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공무원 어울림체육대회 개최ㆍU-20월드컵 티켓판매 할당’ 계획 논란
공무원노조, “체육대회 한 번으로 소통은 난센스…티켓 할당, 공무원 압박”
시, “시 공무원만으로 수정…티켓실적 점검 않겠다”

인천시가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행사를 연이어 계획하고 있어, ‘시대착오적 낡은 동원행정의 부활’이라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가 반발하고 있다. 구청장ㆍ군수들도 공무원 동원에 따른 반발을 우려했다.

시는 지난 3월 9일 ‘시와 군ㆍ구 공무원 어울림 체육대회’ 준비 회의를 열었다. ‘시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시와 군ㆍ구 상호 간 화합과 협력 강화를 위한 만남과 소통을 장을 마련해 공유ㆍ공감ㆍ공조하는 공직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게 취지다.

시는 이 ‘어울림 체육대회’를 6월 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구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참가인원은 5000명으로 시 공무원의 58%인 3400명, 군ㆍ구 공무원의 20%인 1600명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예산 8500만원이 잡힌 이 행사는 카드섹션 등의 개회식과 몸 풀기 체조인 에어로빅 외에 군ㆍ구별 장기자랑과 축하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이하 공무원노조)는 지난 3월 17일 ‘인천시는 시ㆍ군ㆍ구 공무원 어울림 체육대회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시가 일방적으로 계획한 체육대회는 개발독재시대에나 통용되던 시대착오적 낡은 행사”라고 규정한 뒤 “체육대회 한 번으로 소통한다는 발생 자체가 난센스(=터무니없고 어리석은 생각)다. 예전에도 시장의 정치적 필요로 단발적으로 진행됐지만 여러 부작용으로 중단됐다. 선거철이 도래하는 시점에 의구심이 가는 행사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민행정에 여념이 없어야할 공무원 5000명을 평일에 동원해 에어로빅, 카드섹션 등을 진행한다는 건, 시장의 지위를 이용한 강제동원령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시는 이뿐만 아니라,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코리아 2017(이하 U-20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공무원들에게 티켓 구입을 종용하거나 군ㆍ구 주민들을 동원하는 계획서를 제출해, 군ㆍ구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U-20 월드컵은 20세 이하 남자 축구선수들이 참여하는 세계 대회로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23일간 인천ㆍ수원ㆍ천안ㆍ제주ㆍ전주ㆍ대전 등, 6개 도시에서 경기가 열린다. 인천에서는 5월 22ㆍ25ㆍ27일에 조별 예선이 2회씩 총6회 열리며, 6월 1일에는 16강전이 2회 치러진다.

시는 지난 3월 9일 시 관계자 회의에서 전 직원 ‘1인 1티켓 구매’ 협조와 상반기 체육의 날 행사 시 경기 관람으로 대체할 것을 협의했다. 또한 군ㆍ구별로 경기 관람 일을 정해 공무원과 시민, 시민서포터스 동원을 유도했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20일 두 행사를 담당하는 시 관계공무원들과 면담했다. ‘U-20 월드컵’과 관련해 공무원노조는 “개최 도시의 공무원으로서 행정적 지원은 가능하나 업무적 연관성이 있는 단체에 티켓판매 할당량을 정하는 것은 공무원들에게 압박이다”라고 문제제기했고, 시 담당자는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티켓판매 임무까지 완수해야한다는 판단에 계획서에 넣었다. 티켓판매 관련 실적 점검은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울림 체육대회와 관련해서 공무원노조는 “과중한 업무로 주말에도 출근하는 현장 공무원의 실정을 생각한다면, 시가 행사 동원이 아니라 각 군ㆍ구 공무원 정원을 늘리려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며 “남동구의 경우 소래포구 화재 발생으로 자칫 주민들에게 재난 속에서 공무원들만의 축제로 비칠 수 있어, 체육대회 진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시 담당공무원은 “체육대회는 확정된 일정이 아니다. 시 예산이 세워진 만큼 군ㆍ구의 참여가 없더라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노조에서 의견을 주면 소통과 협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시 총무과 담당공무원은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지난 3월 20일 시장ㆍ군수ㆍ구청장 정례회의에서도 많은 군수ㆍ구청장이 대통령선거가 끝나자마자 공무원을 동원하면 반발이 있을 것이란 말을 했다. 최종 결재는 승인이 안 났지만, 시 담당자들은 예산과 내용 면에서 시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체육대회를 하려고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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