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며 “헌재 재판관들이 200억씩 돈을 받았다는데, 어떻게 된 거야?”라고 묻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딱 잘라 말했다. 흥분한 탓인지 저절로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렇지? 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이른바 ‘가짜뉴스’다. 가짜뉴스가 이렇게 가까이 와 있는 줄 몰랐다. 나 역시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아직 가짜뉴스를 직접 전달받은 적은 없다. 오히려 ‘요즘 어이없는 이야기가 오간다’며 가짜뉴스를 조롱하는 글만 수차례 봤을 뿐이다. 엄마의 전화에 나는 심각해졌다. 칠순을 눈앞에 둔 엄마의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난 9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이 현상을 설명해주는 글이 올라왔다. 가짜뉴스가 우리의 기억을 어지럽히고 왜곡하는 힘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가 문제의 중심에 있었다.

 
2011년 이스라엘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에서는 지원자 30명에게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보여줬다. 지원자들은 다섯 명씩 나뉘어 영화를 시청했고, 며칠 뒤 개인적으로 주어진 질문에 답했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 참가자들은 다시 질문을 받았다.

연구진은 이번에는 ‘다른 참가자들의 답변’이라며 답안지를 보여줬다. 그러자 참가자의 70%가 ‘다른 참가자’의 대답에 동의했다. 사실 그 답안지는 조작된 것이었다. 연구진이 이 사실을 참가자에게 알려줬을 때, 60%는 원래 자신이 한 대답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10%는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정정하지 않았다. 일단 잘못된 정보를 접하면 이를 바로잡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2016년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진행한 실험은 사회관계망서비스 안에서 정보가 왜곡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실험 참가자 140명을 열 명씩 나눠 모둠별로 평화봉사단원에 대한 가상정보를 들려줬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따로 만나 각자 기억하는 가상정보를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자신이 속한 모둠 구성원들과 몇 분간 같은 주제로 온라인 채팅을 했다. 그리고 다시 참가자들을 개별적으로 분리해 처음 들었던 정보를 다시 떠올려보게 했다.

실험 결과, 모둠별로 평화봉사단원에 대해 기억하고 동의하는 내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이 진실과 다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모둠별 차이는 뚜렷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유도망각’ 때문이다. 정보 열 가지가 있을 때, 이 가운데 자주 언급되는 정보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져버리는 현상이다. 중요한 정보임에도 언급되지 않은 것은 쉽게 잊혀지고, 반대로 중요하지는 않더라도 자주 언급된 정보가 우리 머릿속에 남게 된다는 뜻이다.

특히, 그 정보가 외부인이 아닌 자신이 속한 그룹 내의 누군가로부터 자주 언급될 때, 유도망각 현상이 더 잘 일어난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이 바로 이런 경우다. 나와 가까운 이들, 그리고 그 지인들을 통해 만들어진 ‘약한 연결고리’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별다른 근거 없이 그들이 주는 정보가 다른 그룹의 정보보다 훨씬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짜뉴스인 경우에도 말이다.

연구진이 내놓은 해답은 한 가지다. 신뢰할 만한 정보를 계속 퍼트리는 것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앞서 잘못된 대답을 정정하지 않은 10%의 응답자들의 뇌 사진을 촬영해보니 자신의 잘못된 대답에 대한 확신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확신 없는 말의 울림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러니, 가짜뉴스를 마주했을 때, 절대로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올바른 정보가 무엇인지 분명히, 정확히, 확실히 밝혀야한다.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어떤 가짜뉴스가 우리를 뒤흔들지 알 수 없다. 말하지 않은 정보는 사라진다. 이 점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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