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으로 전체 매입은 포기…캠퍼스 무산 근본책임은 ‘한진’

검찰, 시민단체 고발 다음날 바로 검사 배정

송도캠퍼스 부지 부분 매입을 요청하던 인하대학교(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가, 시민단체가 ‘인하대 한진해운 부실채권 130억원 손실’에 배임 혐의를 적용해 조양호 이사장과 최순자 총장을 검찰에 고발한 다음날 바로 송도캠퍼스 땅값 1차분을 납부했다.

인하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체결한 토지매매계약에 따라 송도캠퍼스 부지 매입비 잔액 중 1회 납입 분(=약 594억원 중 59억 4000만원)을 지난 19일 납부했다고 밝혔다.

인하대는 지난 2010년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전체 부지 매입비 1076억원 중 482억원을 납부한 상태였다. 잔액 594억원은 이달 19일부터 6개월마다 10%씩 분납하는 것으로 했다.

그러나 최순자 총장은 지난해 7월 기자회견을 열고 송도캠퍼스 부지 6만 8000평(약 22만 4000㎡) 중 2만 9000평(약 9만 5000㎡)만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매입하겠다고 한 토지 면적은 인하대가 기존에 납부한 땅값 만큼이다.

인하대가 이번에 10%를 냈지만, 전부를 매입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기한 안에 납부하지 않을 경우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 107억원을 물어주게 돼있어 우선 급한 불을 끄겠다는 심산일 뿐, 여전히 부분 매입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하대가 이번에 땅값을 낸 것은 궁지에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하대 교수회와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 대학노동조합 등은 지난 5일 최 총장에게 ‘한진해운 부실채권 매입 130억원 손실’ 사태와 ‘비민주적 대학운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달 말까지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다 시민단체는 ‘130억원 손실’과 ‘인하공전 교비 부정지출’ 사건의 책임을 최 총장과 조양호 이사장에게 물어, 인천지방검찰청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인천지검은 이례적으로 다음날 바로 담당검사를 배정해 조사에 착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땅값을 안 내 계약 파기로 송도캠퍼스까지 물거품이 되고, 위약금까지 물어 줄 경우엔 격랑으로 더욱 빠져드는 만큼,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시간을 벌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인천경제청, ‘계약대로 전체 매입해야’ 입장 재확인

인하대는 지난해 7월부터 줄곧 부분 매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인하대의 부분매입을 계약 위반으로 규정했다.

계약에 부분 매입이 가능한 조항이 없는 데다, 이미 장기 분할납부로 혜택을 준 상황이었다. 게다가 부분 매입을 수용할 경우 토지이용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인천경제청은 인하대에 공문을 보내 ‘기한 안에 약정한 대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미납 시 계약 위반으로 간주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전체 땅값의 10%인 107억원을 위약금으로 물게 하고, 땅도 환원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 19일이 1차 납부기한이었는데 이날 안 낸다고 해서 당장 계약이 파기되는 것은 아니었다. 경고 후 3개월 뒤에도 납부하지 않으면 계약이 파기된다.

즉, 인하대 입장에선 7월 19일 전에 납부하면 됐다. 하지만 학교 구성원들이 총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검찰에 고발된 상황에서 납부하지 않을 경우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파악된다.

인하대는 1회 납부기한이었던 지난 19일 약 71억원을 납부했다. 토지대금 잔액의 10%인 59억 4000만원에 나머지 잔액의 이자 11억 9000만원을 합한 금액이다.

인하대 관계자는 “인하대는 송도캠퍼스 부지 매입비 1차분을 계약에 따라 오늘 납부했다”며 “향후 부분 매입을 포함해 인천시와 상호이익이 증진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하대 ‘부분 매입’ 의사 여전, ‘무산 위기’도 여전

이처럼 인하대는 부분 매입 입장에 변화가 없다. 인하대는 시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계약대로 이행하라는 게 인천경제청의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인하대의 부분 매입 요청에 대해 시가 송도에 있는 인천글로벌대학캠퍼스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이 문제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월권 논란과 함께 특혜와 위법 시비가 일고 있다.

시는 최근 인천경제청 관계자를 불러 인하대의 부분 매입 요청을 수용했을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점검했다. 그리고 대안으로 인천글로벌대학캠퍼스를 사용하는 방안을 인하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대가 송도에 보유하고 있는 재산 가치는 송도캠퍼스 땅값 기존 납입분에 해당하는 약 700억원과 송도지식정보단지 내 교육연구 부지(1만평) 500억원을 합한 약 12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글로벌대학캠퍼스 위법 논란 불거지자 ‘발뺌’

시는 인하대의 부분 매입 요청을 수용할 경우 토지이용계획을 다시 수립해야하는 등, 절차가 복잡한 만큼, 차라리 다른 부지를 대체 캠퍼스로 제공하고 송도11공구를 직접 개발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보고 인천글로벌대학캠퍼스를 사용하는 것을 인하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인천경제청의 유권해석이다. 우선 글로벌대학캠퍼스는 경제자유구역특별법에 따라 외국교육기관과 연구기관 유치를 위해 국비 지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이곳에 인하대가 들어설 경우 특혜시비가 발생한다.

두 번째는 글로벌대학캠퍼스의 땅과 건물은 시의 행정재산이다. 인하대가 이 땅과 건물을 사용하려면 시가 매각하거나 분할해야한다. 그러나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르면 행정재산은 공공의 목적으로만 분할 또는 매각이 가능하기에, 사립대학에 매각은 위법이다.

이처럼 특혜시비와 위법 논란이 불거지자, 시는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시 관계자는 “인하대의 부분 매입 요청을 수용할 경우 어떻게 되는 것인지, 인천경제청의 의견을 들었을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송도캠퍼스 무산 위기의 근본책임은 ‘한진’

인하대가 부분 매입을 요청하는 것은 토지매매계약과 매입의 주체인 정석인하학원이 송도캠퍼스에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법인이 재정을 지원하지 않으니, 인하대는 기존에 냈던 땅값만큼만 확보하는 것으로 퉁 치려고 하는 속셈인데, 인천경제청 입장에선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인하대가 그동안 납부한 땅값은 인하대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것이지, 정석인하학원에서 지원한 것은 한 푼도 없다. 이뿐만 아니라 인하대 재단(=한진)전입금 규모는 인하대 전체 재정의 2.9%(약 80억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사립대학 154개의 평균 5.1%(약 14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즉, 인하대 송도캠퍼스가 물거품 위기에 처한 가장 근본적인 책임은 정석인하학원, 바로 한진그룹에 있다. 인하공전 교비 부정 지출과 인하대 130억원 손실로 검찰 조사를 앞둔 한진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학교 구성원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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