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으로 ‘광장, 그 이후’와 ‘故 조영관 10주기’ 다뤄
5월 9일 ‘장미 대선’을 이끌어낸 촛불집회의 ‘광장’에 주목해 ‘광장, 그 이후’를 특집으로 기획하고 오길영ㆍ이인휘ㆍ박점규의 글을 실었다.
광장은 밀실과 대척점에 자리하며 열린 공간을 상징하지만, 점거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획일적이고 폭력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촛불집회가 명예혁명으로 가는 과정인 탄핵 결정은 광장의 주인이 시민임을 선언한 판결이다. ‘이질적인 목소리들’이 모여 왁자지껄 주권을 실현하고 ‘평등을 실험’하면서 민주주의의 내용을 채워가기 위해 ‘광장’은 물질로 가득 채워놓을 일이 아니라 언제나 ‘비어 있어야’한다.
고(故) 조영관 시인 10주기를 맞아 <작가들>은 또 하나의 특집을 마련하고 조영선ㆍ박일환ㆍ일곱째별의 글을 실었다. 인천의 공장에서 ‘광장의 정신’을 실현하고 싸워온 시인을 뒤늦게나마 발견하고 기리는 일은 ‘깨어 있는 삶, 깨어 있는 문학’을 지향하는 <작가들>의 정신에도 맞는 작업으로 의미가 깊다.
주위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도 노동현장의 공동체를 모색하고, 시를 갈고 다듬는 일에도 게으르지 않았던 고 조영관 시인의 생애와 작품론을 다루며 시인의 정신을 기리는 ‘조영관 창작기금’의 7회 수혜 작품을 실었다. 수혜자 일곱째별의 작품은 르포와 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촛불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아픔과 연대를 보여준다.
‘우현재(又玄齋)’엔 3ㆍ1운동 후 발행된 인천 최초의 문예지 ‘개척’을 조명한 함태영의 글을 실었다. 인천은 노동운동사적으로도 한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지만 문학적 성과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담ㆍ담ㆍ담’에는 1980년대 변혁운동 주역들이 민주화운동의 성지가 된 대학로 카페 ‘학림’에 모여 나눈 후일담을 실었다. 변화는 지난한 반복과정이다. 경제성장을 압축적으로 실현한 한국은 민주화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속도가 왜 재앙인지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멈출 수 없는 시스템에 휩쓸려 달려왔다.
이명박의 민주화 후퇴 정책에 이은 4년 재임 박근혜의 유신망령 굿판은,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역사가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된다던 맑스의 발화를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학습시킨 난장이었다.
‘르포’에는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와 신혜진의 르포를 실었다. 일본 사회의 차별과 혐오 문제를 민감하게 기록해온 야스다 고이치의 이번 글은, 현장성을 포기한 언론과 극우세력의 민낯이 어느 사회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신혜진은 세월호 참사 때 딸을 잃었지만 미디어에서 좀처럼 조명하지 않은 베트남 할아버지의 사연을 전했다.
‘문학’엔 밀도 있는 작품들을 담았다. ‘시(詩)’란은 정세훈ㆍ김주대ㆍ최종천ㆍ문계봉ㆍ조혜영ㆍ김명남ㆍ손병걸ㆍ김수상ㆍ전문영의 신작시를 선보였다.
‘소설’란에선 빛나본 적 없는 마이너리티로서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발광’ 주인공의 도덕적 불감증이나, 선택의 여지없이 안마사가 된 시각장애인이 타워크레인의 장기 농성자에게 보내는 공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식구의 일상에서 노인은 가고 아이는 태어나는 인간법칙에 ‘왕은 없다’는 박정윤ㆍ황경란ㆍ응우옌 후이 티엡의 단편은 삼인삼색으로 세상을 꿰뚫는다.
‘노마네’란엔 신민규의 동시와 안미란의 동화를 담았고, ‘비평’란에서 이재용은 1930년대 초 신문에 실린 글을 토대로 황순원의 숭실중학교 시절을 조명했다.
‘시선(視線)’에는 사라져가는 인천의 포구와 골목 풍경을 담은 고제민 화가의 작품을 실었다고, ‘서평’에는 양진채의 ‘변사기담’과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의 ‘인천문학전람’을 각각 양재훈ㆍ김시언이 읽고 소개했다.(구매 문의ㆍ032-876-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