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지속가능한 도시,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 4. 도시의 새 패러다임, 공동체텃밭ㆍ도시농업공원

도심 속 공원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기획취재] 지속가능한 도시,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

1. 도시농부 160만명, 도시농업 현황과 과제
2. 텃밭을 넘어 확장하는 도시농업의 새로운 영역
3. 도시농업으로 다가가는 지속가능발전 도시
4.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 공동체텃밭ㆍ도시농업공원
5. 도시농업으로 도시 혁신, 샌프란시스코 도시농업연합
6. 시애틀의 P-pacth 운동과 미국의 커뮤니티가든
7. 시애틀 P-pacth 프로그램을 통한 도시 발전전략
8. 시민참여와 공헌,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의 교훈
9.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인천의 도시농업
2011년 ‘도시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도시농업법)’이 제정된 이후 도시농업이 제도화됐지만, 도심에서는 여전히 텃밭을 보는 게 쉽지 않다.

그나마 조성되는 도시텃밭은 도시 외곽에 있거나 옥상 상자텃밭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텃밭의 원래 의미는 집터에 딸려 있거나 집 가까이 있는 밭이다. 가까워야 텃밭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를 끌고 주말에나 갈 수 있는 밭을 텃밭이라 부르긴 어렵다.

건축물이 밀집한 빌딩 숲 도시에선 자투리공간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나마 도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녹지공간은 공원이다. 도시텃밭도 공원처럼 생활권과 가까운 곳에 조성해야 텃밭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바로 ‘도시농업공원’이다.

대표적 도시농업공원으로 전남 순천시 신대도시농업공원을 꼽을 수 있다. 신대도시농업공원은 지난해 외국계 학교 부지에 조성했다. 텃밭 220여개 구획을 시민들에게 분양했고, 나머지 공간은 체험텃밭과 교육용텃밭, 교육장, 토종채종포, 공원녹지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신대도시농업공원의 자랑은 도시농업 교육과 실습, 텃밭농사가 한 공간에서 동시에 이뤄진다는 것이다. 도시농업전문가 양성과정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곳에서 예비도시농부와 도시농업전문가를 양성하기도 하지만, 체험도 같이 진행한다. 공원에서 텃밭활동과 교육ㆍ체험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신대도시농업공원은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은 텃밭에서 자라는 다양한 작물을 찾아보고, 잎과 꽃을 관찰해 도감을 만들어보기도 하며, 달걀껍질로 칼슘영양제를 직접 만들어 작물에 뿌려보기도 한다.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로 만든 요리를 맛보는 건 덤이다.

도시농업공원, 이젠 국내에도 많이 늘어나

▲ 순천시 신대도시농업공원에서 유치원생들이 텃밭농사 체험을 하고 있다.
2008년에 해외 도시농업 사례를 취재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만해도 국내에 도시농업공원이라는 말은 생소했다.

당시는 국내 도시농업의 태동기였고, 민간에서 도시농업운동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할 때였다. 일본은 시민농원을 중심으로 도시농업이 제법 활성화돼있었고, 도시농업공원도 이미 오래 전에 조성해 운영하고 있었다.

도쿄 아다치구에 있는 도시농업공원은 1984년에 조성됐다. 아다치구는 원래 농업 진흥 차원에서 조성한 경작지였으나, 농가가 줄고 농업이 퇴조하자 공원 요소를 추가해 도시농업공원이 됐다.

전체 규모는 6만 6765㎡인데 이중 경작지는 논이 1200㎡, 밭이 2000㎡, 과실수 숲이 500㎡다. 나머지 공간은 하천녹지와 연못, 학습체험 공간, 전통가옥, 농기구 보관소, 퇴비장으로 쓰이고 있다. 농사는 모두 생태적인 유기농법으로 짓고 있다.

아다치구의 도시농업공원 조성은 ‘도시에서 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사라졌고, 농업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는 이유에서 출발했다. 아이들에겐 체험학습을 제공하고, 어른들에겐 도시농업을 장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선 인천 부평구가 2011년에 도시농업공원을 도입했다. 당시 부평구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협의해 장기 미집행 공원 부지를 도시농업공원으로 조성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도시농업공원을 조성하자 정부도 주목했다. 특히 도시농업법이 생기면서 농림부가 도시농업공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농림부는 도시농업 육성계획을 수립할 때 지자체마다 도시농업공원을 1개씩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기도 했다.

그 뒤 도시농업공원 이름을 붙인 다양한 형태의 공원들이 생겨났다. 부천시는 여월정수장 부지 활용방안으로 도시농업공원을 운영, 유휴지 활용의 좋은 사례로 꼽혀 ‘그린 애플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부천시는 텃밭교육을 중심으로 도시농업공원을 운영하고 있고, 개인이 아니라 단체에 텃밭을 분양해 운영하고 있다. 또, 시민운영단을 구성해 텃밭 운영을 함께 의논한다.

공원에는 교육장을 비롯해 하우스와 토종벼를 키우는 논이 있다. 텃밭은 ‘틀’밭으로 구성해 순환농법 중심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하지만 도시농업공원을 제대로 조성했다기보다는 임시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서울시 노들텃밭도 노들도시농업공원으로 불렸다. 서울시 한복판에 큰 규모로 조성한 텃밭으로 시민과 단체, 행정기관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복합적인 시민참여공간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유휴지를 임시로 활용하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문화시설 조성을 바라는 여론에 밀려 올해부턴 사라지게 됐다.

도시공원법 개정으로 도시농업공원 늘어나

서울시 강동도시농업공원은 2013년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이하 도시공원법)이 개정되면서 기존 공원에 도시농업시설을 설치한 공원이다.

강동구가 법 개정에 맞춰 서울시 지원을 받아 조성했다. 원래 있던 논을 포함해 농기구체험시설, 토종포, 체험원 등으로 구성돼있다. 도시농업전문가가 상시 일하며 텃밭을 관리하고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체 공원 관리는 강동구 공원과가 담당하고, 도시농업과 관련한 부분은 도시농업과가 맡아 운영한다.

도시공원법 개정 후 신규 공원을 도시농업공원으로 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에는 시민운동으로 텃밭을 지키고 공원을 조성한 갈현동향림농업체험원이 들어섰고, 경기도 시흥시는 공동체를 강조하는 함줄도시농업공원과 신천도시농업공원을 조성했다.

인천의 경우, 부평구가 갈산근린공원 일부를 논으로 조성했고, 공원 안에 시민들에게 분양하는 텃밭과 체험용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남구는 관교공원 인근 부지에 도시농업농장을 공원과 어우러지게 조성했고, 향후 도시농업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 기존 공원에 텃밭을 조성해 분양하는 형태도 있다. 서울숲 커뮤니티가든, 어린이대공원 텃밭, 용산가족공원 텃밭, 수원일월공원 텃밭 등이 대표적 사례다.

휴식하고 운동하는 공원에 머물지 않고, 텃밭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도시농업공원은 확장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의 ‘커뮤니티 가든’의 오랜 경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운영해야 ‘공동체텃밭’

▲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여우재텃밭에서 진행한 텃밭회원 공동체의 날 행사 장면.
미국 ‘커뮤니티 가든’의 역사는 50년 정도 된다. 2차 세계대전 때 가든이 전쟁에 필요한 식량을 도시에서도 생산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커뮤니티 가든은 1970년대부터 본격 등장했다.

미국 커뮤니티 가든은 공동체가 텃밭운영의 주체라는 점에서 국내 주말농장과 큰 차이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국내 도시농업공원과 도시텃밭들도 운영주체는 지자체로 분양부터 관리까지 맡고 있다. 하지만 미국 커뮤니티 가든의 경우 텃밭 참여자들이 곧 운영주체라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국내도 민간단체가 중심이 돼 운영하는 공동체텃밭이 있다. 대표적 사례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운영하는 공동체텃밭이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여우재텃밭(2010년, 서구 가좌동), 서창텃밭(2012년, 남동구 서창동), 도림텃밭(2014년, 남동구 도림동), 경서동텃밭(2017년, 서구 경서동)을 공동체텃밭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공동체텃밭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매해 텃밭회원 신청을 받긴 하지만 회원이 원하면 계속 같은 자리에서 농사를 이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규 텃밭회원은 필수교육(총3회)을 받아야한다. 월 1회 공동체모임으로 텃밭 정비와 교육, 교류활동을 한다.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주말농장처럼 분양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텃밭회원으로 참여해야한다. 우리 공동체텃밭은 회원 중에 텃밭을 일구고 싶은 이들을 위해 운영한다고 볼 수 있다”며 “텃밭이 네 군데인데, 회원들의 수요에 맞춰 운영하다보니 점차 늘었다”고 말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텃밭의 특징은 우선 ‘공동체텃밭 운영규정’이 있다는 것이고, 이를 회원들이 토론해 만들었다는 점이다. 회원들은 텃밭이 지향하는 가치와 농사법, 회원의 최소한의 의무와 권리를 담아냈다.

또, 텃밭 운영위원들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매해 생태화장실을 만들고 있고, 지난해에는 텃밭별로 자가 퇴비 만들기를 진행해 퇴비간과 퇴비재료(낙엽, 마분 등)를 공동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올해는 텃밭별 친환경 방제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대구시 북구의 민관이 함께 조성한 공동체텃밭도 눈길을 끈다. 시민단체 ‘북구인’이 매해 강북도시농부학교를 진행하면서 텃밭 요구가 높아지자 북구에 제안해 공동체텃밭을 만들었다.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북구가 농지를 임대하고 시민단체(북구인)가 운영하기로 했다. 참여자 모집, 운영비 집행, 프로그램 운영을 민간이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북구는 수요가 증가하자 텃밭을 2개 더 조성했다.

대구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를 겸하고 있는 김지형 북구인 대표는 “지역에서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해봤지만 텃밭만큼 자발적으로 잘 모이는 활동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공동체텃밭을 어떻게 잘 운영해야할지 더 고민이다”라며 “공동체텃밭 운영 인력비가 지원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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