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지적 ‘기능 중복’ 여전, 조직규모 당초의 두 배로 불어나

행자부가 우려했던 ‘기능 중복’ 여전

인천시가 지난해 ‘엉터리 타당성 검토와 기능 중복’으로 설립이 중단된 인천복지재단을 내년 1월까지 설립하겠다고 지난 5월 31일 밝혔다. 인천복지재단의 기본재산은 약 30억원이며, 운영인력은 최소 20~25명이다.

하지만 ‘기능 중복’ 논란이 여전한 데다 조직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리 만들기 포석’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는 6월까지 ‘기능 중복’ 당사자인 인천사회복지협의회ㆍ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ㆍ인천사회복지사협의회와 시의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6~11월에 복지재단 설립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12월에 재단 설립 등기를 마친 뒤 내년 1월 출범시킬 계획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인천복지재단의 기능 중 네트워크 기능과 교육 기능이 인천사회복지협회와 중복되고, 모금 기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중복이 안 되는 평가ㆍ인증과 연구ㆍ조사 분야로 국한해 사업을 수행하고, 이 또한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그 뒤 시는 지난해 9월 인천발전연구원 안에 정책연구와 위탁사업을 수행할 인천사회복지정책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 설립은 사실상 복지재단 서립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시가 지난 31일 발표한 인천복지재단의 기능은 ▲사회복지 발전 중ㆍ장기 계획 수립 ▲복지 분야 조사ㆍ연구와 정책 개발 ▲사회복지단체ㆍ시설에 대한 평가ㆍ인증ㆍ컨설팅 ▲국내외 복지자원 연계ㆍ교류와 협력 지원 ▲사회복지프로그램 개발ㆍ보급과 정책 교육ㆍ자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위탁하는 사업 등이다.

이 기능 대부분은 여전히 다른 기존 기관들의 기능과 중복되는 것으로 기능 조정이나 기존 기관 역할 강화로 복지재단 설립 없이 추진 가능한 사업이라는 게 사회복지계와 시민단체들의 중론이다.

신진영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조사연구와 정책개발은 인천발전연구원이나 여성가족재단이 수행하면 된다. 또, 평가ㆍ인증과 사회복지프로그램 개발ㆍ정책 교육은 인천발전연구원 내 인천사회복지정책센터의 기능을 강화하면 되고, 교류협력과 위탁사업은 인천사회복지협의회가 그대로 담당하면 되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리를 만들려는 정치적 포석이나 다름없다. 특히 한정된 복지예산이 복지재단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경우 사회복지계에 위화감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조직규모 당초의 두 배로 불어…“선거용 포석”

인천복지재단 설립을 두고 ‘기능 중복’이라는 비판도 거세지만, 특히 지난해 설립을 위해 제출한 당초 계획보다 조직규모가 두 배(20~25명)로 불어, 더더욱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인천복지재단 설립 타당성 검토’ 자료를 보면, 시는 복지재단 정원을 12명으로 제시했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5년간 운영하고, 향후 사업을 확대할 경우 21명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시는 이 같은 계획을 행정자치부에 제출하고 복지재단 설립 검토 의견을 받았다. 시는 우선 10~15명으로 설립하고, 2단계 사업부터 20~25명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최소 인력을 20~25명으로, 바로 2단계 규모로 출범시키겠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해 행자부가 ‘기능 중복’을 지적하고 중복되지 않는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을 주문하자, 이를 수용해 지난해 9월 인천발전연구원에 인천복지정책센터를 설립하고 직원 2명을 파견했다.

러나 이번 발표에선 행자부에 제시했던 ‘2단계 사업 계획’이 사라졌다. 10~15명의 최소 인력으로 설립하겠다는 약속도 어겼다. 엉터리 타당성 검토 논란에 이은 허위 사업계획서 제출인 셈이다.

지방선거 겨냥한 선거용 비판에 “복지전문가로 구성”

하지만 시 관계자는 “타 지역 사례와 비교하면 인천복지재단의 규모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기능 중복 우려에 대해선 “관련기관과 사전에 조정해 기능을 차별화하고, 복지재단은 연구·개발과 평가ㆍ인증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했으며,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설립 시 복지 전문 인력으로 구성하겠다”고 했으며, 복지예산 쏠림 우려에 대해선 “복지재단 운영에 필요한 적정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라, 당장 조례 제정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신진영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행자부가 지적했던 기능 중복은 여전하고, 심지어 행자부에 제출한 계획서와 달리 2단계 사업도 없이 2배 인력을 운영하는 것은 시민과 중앙정부를 우롱하는 것이다”라며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제안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행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조례 제정을 반드시 막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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