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주민 무시 막가파 행정의 전형”
동구, “무단 사용, 계고 없이 철거 가능”
지난 24일 오전 10시 30분 무렵, 동구청 현관 앞에 모인 주민 30여명이 외친 구호다.
동구 배다리마을 주민모임인 배다리역사문화마을위원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지난 21일과 22일 일어난 동구(구청장 이흥수)의 배다리 생태놀이시설 철거를 강하게 항의했다.
배다리역사문화마을위원회의 주장을 정리하면, 지난 21일 오전 구청 직원 20여명이 배다리 마을 생태놀이 숲으로 갑자기 몰려와 이곳에 있던 놀이시설물들을 해체해 트럭에 실었다. 이를 목격한 일부 주민이 구청 직원들을 막아섰고, 이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합류해 항의하자, 구청 직원들은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이날 오후 주민들은 이흥수 동구청장과 면담하기 위해 구청을 찾아갔다. 비서실장이 ‘구청장이 없다’고 해, 구청장 대신 도시국장을 면담하려했다. 그런데 구청장이 집무실에 있다는 걸 확인했고, 복도에서 구청장을 기다렸다. 그러나 구청장은 오후 6시 퇴근시간이 되자 주민들을 외면하고 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퇴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1시 30분 쯤 구청 직원 10여명이 생태놀이 숲으로 다시 와 남은 시설을 철거해 트럭에 싣고 갔다.
이에 대해 배다리역사문화마을위원회 관계자는 “생태놀이 숲은 ‘꿈꾸는 놀이동산’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예술인들과 주민,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 놀이터 전문가들이 함께 진행한 배다리 생태마을 공동체 기획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다”라며 “개장 이후 동네 아이들은 물론, 동구 관내 초등학생들과 배다리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인기를 끌며 동구의 주요 탐방코스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서 “구청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행정공백을 주민들과 문화 활동가들이 메워 자발적으로 가꿨다. 그 노력에 칭찬과 감사는커녕 직원들을 기습적으로 투입해 파괴한 것은 막가파 행정의 전형이며, 주민들을 향한 선전포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놀이동산은 모래놀이터ㆍ오르내림틀ㆍ외나무다리ㆍ해먹평상ㆍ나무계단ㆍ사각시소ㆍ다빈치다리ㆍ징검다리ㆍ기우뚱다리ㆍ짝꿍벤치ㆍ넝쿨터널ㆍ놀이벤치ㆍ차임벨ㆍ불록상자 등의 놀이시설을 갖췄다.
배다리역사문화마을위원회 관계자는 “놀이시설을 만든 주체가 엄연히 있음에도 사전 통보 없이 저지른 행위(=철거)는 폭력과 불법이며, 엄연한 사유재산 침해다. 우리는 법적 책임을 물어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라고 한 뒤 “이흥수 구청장은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사과한 후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생태놀이시설을 파괴하는 데 가담한 직원들도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더불어 시설물을 무단 훼손하고 절도한 관련 공무원들을 형사 고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구 담당부서 팀장은 “도로법상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시설의 경우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기에, 놀이시설 철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민원을 수차례 받았다”고 덧붙였다.
배다리역사문화마을위원회가 주장하는 ‘사유재산 침해’와 관련해선 “전임 구청장과 구두로 ‘도로가 나기 전까지 사용하기로 했다’고 (배다리역사문화마을위원회는) 주장하는데, 문서 또는 정식으로 합의한 증거가 없다. 공유지를 사용하려면 사전에 승낙을 받아야하는데 그 절차를 어겼기에 계고하지 않고 바로 철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