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출신으로 진보진영의 지원 속에 당선된 이청연 교육감이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법정 구속된 지 열흘 정도 지났지만, 그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법정 구속 직후,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 탄생에 일조했던 시민사회단체 등은 논평을 내고 인천시민들에게 깊은 사과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이 교육감을 향해서는 인천교육의 혁신을 위해 애썼던 이들과 시민들의 신뢰를 저버린 것에 책임을 지고 교육감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교육감은 사퇴할 뜻을 밝히지 않았다. 건설업체로부터 돈이 나온 것인 줄 전혀 모르고 있었고, 다른 사람한테 돈을 빌려 선거 빚을 갚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며 항소했다.

인천교육은 교육감이 없는 권한대행체제 속에서 한동안 지내게 됐다. 교육감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는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교육부의 간섭과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교육감 권한대행인 부교육감의 인사권을 교육부가 쥐고 있다. 이는 이 교육감이 추진한 교육 혁신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교육감의 구속이 그의 당선에 일조하고 진보적인 교육정책 실현을 위해 애썼던 이들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에 손상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넘어, 향후 인천교육의 혁신이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욱 크다.

등교시간을 늦추고, 두발규제를 완화하고, 학교생활 벌점제를 없애는 등의 학생인권 존중과 경쟁교육 완화, 초등학생에 이은 중학생 무상급식 등의 혁신 정책들은 이 교육감 개인의 것이 아니다. 시민들의 오랜 바람이었고, 시민들의 지지로 추진됐다. 그래서 교육 혁신 정책과 과제들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한다.

교육감 권한대행을 맡은 박융수 부교육감이 시교육청 전체 직원회의에서 ‘그동안 펼쳐온 교육행정을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박 권한대행은 ‘답답해하고 성낼 시민과 불안해할 학생, 학부모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한 뒤 ‘다시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아이들을 위한 인천교육에 집중해야한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고 한다. 일선 학교들에서도 ‘학교 운영에 큰 변화는 없다’며 ‘학교와 교육의 변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전임 교육감에 이어 현 교육감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로 인한 분노와 절망감 속에 ‘인천교육의 혁신’이라는 과제를 함께 묻을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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