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건축물 내진설계 안 돼, 지진에 고압배관 파손 우려”

▲ 인천 연수구 송도에 위치한 인천LNG인수기지.<사진출처ㆍ한국가스공사> 정부는 1992년에 송도 LNG생산기지를 건설할 때 10만㎘ 규모의 LNG 저장탱크 3기만을 건설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10만㎘급 탱크 10기, 14만㎘급 탱크 2기, 20만㎘급 탱크 8기가 가동 중이다. 여기다 20만㎘급 탱크 3기를 증설하고 있다.
저장탱크 받침기둥 균열 기준치 이상인데도 방치

한국가스공사가 송도 LNG인수기지 내 저장탱크 등 관련 시설의 균열을 확인하고도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시설은 내진설계가 안 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송도 LNG인수기지는 정부가 2014년 4월 LNG 저장탱크 증설 계획을 발표한 뒤, 주민안전과 주민지원이 미흡하다는 민원이 제기돼 3년 넘게 진통을 겪었던 곳이다.

지난해 9월 연수구가 안전기준 강화와 주민지원을 토대로 허용했지만, 기존 시설의 결함이 드러나 파문이 또 한 번 예상된다.

송도 LNG인수기지엔 현재 1억ℓ급 탱크 10기, 1억 4000만ℓ급 탱크 2기, 2억ℓ급 탱크 8기 등, 저장탱크 총20기(총28억 8000만ℓ)가 설치ㆍ운영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가스공사는 여기다 2억ℓ급 탱크 3기를 증설할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는 2014년 실시한 정밀점검 때 저장탱크 2개의 받침기둥에 균열이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허용기준인 폭 0.3㎜ 안에 있다는 이유로 이를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지난해 11~12월 감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가스공사가 저장탱크 일부 구조물에 생긴 결함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한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저장탱크를 지지하고 있는 받침기둥에 0.3㎜ 이상의 균열과 콘크리트 박리현상이 적게는 4개에서 많게는 36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받침기둥은 2㎜ 이상의 균열이 확인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저장탱크 받침기둥에 발생한 균열과 부식 등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해 원인을 찾고, 보수ㆍ보강할 것’을 한국가스공사에 통보했다.

또한 감사원은 송도 LNG인수기지를 비롯한 국내 LNG인수기지 내 대다수 건축물에 내진설계가 안 돼 있어, 대규모 지진 발생 시 고압배관의 파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정압기실 등 가스공급시설 건축물과 관리소가 내진설계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전체 건축물 4939개 가운데 4530개(91.7%)를 내진설계 없이 건축했다. 특히, 가스 공급 시 압력을 조절해주는 정압기실은 4171개 모두 내진설계를 하지 않았다.

이중 17개를 대상으로 감사원이 내진성능을 예비 평가한 결과, 8개(47%)가 리히터 규모 6.0~6.5 지진 발생 시 붕괴될 수 있는 것(내진 2등급 판정)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건축물 안에 있는 고압배관 등, 가스 공급시설 파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LNG 저장탱크의 내구성과 안전성이 저하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담당자 주의 조치와 유지ㆍ관리업무 철저’를 권고했다. 한국가스공사 인천본부는 받침기둥 균열의 경우 60% 정도 보수했고, 다음 달까지 나머지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 사장, 주민들과 면담에 나서야”

송도 LNG인수기지 내 결함과 숨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저장탱크 20기 중 4기에서 가스누출사고가 발생했는데, 이게 2007년이 돼서야 세상에 드러났다.

당시 가스누출사고는 탱크 천장의 균열이 아니라 LNG 유입 파이프와 저장탱크 사이에서 발생했다. 주민들은 사고도 사고지만 한국가스공사가 이를 은폐했다는 데 더 분노했다.

한국가스공사는 2005년 9월에 가스누출을 발견하고, 2006년 2월 감사원에 보고했다. 그 뒤 같은 해 9월 감사원의 감사 때 이를 지적받고 이듬해인 2007년 2월에서야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그 뒤 정부가 송도 LNG인수기지에 2억ℓ급 저장탱크 3기와 기화시설 등을 증설하겠다고 하자, 연수구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9월 저장탱크의 지진 대비 안전기준을 내진 ‘1등급’에서 ‘특등급’으로 상향하겠다고 했다. 연수구는 3년 넘게 보류했던 건축행위를 허가했다.

그런데 이번에 감사원의 감사에서 기존 저장탱크 받침기둥의 결함이 드러났고, 또 은폐했다는 게 드러났다. 아울러 LNG인수기지 내 대부분의 건축물에 내진설계가 안 돼 있어, 감사원이 고압배관 등 가스공급시설의 파손을 우려하자, 주민들은 다시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연수평화복지연대는 7일 성명을 내고 “감사원 보고서를 접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가스는 엄청난 가연성과 폭발력을 갖는 만큼, 누출이나 배관 파손 사고 발생 시 국민안전과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송도 LNG인수기지는 1992년부터 건설하기 시작해 현재 총20기(29억ℓ)의 탱크가 가동되고 있다. 시설이 노후한 데다, 한반도 또한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게 드러난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걱정했다.

이어서 “한국가스공사는 우선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감사원 지적사항에 대한 구체적 이행계획을 밝혀야한다. 나아가 상시적인 주민안전감시단을 구성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주민들과 면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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