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3.8 세계 여성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로 109주년이 됐지만 ‘생계를 위해 일할 권리(빵)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장미)’를 외쳤던 당시 여성들의 삶과 현재를 살고 있는 여성들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또 생각한다.

그 당시의 여성노동자들은 10시간 노동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뉴욕의 거리에서 13주간 파업을 벌였다. 그들의 일상이 어떠했는가를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장기간 파업을 하며 집안일도 챙기고, 아이도 돌보는 여성노동자들의 삶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 KTX 여성승무원, 기륭전자 노동자, 재능학습지 노동자들의 투쟁기록은 109년 전 그들의 일상이 어떠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3.8 세계 여성의 날이 다가오면 나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영상이나 자료를 찾아본다.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여성의 삶이 달라진 것이 없음에 눈물을 흘린다. 그럼에도 사람답게 살기 위해 계속해 싸우고 있음을 기억하며 3.8 세계 여성의 날은 ‘축제의 날이라기보다는 투쟁의 날’이지, 하고 마음을 곧추세우곤 한다.

3.8 세계 여성의 날은 109년 전 뉴욕 거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던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하는 날이자, 일제강점기 평양 을밀대에 올라가 임금인하 반대를 외치며 고공시위를 벌였던 여성노동자 강주룡을 기억하는 날이고, 1970년대 동일방직과 YH 여성노동자들을 기억하는 날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는 날이기도 하다.

올해 3월 8일엔 조기퇴근 시위 ‘3시 STOP!’을 진행한다. 성별 임금격차 ‘100:64’를 하루노동시간 8시간으로 환산해보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오후 3시부터는 무급으로 일하는 격이기에, 조기 퇴근하고 광장에 모여 고용안정ㆍ저임금 해소ㆍ성차별 철폐ㆍ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요구를 외치기 위해서다. 거리에서 함께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는 각자의 자리에서 ‘3시 알람 맞추기, 3시 되면 회의하다 멍 때리기, 괜히 탕비실 가기’ 등으로 동참할 수도 있다.

2017년 페미니스트 광장도 준비되고 있다.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는 슬로건 아래 페미니스트 행진이 3월 4일 토요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작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사건 이후 여성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광장민주주의 실현의 장에서 여성들은 페미존을 만들어 성차별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성차별을 없애고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한 바람은 단지 여성들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천에서도 기념행사가 계획돼있다. 인천여성회는 여성학자 정희진씨의 ‘광장민주주의 & 일상민주주의’ 강연을 열고, 그동안 인천여성노동자대회를 공동으로 치러온 인천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조인천지부, 민주노총인천본부여성위원회는 인천시의회 여성의원들과 함께 좌담회를 연다. 돌봄노동자와 부평ㆍ주안ㆍ남동공단 여성노동자들에게 ‘빵과 장미’를 전해주는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만이 3.8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각자 할 수 있는 성평등 실천을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남편과 아들에게 ‘장미’를 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3.8 세계 여성의 날의 의미를 기억하고 성평등 사회에서 살기 위한 자기실천 과제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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