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회ㆍ노조ㆍ학생회, “정석인하학원은 총장 즉각 해임하라”

최순자 인하대학교 총장이 지난 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한진해운 부실채권 130억원 손실’에 대한 책임을 교수와 직원에게 떠넘기려한 것에 역풍이 거세다. 교수회와 직원노동조합, 학생대표기구는 5일 공동성명을 내고 학교법인인 정석인하학원에 최 총장 해임을 촉구했다.

올해 2월 한진해운 파산으로 인하대가 기금으로 매입한 한진해운 채권 130억원어치가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최 총장은 기금운용위원회 규정을 준수해 투자했다고 해명했지만, 기금운용위는 열리지 않았고 총장과 사무처장이 결정해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학본부는 투자관리지침서 규정 또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5년 12월 21일 한진해운 사채의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로 강등됐을 때, 인하대는 기금운용위를 열고 투자관리지침서대로 투자금을 회수해야했지만, 기금운영위를 열지 않고 그대로 나눴다.

더 큰 문제는 한진해운 채권의 수익률이 이때부터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해 투자관리지침서상 허용 위험한도인 -5%를 초과하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됐음에도, 이를 방치했다.

파문이 커지자, 최 총장은 지난 3월 재정건전위원회(위원장 대외부총장,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최 총장이 임명한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조사위가 총장을 조사할리 만무했다.

이에 교수회와 노조 등은 별도로 진상조사위를 꾸려 조사에 나섰다. 인하대가 한진해운 채권을 매입할 때 기금운용위가 열리지 않았고, 투자관리지침서상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진상조사위의 활동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 5월 16일과 26일 대학본부가 재정건전위의 요구라며 기금운용위와 관련이 있던 당사자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인사위를 소집해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총장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는데, 총장을 빼고 교직원에 떠넘기려한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대학본부가 인사위를 소집했지만 일부 인사위원이 참석을 거부해 인사위는 무산됐다. 진통 끝에 지난 1일 교원인사위와 직원인사위가 차례로 열렸고, 교원 징계여부 검토안은 기각됐고, 직원 또한 아무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인하대는 이 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교수사회에선 ‘정작 책임이 있는 현 보직교수들은 문책하지 않고 애꿎은 전임자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을 자행했다’는 비판과 탄식이 확산됐다.

인사위에 회부된 전임 부총장 두 명은 기금운용위원장을 지냈다. 하지만 실질적 결정과 운영은 전ㆍ현직 총장과 전ㆍ현직 사무처장이 했다. 기금운영위를 열지 않고 결재를 위한 사인만 받았다는 것을 학교구성원 대부분이 아는 상황에서, 최 총장과 현 교무위원 등이 최 총장의 책임을 떠넘기려고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교수회 의장 폭행 논란에 손실 책임전가 ‘설상가상’

학교구성원들이 최 총장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다. 교수회는 지난 4월 5일 열린 정기총회 때 총장 사퇴를 안건으로 부의해 찬성률 91.7%로 총장 사퇴를 결의했고, 같은 날 개최된 직원노조 정기총회에서도 찬성률 99%로 총장 퇴진을 요구했다.

이처럼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지난 5월 대학 최고의결기구인 대학평의원회가 열렸을 때 총장 쪽 평의원들이 폐회선언 후 퇴장하려던 평의원회 의장인 교수회 의장을 둘러싸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학교당국이 인공지능공학과 신설과 이에 따른 공과대학과 사회과학대학 감축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안을 밀어붙이려하자, 평의원회 의장은 ‘학내 구성원들과 협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건으로서 요건을 갖추지 못해 안건을 각하한다’고 선언하고 폐회로 맞섰다.

교수회 관계자는 “의장이 안건 부의를 각하했다는 이유로 총장이 자신의 하수인들을 동원해 집단적으로 겁박하는 폭력을 가했다. 심지어 회의실 출입문을 잠그고 감금함으로써 의장이 119에 구조를 요청하는 사태까지 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학교당국은 “출입문을 밀치고 나오는 과정에서 문에 부딪히면서 의장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사료되고, 의장이 자신을 못나가게 하려는 사람이 자신을 껴안은 것으로 오인한 것으로 추측되며,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교수들과 학생들의 회의장 진입이 우려돼 문을 잠갔으나, 의장이 출입문 쪽으로 오자 바로 열어줬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130억원 손실’ 책임을 교직원에 떠넘기려 인사위까지 소집하자, 학교구성원들의 최 총장 불신은 최고조에 도달했다.

교수회와 직원노조, 학생대표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는 5일 “최 총장이 그동안 보여준 반민주적인 대학 운영과 후안무치한 불법행태는 학교에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입혔음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인하대를 조롱거리로 만들어 구성원들을 수치와 절망의 나락에 빠뜨리고 있다”며 “더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인하대 모든 구성원들은 한마음으로 최 총장을 즉각 해임할 것을 학교법인에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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