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담당 선생님의 추천으로 한 업체에 현장실습생으로 들어갔다. 전공 학과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고, 가자마자 배운 일은 물품단가를 허위로 장부에 작성하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버티려했는데, 사장이 성추행을 했다. 몇 번 참았지만, 계속되는 성적 수치심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학교에 알렸다. 그날 바로 취업담당 선생님이 사장을 만났다. 그런데 선생님은 ‘성추행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한다’며 ‘앞으로도 안 하겠다고 하니 참아보자’고 했다”

“학교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전공과 상관없어도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현장실습생을 보내준다. 어떤 학생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 현장실습을 가기도 하고, 심지어 위장취업을 하기도 한다. 친구들 중 가장 먼저 현장실습을 나간 게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친구다”

엘지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생이 업무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후 현장실습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인천투데이>이 인천지역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만난 현장실습생과 졸업생이 들려준 이야기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특정 회사나 특수한 환경에 적합한 기술을 훈련시키는 것을 ‘기능훈련’, 비슷한 기능이어도 보편적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 ‘기능교육’이라고 구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직업훈련원이나 직업전문학교와 같은 곳은 기능훈련에 적합한 훈련과정을, 특성화고는 기능교육의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편성해야한다. 그러나 이런 구분이 특성화고 직업교육정책에서 사라지고 있다.

현장실습제도는 1960년대 공업계 고교의 실습환경이 사업체 환경을 따라 갈수 없는 상황에서 기능교육을 산업체 현장에서 완성하자는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시행한 것에서 비롯했다. 지금도 ‘기능교육을 완성하기 위한 실습’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습생이 산업현장에서 일반노동자들과 동일한 노동을 하는 것이 교육이라 말할 수 없지 않은가? 현장실습생은 노동자로서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의 탈을 쓰고 싼 값에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밖에 더 되는가? 교육당국이 답해야할 질문이다.

또한 현장실습생이 부당한 대우와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현실에서, 노동자로서 보호받아야한다는 현실적 목표가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기본 목적을 퇴색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특성화고 학생들은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하지 않고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학습권을 포기당하고 있다. 교육도 노동도 아닌 현장실습을 이대로 둘 건지, 교육당국이 그 답을 더는 미루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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