 자택에서 발견한 고인의 미발표 시 가운데 한 편(‘하늘의 뿌리’ 육필원고)을 <경인일보>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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