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부평의 근ㆍ현대사 담아

▲ 6월 21일 오후에 열린 부평역사박물관 개관 10주년 특별기획전 ‘부평’ 개막식 참가자들이 전시물들을 관람하고 있다.<사진제공ㆍ부평구>
부평역사박물관(관장 정진철)이 개관 10주년 특별기획전 ‘부평’을 21일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시작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부평의 다양한 근ㆍ현대사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이 전시는 8월 27일까지 계속된다.

박물관 관람객 연령층이 다양한 것을 감안해 전시 흐름을 소개하는 패널을 관람객에게 이야기하는 식으로 썼다.

1부 ‘차가운 공장 기계 앞에 내몰린 사람들’이라는 코너에서는 일본인들의 식민지 경영으로 인해 생겨난 뼈아픈 수탈의 현장들을 유물들로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경인선 철도와 천일염전, 경기 지역에서 대규모로 이뤄졌던 부평수리조합 사업, 조선 최대의 병기 공장인 일본육군조병창 등은 모두 부평에서 일어난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 경영 흔적이다.

김정훈 부평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혹자는 식민지근대화론에 기대어 이러한 일본인들의 식민지 경영 결과를 긍정적으로도 평가하나,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근대 문물이 조선에 유입돼 정착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민중의 고통과 슬픔일 것”이라고 해설했다.

1부 전시에선 이러한 민중의 고난을 ‘징용’이라는 콘텐츠에 담아 마지막 도출부에 표현하고 있다. 특히, 올 8월에 부평공원에 세워질 ‘일제강점기 징용노동자상’(제목: 해방의 예감) 축소 모형을 전시 연출에 활용해 전달력을 극대화했다. 아울러 부평미군기지 자리에 있었던 일본육군조병창에서 생산한 총검 세 자루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2부 ‘고난을 딛고 일어서야했던 사람들’이라는 전시 코너는 부평미군기지와 관련한 자료들을 대거 선보인다. 분단과 전쟁, 가난을 이겨내야 했던 부평 주민들이 또 다른 이방인이었던 미국인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 살아왔는가를 보여준다.

김정훈 학예연구사는 “부평역사박물관에서 10년 전 개관이래 지속적으로 수집해온 미군기지 관련 자료들을 현장감 있게 진열한 이 전시 코너는 감성적인 내용보다는 실물 위주의 연출에 공을 들였다”며 “양공주ㆍ혼혈아ㆍ전쟁고아 등, 아직까지도 사실관계에 거부감이 있는 여러 콘텐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전시는 ‘군사도시 부평’이라는 포커스에 맞추어져 있지만, 연출로 보여주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해설사의 설명에서 만날 수 있다.

3부 ‘차별을 피해 숨어든 사람들’이라는 코너 역시 아직까지 사실적으로 다루기 힘든 민감한 역사를 다뤘다. 바로 한센병 환자들 이야기다. 1949년 12월 수원천변에 있었던 한센병 환자들과 부평의 남쪽 끝인 만월산 계곡 ‘성계원’으로 이주한 시인 한하운의 이야기와 그의 작품으로만 전시를 구성했다.

김정훈 학예연구사는 “주류 사회로부터 차별받고 버림받았던 한센인들을 따뜻하게 품어준 부평에 대한 내용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4부 ‘희망을 찾아 모여든 사람들’이라는 코너는 부평수출공단에 관한 내용과 더불어 부평의 구도심에서 각자 생업에 충실하며 오랜 동안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들의 이야기들이다.

40년 가까이 부평 신촌에서 양복점을 운영한 배원철씨의 이야기와 부평문화의거리 노점에서 시작해 2대에 걸쳐 부평시장에서 잡화점(신일상사)을 운영하고 있는 신원범씨, 백령도식 냉면으로 부평의 맛집이 된 ‘부평막국수’ 창업주 장학봉씨, 산곡동 백마장 골목에서 오래된 다방(‘봉다방’)을 운영하고 있는 최정숙씨 등의 인터뷰 영상이 그들의 손때 묻은 물건과 함께 관람객을 기다린다.

마지막 코너에선 개관 10주년을 맞은 부평역사박물관의 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역사를 쓰고 있는 부평역사박물관의 지난 10년간 모습과 비전 등을 아기자기한 패널과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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