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숨진 전 면장 ‘지원금 달라’는 민원에 시달린 듯

지난 3월 16일 오전 옹진군 영흥면사무소 관사 뒤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전 영흥면장 A씨한테서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영흥화력발전소의 지원금(연간 1억 5000만원) 사용방안을 두고 영흥면 내 이익단체들의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 2014년에 사무관으로 승진한 뒤 지난해 6월까지 덕적면장을 지냈고, 7월에 고향인 영흥면의 면장으로 부임했다. A씨는 성품이 강직해 면사무소 직원들과 주민들의 신망이 두터웠다고 한다.

A씨는 숨진 채 발견되기 이틀 전인 14일 오후 5시 영흥면사무소에서 이장단 회의를 주재했다. 평소 같으면 이장단 회의를 마치고 이장단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데, 이날 그는 다른 약속이 있다며 이장단 회식을 부면장에게 맡겼다.

부면장은 “선약이 있다면서 제게 맡기고 먼저 가셨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하지 않았다. 쉬는가보다 했는데, 오후에도 안 보여 직원에게 저녁에 관사에 가보라고 했다. 그런데 관사 문이 잠겨 있어서 확인하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제가 관사로 가보니 관사 출입문 앞 소나무 아래에 목을 맨 채 엎드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14일 이장단 회의에 참석한 이장 B씨는 A씨가 약속 장소로 가기 전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공적인 사업에 사용하겠다’는 뜻을 이장들에게 강조했다고 했다. B씨는 “면장이 ‘이 돈은 공적인 사업에 쓸 계획이니 이장님들도 그리 알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4일 저녁 용담리의 한 가게에서 영흥면 농업인단체 관계자들과 술자리를 했다. 이들 또한 다른 이익단체처럼 A씨에게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4일 저녁 약속을 마치고 운전기사가 데려다 줘 저녁 9시 반 무렵에 관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부검에서 타살 흔적이 보이지 않자 자살로 결론을 냈다.

영흥사회복지협회 운영비 논란 일자, 올해부터 지원 중단

A씨의 죽음이 전적으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둘러싼 민원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순 없지만, 그가 민원에 시달렸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영흥화력발전소는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며, 발전(發電) 과정에서 시멘트 원료로 사용되는 석탄회(정제회, fly ash)가 발생한다. 영흥화력발전소는 2007년에 한국기초소재와 10년간 공급계약을 맺고 석탄회를 판매했다.

영흥화력발전소와 한국기초소재는 6대 4의 비율로 매해 1억 5000만원을 영흥면에 지원하기로 했다. 영흥화력발전소는 지역주민 간 반목과 알력을 피하고자 2008년부터 사단법인 영흥사회복지협회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영흥사회복지협회는 영흥화력발전소의 지원금을 받아 노인복지사업을 펼치기 위해 2007년 10월에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발전소에서 1년에 1억 5000만원(월 1250만원씩 지급)을 받아 영흥면 내 독거노인 50~60가구에 주1회 밑반찬(1회에 3~4찬)을 지원하고, 면사무소와 보건소 방문 시 교통편의를 제공했다. 아울러 심부름 등의 서비스도 제공했다.

하지만 지원금 1억 5000만원에서 인건비 등, 협회 운영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70%로 높고, 지원 목적으로 쓰이는 돈이 적어 지역주민들의 체감도가 낮다고 판단한 영흥화력발전소는 올해부터 지원을 중단했다. 그 후 지난 3월 협회는 청산했다.

영흥화력발전소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석탄회를 매입하는 업체가 바뀌었고, 영흥사회복지협회는 계속 지원을 요청했다. 그래서 내부 결재를 위해 영흥사회복지협회에 사업 내역서를 요청했다”며 “그런데 내역서를 보니, 인건비 등 운영비에 70% 이상을 지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는 지원이 어렵다고 협회에 알렸다”고 말했다.

영흥화력발전소는 그 뒤 지원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려고 영흥면사무소와 지원방안을 협의했다. 영흥화력발전소는 “지난 3월 8일, 지금은 고인인 면장 A씨를 면담하고, 지역 지원 사업 위탁운영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 뒤 A씨는 이 지원금을 달라고 요청하는 이익단체들의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흥화력발전소는 영흥면과 협의해 이 기금을 영흥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지원하고 있다.

“발전소 지원금 서로 차지하려고 단체 간 이전투구”

청산한 영흥사회복지협회 관계자는 운영비 과다 지출에 따른 지원 중단과 관련해 인천시에 모든 사업 보고서를 제출했고 법적으로도 문제될 게 없는데, 영흥면 내 이익단체들이 서로 지원금을 차지하려다보니 자신들의 운영비 지출이 지원금 중단의 구실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업 특성상 모두 인력이 투입되기에 필수 운영비는 불가피한 사항이다. 이런 걸 제외하고 지원금 중 운영비 비율만 따지다보니 과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원금을 더 많이 받았다면 운영비 비율은 당연히 줄어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영흥사회복지협회가 지원을 받고 있을 때도 이를 중단시키고 가져가려는 단체가 있었고, 심지어 나눠쓰자는 단체도 많았다. 이 돈을 차지하기 위해 청년회ㆍ이장단ㆍ농업인단체 등, 숱한 이익단체들이 이전투구를 했다”며 “운영비 논란은 우리의 재계약을 막고 다른 단체들의 지원금 수령을 위한 하나의 구실로 활용된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관계자는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기부금의 70% 이상을 운영비에 사용하면 위법이다. 영흥사회복지협회의 경우 70% 이상을 운영비에 사용했다. 하지만 사단법인으로 민법 적용을 받기에, 지원금의 70%를 운영비에 사용하든, 80%를 사용하든 그게 위법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영흥화력발전소 기부금의 경우 사업 목적의 지정기탁이 가능하기에, 발전소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시에 보고서를 제출해도 통장 지출내역까진 모른다. 또, 시 예산을 지원한 게 아니니 요구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발전소는 요구할 수 있다. 9년간 지원해놓고 이제와 문제라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거기다 자기가 할 일을 면사무소에 떠넘기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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