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을 나간 산업체에서 성추행을 당했던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이 자신을 성추행한 업체 사장을 처벌해달라는 진정서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했다. 아울러 졸업한 학교와 취업부장교사, 시교육청 담당 장학사를 처벌해달라는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냈다.

이 졸업생이 현장실습 도중 당한 성추행과 그 일로 현장실습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왔을 때 겪은 수모는 <인천투데이>의 보도로 알려졌다. 당시 ‘업체 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알렸지만, 취업부장교사의 반응은 오히려 사장을 두둔하는 식이었고, 학교당국은 학교로 돌아온 학생에게 참을성과 인내심이 부족하다며 ‘훈화교육’을 시켰다. 훈화교육은 신문기사를 베끼는 것이었다.

이 졸업생은 <인천투데이>의 보도 후 인천지역 청소년인권단체와 여성단체 등의 도움으로 사건이 발생한 지 8개월이 지나 문제 해결에 나서는 용기를 냈다. 억울함도 있었겠지만, 자신과 같은 상처를 입을 수 있는 후배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학교당국과 시교육청이 뒤늦게 이 성추행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뒷북치기라는 비판을 넘어 면피에만 급급한 행위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학교당국은 성추행 사건을 인지하고도 관련기관에 바로 신고하지 않은 게 걸렸을 테고, 시교육청은 이 사건 보도 후 한 달이 넘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걸렸을 것이다. 여성단체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서야 경찰에 신고했으니,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여길 만하다.

엘지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특성화고교 현장실습생이 업무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나 현장실습생 성추행은 특성화고교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낸 대표적 사건이다. 학교와 담당교사가 학생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학생의 호소에 귀를 닫았다. 학생들의 인권과 장래보다는 취업률을 중시하게 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했다.

지난 10일 새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며 로드맵을 구체적 방안까지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고, 공항공사 사장이 ‘공항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한 것이 장안의 화제가 됐다. 취임 직후 문 대통령의 강한 문제해결 의지와 파격적인 행보가 신선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성화고교 현장실습 정상화 조치 등, 교육계에도 신선한 개혁의 바람이 빨리 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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