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파면됐다. 대통령 파면은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과 특검의 수사 결과만 보더라도 대통령 박근혜는 비선들의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이른바 주범이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익추구의 도구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범죄사실을 은폐하는 데도 사용했다. 심지어 탄핵 심판 피청구인 신분인데도, 국론 분열과 혼란을 조장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은 선고에서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런 박 대통령의 위헌ㆍ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우리나라 헌정사 첫 대통령 파면 이후의 길은,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이제 바로 대선 정국이 펼쳐지고, 대선이 모든 걸 빨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5개월 가까이 민주주의 광장을 뜨겁게 달군 1500만 촛불은 이미 우리가 가야할 길을 고민하고 토론해왔다.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의 시작은 박근혜 정권 부역자 처벌과 적폐 청산임을 분명히 했다.

세월호 참사 원인과 구조 실패 진상 규명, 역사 왜곡 국정교과서 폐기, 쉬운 해고-노동법 개악 폐기,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의료ㆍ철도 민영화 중단, 사드 배치 철회, 굴욕적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폐기, 정권의 언론 장악 청산 등, 박근혜 정권에서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을 청산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정의롭고 평등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사회대개혁 추진을 바랐다.

헌재 재판관들은 탄핵 심판 선고 초입에 ‘헌법은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라고 했다. 주권재민이 헌법정신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선고문 낭독 직전에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뤄지는 오늘의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혼란을 종식하고, 치유와 화합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헌재의 탄핵 결정의 원천은 정의와 ‘진짜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힘이다. 치유와 화합은 ‘진짜 개혁’에서 찾을 수 있고,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갈 때 가능하다.

우리는 탄핵 정국에서 무엇을 바라고 꿈꿨는지 잊지 않아야한다. 아울러 광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일상에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특히 다가올 대선에서 ‘가짜 개혁’과 ‘진짜 개혁’을 가리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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