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미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장


“미국의 섬유 여성노동자들이 군인들에 맞서 10시간 노동제와 참정권을 요구하며 역사적인 가두시위를 벌인 날인 1908년 3월 8일로부터 유래된 ‘세계 여성의 날’이 올해로 99주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현재 이 땅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여성의 날이 나흘 지난 12일 십정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황영미 지부장(43)은 지금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이렇게 말했다.

황 지부장은 1987년부터 인천지역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던 중 1991년 인천여성노동자회(여노회)에 가입했다. 그 후 공장을 그만두고 IMF가 터진 97년부터 여노회에서 상담활동을 했다. 황 지부장은 그 당시의 끔찍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해고를 당한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의 상담 전화로 잠시라도 사무실을 비울 틈이 없을 정도였다. 50~6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식당일이라도 좋으니 제발 소개시켜달라는 하소연도 많았다”

IMF 이후 불어 닥친 정리해고와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로 이어지는 여성노동자들의 불합리한 현실에 대응하고 권리를 되찾기 위해 황 지부장과 여노회는 여성노조를 건설하기로 결심하고, 99년 70명의 조합원과 함께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를 설립한다. 초대 부지부장을 맡은 황 지부장은 2005년부터 지부장을 맡아 지금까지 3년째 이끌어 오고 있다.
그 사이 여성노조 인천지부는 690명의 조합원을 둔 조합으로 성장했고, 이는 그동안 조합원과 간부들의 피눈물 나는 투쟁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상담을 했던 인하대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선 투쟁에서 승리하고  6년 만에 모두 조합원으로 가입했을 때가 가장 큰 기쁨으로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 봄부터 진행했던 세큐리트(옛 한국안전유리)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선 조합원 모두가 해고를 당하는 큰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세큐리트 여성노동자들은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소모임을 만들어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갈 일들을 준비 중에 있다”

황 지부장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최저임금제라고 말한다. 여성노동자의 70%인 435만명이 비정규직으로 남성 정규직의 41%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으며, 여성세대주 3명 중 1명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때문에 여성노조가 올해 중심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그는 이렇게 들려줬다.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보장해야 하기에 전체 노동자 월 평균임금의 50%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성차별과 양극화의 가장 큰 피해자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여성의 간접고용을 확산하는 공공부문 외주화의 모호한 기준을 수정하고, 용역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법제화해야 한다. 올해는 이 3가지 투쟁을 중심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 땅에서 소외받는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황 지부장을 통해 여성노동자들이 당당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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