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이 올해 1차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초ㆍ중ㆍ고등학생 23만 8605명 중 1467명이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1차 실태조사와 거의 비슷한 결과다. 교육당국이 학교폭력 예방을 강조했지만 양적으로 줄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등생 피해응답률이 중ㆍ고생에 비해 6배가량 높다는 것이다.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초등생은 1068명에서 1094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피해 유형 분포에선 언어폭력이 33.3%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피해 장소는 주로 교실(29.4%)과 복도(12.9%), 운동장(8.6%) 등으로 학교 안이 64.8%를 차지했다.

시교육청은 학교 급별ㆍ피해 유형별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고 예방교육과 인성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히 피해응답률이 높은 초등생에 맞춰 유해정보 차단 등의 대책을 강화한다는 게 눈에 띈다. 학부모 역할과 교사 대응역량 강화도 이 대책에 포함돼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은 예전에도 나왔기에, 앞으로 교육환경을 바꾸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교사의 언어폭력은 물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과 성추행이 벌어지는 일부 학교현장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인성교육이 먹히겠는가.

최근에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학생에게 “너는 쓰레기야”라는 막말을 하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엉덩이를 주무르게 하거나 엉덩이에 파스를 붙이게 하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욕설을 하고, 남학생에게 성기를 연상하게 하는 단어를 언급하며 성희롱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앞서, 다른 초등학교 교장은 지난여름 폭염에도 특수학급교실에 에어컨을 못 틀게 하고, 장애학생들의 직업체험을 두고 “어차피 해줘도 기억 못하지 않느냐”고 특수교사들을 말렸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여성인 이 교장은 남성 교사를 성희롱하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이럴 거면 나가서 학원 강사나 하라”는 등의 폭언을 했다는 내용도 이 민원에 담겼다.

담임교사한테서 인권 피해를 입고, 교장이 교사한테 막말을 하는 걸 지켜본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하는 인성교육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불신과 반발감만 초래할 게 빤하다.

못된 교사는 극히 일부지만, 그 일부 교사의 잘못된 행동으로 상처를 입는 학생은 적지 않다. 그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동이 필요하다. 교육당국이 학교폭력 문제를 고민할 때 교사의 인권감수성을 비롯한 인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도 심혈을 기울여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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