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이 만난사람] 김명수(부평깡시장 상인회장) 인천대책위 공동대표

부천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을 막기 위한 ‘부천ㆍ삼산동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 저지 인천대책위원회(이하 인천대책위)’의 부천시청 앞 농성이 6월 29일로 100일을 맞았다. 7월이면 저지 운동을 벌인 지 1년이 된다.

인천대책위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신세계는 인천대책위와 부평구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부천시에 입점 예정지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8월까지 연기할 것을 지난 5월 요청했고, 부천시는 이를 수용하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인천대책위는 입점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인천대책위는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 6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천시에 부천시장이 직접 참여하는 ‘5자 협의체’ 구성을 다시 한 번 촉구했고, 다음 날에는 서울 신세계 본사 앞에서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을 반대하는 상인들과 함께 신세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인천대책위는 또, 27일엔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학영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을 만나 대규모 점포 입점 시 도시계획수립 단계부터 상권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입점 예정지와 인접한 지방자치단체와 합의하게 하는 것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부천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 저지 운동은, 먼저 상인단체와 시민단체가 연대해 대책위를 구성했고, 여기다 여야 정당이 부평구와 함께 민관협의회를 구성했으며, 인천시도 대책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다른 지자체의 관할구역에 입점하는 복합쇼핑몰로부터 자기 지역 상권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여야ㆍ민ㆍ정이 공동으로 대응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입점 저지 운동 1년과 부천시청 앞 농성 100일을 맞아 <인천투데이>은 인천대책위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김명수 부평깡시장 상인회장을 만나 현재 상황과 향후 계획, 국회와 공조상황 등을 들어봤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여야 초월한 ‘재벌 복합쇼핑몰 반대운동’ 1년

▲ 김명수 부천복합쇼핑몰 입접 저지 인천대책위 공동대표.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해 7월에 입점 저지를 위한 인천대책위를 구성했다.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족을 알린 뒤 저지 운동을 시작했다.

인천대책위 구성 후 부천시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안 됐다. 그 뒤 부평구와 함께 여야가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했다. 지자체와 공동으로 지역상권 보호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고, 지자체와 부평지역 여야 정치인이 결합하면서 반대 여론이 고조됐다.

부평구가 민관협의회를 구성한 데 이어 인천시도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입점을 반대하고, 지난해 국정감사 때 여야 국회의원이 신세계복합쇼핑몰에 투자한 외국인투자법인이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제기하자, 부천시와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사업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인천대책위는 지적했다.

김명수 공동대표는 “신세계가 이마트트레이더스 대신 1만 2000평 규모의 백화점을 하겠다고 했다. 국내에서 제일 큰 백화점이 판교 현대백화점인데, 약 7000평이다. 1만 2000평 규모는 말이 백화점이지 백화점쇼핑몰이다. 백화점으로 준공한 다음에 다른 뜻이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부천시 중동과 상동에만 백화점 2개, 대형마트와 대형아울렛 7개가 있다. 백화점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게 유통업계 분석이다. 이런 상태인데 거기다 1만 2000평 규모의 백화점을 짓겠다는 것은 결국 다른 속내가 있는 것이라는 게 인천대책위의 해석이다.

페이퍼컴퍼니 ‘외국인투자촉진법 위반’ 논란으로 확산

부천시와 신세계가 사업을 추진하던 중 가장 난관에 봉착했을 때는 국정감사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의 활약으로 신세계복합쇼핑몰에 투자하기로 한 외국인투자법인이 페이퍼컴퍼니로 드러났다.

외국인투자촉진법 위반 논란이 일자, 부천시는 복합쇼핑몰 계약 주체를 신세계프라퍼티에서 신세계백화점으로 바꾸고, 외국인투자법인 또한 싱가포르 자본에서 미국 자본으로 변경했다.

그럼에도 불구, 위법 논란은 해결되지 않았다. 인천대책위와 부천지역 시민단체는 계약 주체가 변경됐고, 수의 계약한 외국인투자법인도 바뀌었기 때문에 부천시가 사업을 추진하려면 사업자를 다시 공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부천시는 공모 조건에 따라 신세계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사업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도중에 사업 주체가 바뀌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은 외국인투자법인도 변경됐다. 부천지역 시민단체는 이 같은 변경은 공모 조건 위배에 해당하고 공무재량권 위반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부천영상문화단지의 목적 외 사용도 논란거리다.

김명수 공동대표는 “부천영상문화단지는 ‘도시 연담화’를 막는 완충지역으로 지정돼있다. 택지개발사업 후 부천시와 부평구 경계가 도로 하나로만 돼있다 보니, 정부가 중간에 완충지대를 설정해 2020년까지 개발을 못하게 했다. 그런데 부천시가 시의원들을 종용해 상업용지 30%와 준주거용지 70%로 용도를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도시 연담화란 중심도시의 팽창과 시가화 확산으로 인해 주변 중소도시의 시가지와 서로 달라붙어 거대도시가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김 공동대표는 “부천시가 개발을 진행하면서 인접한 부평구는 상권과 교통ㆍ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이 같은 특수지역의 경우 반드시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인접한 지자체 간 합의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의견 수렴한다고 해 ‘5자 협의체’ 제안했더니 응답 없어

신세계가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연기하고 반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자, 인천대책위는 신세계와 부천시, 부평구와 계양구, 인천대책위가 참여하는 ‘5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그런데 부천시는 부천시상인연합회를 포함한 6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부천시에선 부시장이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인천대책위는 부천상인연합회는 복합쇼핑몰 입점을 찬성했기 때문에 제외할 것을 요구했고, 부시장 대신 시장이 직접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그 뒤 부천시는 답이 없는 상태다.

시장이 아닌 부시장 참여에 대해 부천시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고시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구성ㆍ운영 요령’에 따라 부천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위원장이 부시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당 고시를 보면,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위원장은 부단체장으로 돼있다. 그런데 위원은 해당 지역에 있는 대규모 점포ㆍ소비자단체ㆍ상인단체 등으로 지역을 한정하고 있다.

즉, 부천시의 주장은 부천시 구성원으로만 구성할 때 통용하는 것이지, 인접 지자체와 상인단체까지 포함해 구성하는 협의체는 산자부 고시와 무관하다는 게 부평구와 인천대책위의 주장이다.

김명수 공동대표는 “부천시장이 이 문제를 풀려면 직접 나서야한다. 그런데 유통산업발전법을 운운하며 5자 협의체 구성을 외면하고 있다. 우리가 제안한 5자 협의체나 부천시가 제안한 협의체나 법적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진정성이 없다”고 했다.

신세계복합쇼핑몰과 싸우는 전국 중소상인, 서울 결집

▲ 6월 27일 서울 신세계 본사 앞에서 열린 ‘복합쇼핑몰 입점 반대 상인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김명수 공동대표.
유통재벌의 복합쇼핑몰 입점을 반대하는 중소상인은 인천에만 있는 게 아니다. 부산 상인들은 연제구에 들어서려는 이마트타운을 막고 있고, 광주 상인들은 어둥산에 들어서는 신세계복합쇼핑몰을 막고 있다. 충주 상인들은 충주에 들어서는 신세계복합쇼핑몰을 막고 있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인들은 여전히 롯데복합쇼핑몰과 맞서고 있다.

이 상인들은 지난 6월 27일 서울에 있는 신세계 본사 앞에서 전국상인대회를 열고 복합쇼핑몰 입점 철회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촉구했다.

김명수 공동대표는 다른 지역 상황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마트가 지역과 상생을 위해 지역 상품 판매장인 ‘노브랜드마켓’이라는 걸 설정해놓고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물품을 판매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상생의 단면이다”라고 전했다.

김 공동대표는 “산업화 초기 국민 세금으로 대기업이 성장했다. 재벌로 성장할 때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이제는 더불어 사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런데 신세계는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한 뒤, 국내 유통시장에 더욱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유통재벌이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초대형 아울렛, 복합쇼핑몰로 진화하며 지역 상권과 골목상권을 잠식하는 사이 상인들은 점점 설자리가 없다. 슈퍼마켓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편의점에 밀리고 중ㆍ대형마트에 밀려 갈 곳이 없다.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하남 신세계스타필드에 다녀왔다. 안에 영화관ㆍ사우나ㆍ노래방ㆍ놀이방ㆍ아쿠아랜드ㆍ맛집(1000여개)ㆍ아울렛ㆍ쇼핑몰ㆍ백화점…다 있다. 저런 게 부천에 들어서면 부평의 요식업체ㆍ식당ㆍ지하도상가…다 문 닫게 된다. 부평깡시장도 깡통이 된다. 사람이 오겠나? 모두 절박한 마음으로 서울에 모였다. 말이 규탄 집회지 살고 싶다는 절규다”라고 하소연했다.

집값 오르는데 왜 입점 반대하느냐고 했지만 ‘잠잠’

부천복합쇼핑몰 입점 저지 운동에 최대 난관은 아파트 가격 문제였다.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집값이 오르는데 왜 입점을 반대하느냐는 항의가 부평구와 인천대책위에 제기됐다. 실제로 입점 소식에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가 지금은 빠진 상태다.

김명수 공동대표는 “(복합쇼핑몰 입점을) 찬성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해당 지역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구간 중 가장 정체가 심한 곳이다. 인접한 아파트 소유자 중 실거주자들은 입점 시 야기될 교통체증ㆍ미세먼지ㆍ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인천대책위에 힘을 실어줬다. 그리고 부평사람들 중에 찬성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에게 항의했던 이들은 부천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집값 논란 때 부평구의 역할이 컸다. 부평구가 직접 설명했고, 주민자치위원회와 통장협의회 등에서 복합쇼핑몰 입점에 따른 경제ㆍ환경ㆍ교통문제를 알리는 설명회를 했다. 삼산동 주민들이 이해하기 시작했고, 집값 오르는 걸 막는다고 항의했던 사람들도 돌아섰다”며 “실거주자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를 소유하고 세놓고 있는 이들은 입점에 찬성했지만, 사는 사람들은 살아야 하니까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25개…임시국회 “원 포인트 개정만이라도”

김명수 공동대표는 복합쇼핑몰 입점 저지 운동을 1년간 지속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거대 유통재벌을 하루하루 장사하기 바쁜 상인들이 대응하기엔 너무나 벅찼다는 것이다.

김 공동대표는 “상인들이야 맘 편히 장사하는 게 소원이다. 말이 농성 100일이지, 장사할 시간 쪼개서, 퇴근 후에 쉬지 못하고 버텼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내 일터, 내 밥그릇이 사라지게 생겼는데 안 할 수가 없었다”며 “헌법에 나와 있는 대로 경제주체의 조화로운 성장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해달라는 거다. 재벌, 대기업의 지역상권 잠식으로 상인들은 계속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25개나 된다. 복합쇼핑몰 입점 규제를 골자로 한 법안들이다. 대규모 점포 입점 시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하거나, 입점에 따른 상권영향평가 시 반경 2~3km 내 인접 지자체와 합의를 의무화하고, 도시계획수립 단계부터 상권영향평가를 실시하게 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법안이 25개라 병합 심사를 위한 여야 간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명수 공동대표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여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이 개정안들을 병합해 수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든 사항을 합의하는 게 어려우면 이견이 없는 ‘입점 시 반경 3km 내 상권영향평가와 인접 지자체와 합의 의무화’만이라도 ‘원 포인트 개정’을 했으면 한다. 절박하고 시급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공동대표는 “홍익표 의원이 ‘상임위원회 법안 심사 때 중소상인들 초청할 테니 참관하라’고 했다.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임하는지 직접 지켜볼 계획이다”라고 한 뒤 “궁극적으로는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도시계획수립 단계부터 상권영향평가를 실시하게 하는 게 지역 상권과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일이자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