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문 전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 (사)인천사람과문화의 ‘인천마당’서 강연

민과 관의 협치가 제대로 되려면, 민의 대표로 참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권위의식과 도덕적 우월성을 내려놓아야한다. 관은 (행정의) 우월의식과 피해의식을 버려야한다. 그래야 경계를 낮추고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

박상문(사진) 전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회장이 지난 3월 27일 저녁 부평아트센터 2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사)인천사람과문화의 ‘50회 인천마당’에 강사로 나와 한 말이다.

박 전 회장은 ‘모두를 위한 문화, 인천’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강연 제목은 지난해 말 박 전 회장이 지역 언론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펴낸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박 전 회장은 문화단체 활동뿐만 아니라, 인천의 여러 현안 해결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아래는 박 전 회장의 강연 내용을 요약해 정리한 것이다.

문화란 자신이 있는 곳에서 농사짓듯 만드는 것

▲ 강연 중인 박상문 전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
송도와 청라국제도시를 연결하기 위해 동구 배다리를 관통하는 도로를 뚫겠다는 인천시의 계획에 맞서 배다리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싸웠다. 결국 관통도로 계획은 철회되고 주민들은 그곳을 경작했다.

문화(culture)라는 말은 경작이나 재배 등을 뜻하는 라틴어 ‘colore’에서 유래했다. 자신의 공간에서 삶의 욕구를 발현하는 과정을 문화라고 얘기한다. 거대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국민이 수동적으로 기쁨을 느끼는 게 아닌, 국민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배다리 문화마을로 설명하고자 했다.

얼마 전에 창작공간을 만드는 바람이 일었다. 내가 속해 있던 지역문화네트워크에서 부산 국제시장 원도심에 창작공간을 만들 것을 지방정부에 제안했다. 그리고 부산의 ‘또따또가’를 조성했다. 3억원을 투자해 단체 22개, 321명이 입주했다.

서울도 동네마다 창작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천아트플랫폼도, 조성비용 230억원으로 총29명이 활동하고 있다. 활동인원과 비용 차이가 크다. 가성비로 봐서 바람직한 곳은 부산이다. 부산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많이 찾아간다.

인천도 원도심을 활성화해 부산처럼 할 수 있다. 창작공간뿐만 아니라 문화시설이나 시스템을 제안할 때, 예술가나 시민이 함께해야한다. 관은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보면서 많은 예술가가 혜택을 받게 하는 걸 늘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반면, 시민을 불행하게 만든 인천시 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월미은하레일이 있다. 내가 2010년에 <인천일보>에 칼럼을 썼다. 요지는, 처음 계획이 이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해반문화사랑회에서 지역을 사랑하고 문화를 애호한다는 사람들이 중구 개항장 일대와 월미도 활성화를 논의하다가 노면절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시작한 거였다.

그런데 갑자기 2007년에 안상수 전 시장이 사업의 내용을 바꿔 월미은하레일을 얘기했다. 지역에서 찬반이 있었지만, 나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묵과한 지역 오피니언 리더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안 전 시장의 독단적인 행동을 막지 못했다.

이런 것들이 많다. 서구에 있는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은 인천시의 열악한 재정 원인의 주범이다. 안 될 것을 알면서 눈감아준 사람들이 있어서다.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육·해·공이 다 있는 인천의 미래

유정복 인천시장이 당선되고 6개월 후 만났다. 유 시장한테 행운아라고 했다. 인천에는 무궁무진한 가치가 있는데 이런 곳에서 일하게 된 걸 축하한다고 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인천에는 육ㆍ해ㆍ공군에 해병대까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곳이 없다. 도시와 농촌, 어촌이 함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인천에는 검단과 강화의 농촌지역이 있으면서도 300만 도시이고, 해군이라 할 수 있는 항만과 공군이랄 수 있는 공항이 있다.

지난해에 인천시가 발표한 해양주권 내용의 일부를 보면, ‘도시와 항만이 조화로운 해양도시 건설’이라는 부분이 있다. 유 시장은 해양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정책화하려는 의지가 있다. 시정부가 해양의 미래비전 정책을 만든 건 긍정적으로 봐야한다. 시장이 바뀐다고 추진됐던 정책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민과 관의 거버넌스’의 중요성

1980년대 시민사회단체 활동의 중심은 민주화운동이었다. 시대가 변했다. 다양한 단체가 다양한 이슈로 활동한다. 이제는 시정부와 협치를 해야 한다. 내가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나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활동을 하면서 느낀 몇 가지를 공유하겠다.

엔지오(NGO)의 역할은 견제와 감시다. 최근에 많은 단체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있다. 비판과 감시 기능뿐만 아니라 정책을 제출하고 실현하기 위해 공무원과 소통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시민사회단체도 반성해야한다. 패권의식이 있고 조금 권위적인 모습도 있다. 왜 권위적인지 고민해봤더니, 도덕적 우월성이 있다. 도덕성은 중요하지만 우월성은 문제다. 거버넌스 과정에서 우월성을 버려야한다.

또한, 협치의 과정에서 공무원들은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놓으라’고 한다. 공무원을 설득하는 데 좀 더 합리성을 갖고 체계화된 제안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초창기보다 회원 수가 급감했다. 대중성을 강화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관의 역할과 과제도 있다. 관은 정책을 함부로 내서는 안 된다. 또한 새로운 거버넌스 파트너 만들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한다. 다양한 거버넌스 파트너가 있다.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행정서비스 효율화와 각 부문의 혁신적 지원을 위해 우월의식과 피해의식을 극복해야한다. 공무원사회는 내부 혁신이 잘 안 된다. 공무원은 엘리트집단이다. 이들이 시민행복을 위해 혁신해야한다.

모든 이를 위한, 모든 이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휴머니즘을 실현하는 이상향을 지향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버넌스 과정에서 항상 염두에 둘 것은 상호 독립성을 유지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소통이 지속되고 서로 존중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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