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고정임 인천요양보호사협회 회장

<인천투데이>은 올해 새로운 코너로 ‘현장 속으로’를 마련했다.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애환과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인천요양보호사협회(이하 협회)는 지난달 말 ‘요양보호사의 임금을 삭감하고 근로조건을 후퇴시키는 3ㆍ4등급 방문요양 1시간 단축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올해 개정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방문요양서비스 시간이 하루 1시간 단축돼 요양보호사들의 실질임금 20% 삭감으로 월평균 급여가 50만원도 안 될 것이라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지난해 월평균 근로시간은 76시간, 급여는 57만원이었다.

지난 3일 고정임 협회 회장을 만났다. 고 회장은 재가장기요양과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 ‘인천나눔돌봄센터’ 센터장이기도 하다. 요양보호사로서 현장에서 4년간 일했던 고 회장한테서 개정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문제점과 요양보호사들의 애환을 들었다.

제5의 사회보험인 노인장기요양보험

▲ 고정임 인천요양보호사협회 회장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ㆍ국민연금ㆍ고용보험ㆍ산재보험에 이은 제5의 사회보험으로 불리는 사회보장제도다.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이 신체활동이나 가사활동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장기요양급여로 제공받는 것으로 2008년 7월부터 시행됐다.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으려면 우선 등급을 판정받아야한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중 만65세 이상, 또는 만65세 미만이라 하더라도 치매나 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 질병을 갖고 있다면 등급 판정 절차를 거쳐 1~5등급을 받으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 회장이 센터장으로 있는 인천나눔돌봄센터는 방문요양을 원하는 수급자에게 요양보호사를 파견하는 곳이다. 방문요양이란 등급을 판정받은 수급자 가정에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요양보호사가 방문해 목욕 등 신체활동 지원, 인지자극활동 등 인지활동 지원, 말벗이나 격려 등 정서 지원, 식사 준비나 청소ㆍ세탁 등 가사와 일생생활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가자격증을 갖고 있는 요양보호사는 전국에 약 120만명이고,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약 31만명이다. 이들 중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가 86%이다. 방문서비스를 받을 경우 비용의 15%는 자부담이고, 나머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한다.

바뀐 제도,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 모두 불만

올해 1월에 개정돼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변경된 핵심 내용은 방문요양을 하는 요양보호사가 하루 4시간 서비스를 총20회 제공해 월 80시간 근무하던 것에서 하루 3시간으로 1시간을 축소해 월 60시간 근무하게 한 것이다.

고 회장은 “서비스 시간 축소로 요양보호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만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제도 변경 전에는 하루 4시간 20일 근무하면 월 71만원 정도 받았다. 하루 3시간씩 근무하면 월 57만원 정도 받는다. 수가가 인상됐지만 실제 급여는 20% 삭감된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제도를 변경해 서비스 시간을 조정함으로써 다양한 장기요양 재가서비스를 균형 있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를 두고 고 회장은 “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과 보호자가 시간을 나누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도 문의를 했는데 ‘해당 분야 전문 박사와 통계를 조사하고 보호자와 수급자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결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일주일에 몇 번씩 병원에 가는 수급자가 많다. 그때 요양보호사가 같이 가는데 4시간을 이용해 다니다 3시간만 보험 혜택을 받아, 별도로 1시간 당 1만원(=가사도우미의 1시간당 평균 급여)의 비용을 수급자가 부담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는 보호자는 한 달에 13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되는데, 병원 갈 때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는 건 이들에게 큰 부담이다”라고 반박했다.

고 회장은 요양보호사들의 근로조건은 더 열악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년간 하루 4시간 서비스에 서로(요양보호사와 수급자) 익숙해졌다. 3월부터 하루 3시간으로 축소됐지만 하던 일을 안 할 수 없어 요양보호사들은 4시간에 하던 일을 3시간에 맞추느라 일의 강도가 엄청 세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루에 3시간씩 월 27회까지 서비스 이용횟수를 늘릴 수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수급자는 하루 3시간씩 월 20회를 이용한다. 월 60시간 일하는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자는 4대 보험 가입과 퇴직금 지급이 의무다. 하지만 하루 3시간씩 월 60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요양보호사를 파견하는 기관에서 4대 보험 가입과 퇴직금 지급을 하지 않으려고 월 59시간만 계약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고 회장은 “남구지역에 있는 센터로 취업하려는 요양보호사가 우리 협회로 상담하러왔다. 세 군데를 찾아갔는데 모두 월 59시간이나 59.9시간을 일하라고 했단다. 하루 4시간씩 월 80시간 일했을 때는 이런 문제가 전혀 없었다. 이런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좋은 돌봄’을 하려고 만든 인천나눔돌봄센터

▲ 인천요양보호사협회 회원들은 지난 4월 1일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치르는 장소 앞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다.
고 회장은 요양보호사로 일하다가 지난 2009년 인천여성회에서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나름 정성을 다해 소신껏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우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고 회장은 몇 사람과 뜻을 같이 해 행복한 일자리를 만들어보자고 결심, 2014년 4월 협동조합인 인천나눔돌봄센터를 설립했다. 건강한 일터, 바른 돌봄, 즐거운 성장을 지역 안에서 함께 실현하기로 한 것이다.

“센터장이 되려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야한다.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과 컴퓨터 활용 공부를 했다. 거기에 협동조합 공부까지, 정말 쉽지 않았다. 요양보호사로 일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센터장으로서 수급자와 요양보호사 간 분쟁이 생기면 조정하기가 쉽다. 협회 회장까지 겸직하다보니 요양보호사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돈 벌려고 센터를 만들지 않았다. 요양보호사들이 안정된 일자리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었다. 몇몇 센터에서 부정 수급한 사례가 발생해 불신의 눈초리가 있는데, 우리 센터는 부정 수급 없는 바른 일자리를 만들려한다”

지난 2015년 12월 남동구의회 의원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구속되고, 구의회에서 제명된 일이 벌어졌다. 이 구의원은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면서 허위로 서류를 꾸며 노인장기요양 급여 총1억 7400만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했다.

이와 관련해 고 회장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고 제공받지 않았는데 제공하고 제공받은 것으로 요양보호사와 수급자의 이름을 서류에 올려 건강보함공단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 요양보호사와 수급자에겐 선물을 줬다. 내 경험에 의하면 서비스보다 돈이 필요한 수급자와 보호자가 많다. 그래서 센터의 유혹에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센터장이기에 제도 변화나 정부정책을 빠르게 알 수 있어 요양보호사에게 발생하는 문제도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양보호사의 임금에 처우개선비 항목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것을 주지 않는 센터가 많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승조 의원과 간담회를 한 적이 있는데, 처우개선비를 센터에 지급하지 말고 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보호사에게 직접 주라고 제안했다. 우리가 요구한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임금명세표에 처우개선비 항목이 포함돼 조금 개선되긴 했다”

수급자와 보호자에게 존중받을 때 보람 느껴

협회는 몇 년간 준비위원회로 활동하다가 지난달 정식 출범했다. 현재 비영리단체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박원순 시장의 중점과제 중 하나인 ‘취약노동자 권익보호’에 근거해 지난 2013년 ‘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이처럼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인천지역 요양보호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신장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협회 회원들이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도 많지만, 근무환경이 열악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센터에서 일 잘하기로 소문난 회원이 있는데 서비스를 받던 어르신이 병원에 입원해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가사도우미로 일했다. 장애인 활동보조인은 수급자가 장기입원을 하더라도 한 달까지 일할 수 있는데, 요양보호사는 무조건 중단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병원에 가는 서비스를 적절하게 연결한다면 어렵게 간병인을 구하지 않고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어 수급자도 좋고 요양보호사도 단기실업에 대한 고민이 줄어든다. 단기실업 문제 해결이 급하다”

친정아버지의 암 투병 경험으로 요양보호사의 일을 시작했다는 고 회장은 보호자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신뢰와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을 때 흐뭇하다며, 요양보호사 활동의 목적은 ‘어르신 케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 회원의 사례를 들려줬다.

“신장 투석을 주3회 하던 노인이 있었다. 보호자는 새벽에 출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일상에 지친 가족들은 노인의 병수발까지 해야 해, 가족끼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 무얼 도와드리면 좋아할까를 고민하다 주1회 책을 같이 읽었고, 노인은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가족끼리 사이도 좋아졌다”

하지만, 97%가 중년여성인 요양보호사들은 성희롱과 성폭력에 노출돼있다.

“보호자인 50대 아들과 단둘이 살던 수급자가 있었다. 아들은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고, 화장실에서 나올 때 일부러 지퍼를 올리지 않고 나오기도 했다.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해야 할 일이 많은 협회는 일단 지난달부터 시행된 방문시간 1시간 단축에 대해 요양보호사들과 센터들의 입장을 취합하는 설문조사를 할 예정이다. 그 결과를 가지고 기자회견을 할 계획도 세웠다. 7월 1일 요양보호사의 날을 맞아 국회의원과 토론회를 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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