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일방적 약속 파기 구청장은 사과하라”
동구, “도로법상 도로부지 경작 허용 근거 없어”

▲ ▲ 동구 금창동 배다리마을에서 텃밭을 경작하던 주민들이 27일 오전 10시 동구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구청장이 일방적으로 약속 파기했다며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동구 금창동 배다리마을에서 텃밭을 경작해온 주민 20여명이 ‘동구청장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했다’고 주장하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27일 오전 10시 동구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이 주민과 합의하고 도와준 배다리 마을텃밭 경작을 ‘무단’으로 규정짓고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흥수 동구청장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동구가 지난 15일 주민들이 지난 5년간 경작해온 배다리 마을텃밭에 ‘경작 금지’라는 현수막을 내건 데서 비롯했다.

현수막의 내용은 ‘인천시 소유의 토지인 신흥동 삼익아파트에서 동국제강에 이르는 도로개설 사업 대상지에 무단 경작을 일체 금지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위반 시 변상금이 부과되고,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적발될 시 강제 철거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 텃밭이 무단 경작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2012년 6월 조택상 전 동구청장이 금창동 주민과 간담회를 할 때 한 주민이 이곳을 텃밭으로 가꿀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주민 30여명의 동의 서명으로 동구의 허가를 받았다. 단, 예정된 지하도로 공사가 시작되면 반납하기로 합의했다. 그 후 동구는 굴삭기로 텃밭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주는 등, 협조했다.

주민들은 ‘배다리 마을텃밭 가꾸기 주민모임’을 만들어 텃밭을 일정 규모로 나누고 추첨해 분양했다. 이렇게 텃밭을 경작해온 주민들은 “돌과 불순물을 골라내 온갖 정성을 들였다.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며 건강도 챙기고 살림에도 보탬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도시 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청량제 역할도 했다”고 한 뒤 “동구는 이런 긍정적인 면에 관심을 쏟기는커녕 단순히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꽃밭을 조성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주민과의 합의를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주민들을 무단경작자로 내몰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기자회견을 마친 주민들은 동구청장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서명용지를 동구에 전달하고 계속 경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부 주민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봄을 맞아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텃밭으로 향했다.

이에 대해 동구 담당팀장은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전 구청장과 합의한 어떤 내용도 문서에 남아있는 게 없다. 도로법상 도로부지 내 경작을 허용하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한 뒤 “텃밭 농사를 짓지 않는 주민들은 공익성이 없는 개인 목적의 텃밭 농사를 반대하고 있다. 일단 지난겨울에 심은 마늘을 수확하는 6월 초까지는 주민편의 차원에서 묵인하겠지만 추가 경작을 못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텃밭을 경작해온 주민들이 올해 농사 채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구는 마늘이 심어져있는 곳을 제외한 땅에 꽃을 심을 예정이어서,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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