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김완섭 민주노총 금속노조 동광기연지회장

현장속으로는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애환과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장의 소식을 전합니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육박하거나 일부 지역은 30도를 넘는 요즈음이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그늘을 찾는 이때, 더위를 무릅쓰고 천막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계양구 작전동 동광그룹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 118일째를 이어가고 있는 김완섭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동광기연지회(이하 노조) 지회장을 지난 17일 만났다. 조합원들은 농성장 보수에 한창이었다. 지난 1월 정신없이 시작한 천막농성이라 부실했던 것을 보강하기 위한 것도 있고, 더위를 막기 위해 천막 지붕에 가림막을 씌었다. 4개월째 농성하고 있지만 더 긴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노조는 매주 수요일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연다. 찾아간 날이 수요일이기에 농성장 밖에선 집회를 준비하는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판결

▲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동광기연지회는 계양구 작전동 동광그룹 본사 앞에서 118일째(5월 17일 기준)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는 지난달 27일, 노조가 지난 2월 신청한 ‘부당해고 및 부당해고 구제’에 대해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사측이 부당해고를 했고, 일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거다.

“부당해고는 100% 승소했고, 부당노동행위 관련해서는 3건을 신청했는데 그 중 한 가지만 인정받았다. 판결문은 아직 못 받았다. 판례가 되기에 지노위가 신중하게 작성하고 있는 걸로 안다. 늦어도 이달 안에는 줄 거다”

노조는 조합원 고용을 계열사에서 승계할 것을 요구했는데,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그런데 비조합원은 고용을 승계했기에, 그 부분을 부당노동행위라고 지노위가 인정한 것이라고 김 지회장은 설명했다.

“사측은 지난 1월 조합원들에게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을 가리지 않고 문자메시지 50여통을 보냈다. 위로금을 주겠다고 회유하거나 가압류ㆍ형사고발 등을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불면증에 시달려 신경안정제를 먹고 잔 조합원도 있다. 하지만 이건 부당노동행위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체협약에 ‘회사를 매각이나 분할할 때 노조에 공개하고, 계약 체결 과정에서 노조와 협의해야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매각한 것에 대해서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측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청구할 것인지를 물으니, “판결문을 보고 승소 가능성을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사측은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는데 노조가 승소해 당황하고 있다고 귀띔해줬다.

“동광그룹 회장과 사장, 동광기연 대표이사 구속 수사해야”

▲ 전국금속노조 동광기연지회는 매주 수요일 오후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한다. 사진은 5월 17일 집회 장면.
한국지엠에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동광기연(주)은 1966년 동양이화공업(주)으로 창업해 2001년 동광기연(주)로 이름을 바꿨다. 멕시코ㆍ중국ㆍ우주베키스탄 등의 해외법인을 포함해 (주)인피니티ㆍ(주)에스에이치글로벌ㆍ(주)에스에이치아이엔티ㆍ(주)에스에이치비피 등 계열사 10개가 넘는 동광그룹으로 발전했다.

경영분석 전문가의 분석에 의하면, 동광기연은 2012년까지 매해 이익을 내 이익잉여금이 632억원에 달하고, 재무 건전성과 유동성이 매우 안정적인 회사다.

그런데 동광그룹 회장이 자녀들이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동광기연 자산을 계열사 주식을 사는 데 허비해 동광기연 경영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또한 2015년 인천 남동공단 토지와 건물 매각대금 330억원을 회사 운영에 사용하지 않고 계열사에 무상으로 빌려줬다. 동광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이 다른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데 사용하게 했고, 계열사가 대출을 받는 데 동광기연 이름으로 지급보증을 서게 했다.

노조는 지난 1월 말 동광그룹 회장과 사장, 동광기연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인천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동광기연은 2014년에 남동공단에 있던 공장을 전북 익산으로 이전해 운영하다 1년 만에 다시 남동공단으로 이전했다. 지난해 1월 공장에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해 그해 4월 경기도 안산으로 공장을 또 이전했다.

고용불안을 계속 경험한 노조는 2015년 사측과 확약서를 작성해 공증까지 받았다. 확약서에는 ‘노조와 사전 합의 없이 공장 폐업, 법인 해산ㆍ청산, 정리해고를 시행하지 않는다’고 돼있다. 노사가 2015년에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매각ㆍ분할 등을 하고자할 때는 사전에 계약 내용을 조합에 공개하고, 계약 체결 과정에 조합의 참여를 보장한다.

회사는 70일 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협의해야한다. (회사는) 고용 및 근속년수 승계, 단체협약 및 노조 승계에 관해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있다. 갑작스럽게 매각하기 전, 회사는 노조에 계열사 수준으로 임금 삭감을 요구하기도 했다.

“회사가 임금 10% 삭감, 상여금 350% 반납, 연월차 반납, 학자금 지원 중단 등, 모든 후생복지 중단을 자구책으로 내놨다. 금액으로 따지면 1인당 1년에 1200만원이 줄어드는 요구안이다. 회사는 이 자구책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우리를 해고한 것이다”

동광그룹은 동광기연을 제외한 계열사 노동자들을 모두 파견노동자(비정규직)로 채용했다. 동광기연만 정규직이고, 노조가 있다.

“사측은 우리가 눈엣가시였을 거다. 사측이 내놓은 자구책이 현재 계열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이다. 노조에서도 물량이 줄어드는 것을 아니까 사측이 고용불안 없이 발전전망을 제시하면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해고를 택했다”

지난 16일, 검찰은 제3자 회계법인에 감사 보고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견을 노조에 전달했다. 사측이나 노조에서 추천한 회계법인이 아닌 중립적 입장의 감사 결과를 받아보겠다는 의도다.

“2월부터 매일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인천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동광그룹 회장과 사장, 동광기연 대표이사를 구속해 수사하라는 거다. 지난 2008년 회장이 비자금 조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검찰도 이 전력을 포함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합의서대로 계열사로 고용승계 하라”

▲ 김완섭 민주노총 금속노조 동광기연지회장.
노조는 1월부터 본사 앞에서 매주 월ㆍ수ㆍ금요일에 집회를 했다. 지노위 승소 이후엔 매주 수요일에만 하기로 했다. 장기전에 대비해 숨고르기를 하는 중이다.

“문자로 해고를 통보받은 62명 중 43명이 투쟁하고 있는데 이들은 끝까지 가겠다고 결의했다. 지노위에서 승소하고 정권도 바뀌면서 희망을 느낀다. 노조의 요구는 딱 한 가지다. 합의서대로 계열사로 고용승계 하라는 거다. 지난 15일 회사에 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지노위에서 승소해 부당해고임을 판정받았으니, 우리는 이 회사 소속 노동자 신분이다. 사측으로부터 19일 교섭하자는 연락이 왔다. 사측의 입장이 어떤지는 만나봐야 알 것 같다”

노조는 지난 6일 인천지방법원에 임금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했다. 회사와 체결한 단체협약에 ‘부당징계 시 초심 결과에 따라 즉각 원직 복직시키고 평균임금의 200%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어, 그걸 지급하라는 취지다.

“조합원들의 투쟁의지가 높아가는 것도 회사로서는 부담일 거다. 조합원들이 실업급여로 생활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투쟁하고 있다. 우리 조합원들이 연대하러 오는 동지들을 보면서 위로와 도움을 받았다. 외롭게 우리만 싸우고 있는 게 아니란 걸 느끼면서 우리도 동지들을 믿고 끝까지 가겠다는 각오를 하고 다른 투쟁사업장에 연대투쟁을 하러 다닌다. 자신밖에 몰랐던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졌다. 역시 투쟁은 살아있는 교육이다”

설날 연휴를 사흘 앞두고 해고된 조합원들은 준비 없이 바로 안산공장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회사가 전기를 차단해 추위와 싸우며 땅바닥에서 잘 때 가장 힘들었다는 김 지회장은 1월 말 본사 앞으로 농성장을 옮기면서 조합원들의 힘이 열 배 이상 생겼다고 덧붙였다.

“계양구 작전동 본사 앞으로 농성장을 옮기고 지역에서 연대하는 동지들과 가족들의 지지를 받으니 자신감도 생겼다. 포기하려는 조합원이 있었는데 ‘억울해서 못나가겠다. 청춘을 바쳤는데 명절도 못 지내고 우리를 쫒아낸 사람들이 벌을 받게 끝까지 싸우겠다’고 하더라”

연대하는 사람들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노조가 탄탄한 조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있다.

“당시 노무관리를 담당했던 사람이 해준 말이 있다. 2014년 익산으로 공장을 옮기면 조합원들이 그만둘 줄 알았는데 그만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익산에 있는 다른 계열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려하니까 회사에서 겁을 먹고 다시 인천으로 왔다고 하더라. 얼마나 노조를 혐오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 노조의 조직력은 연대투쟁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연대투쟁을 했고, 지금은 품앗이처럼 우리가 도움을 받고 있다. 연대투쟁은 당연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지회장은 “6월부터는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정치권이나 검찰 또는 노동청, 종교계 등 다방면으로 더 넓게 움직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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