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 섬 생태ㆍ문화관광의 현재와 미래 5. 지속가능한 인천 ‘섬 관광’ (마지막 회)

인천은 해양도시로, 전국 17개 광역시ㆍ도 가운데 네 번째로 섬이 많다. 인천의 섬 168개는 각기 고유한 자연경관과 역사, 문화 그리고 무한한 잠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천 앞 바다에 아름다운 섬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많다.

이에 민선6기 인천시는 해양주권시대를 선언한 뒤, 각 섬의 특성을 살린 관광콘텐츠를 개발해 인천 관광산업의 핵심콘텐츠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인천 섬이 처한 현실을 보면 백령도와 대청도, 연평도 등, 서해 5도의 섬들은 남북한 긴장고조에 따른 국지전위협과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생존위협을 받고 있고, 또 덕적도와 영흥도, 영종도와 신시모도 등, 연안의 섬들은 경제성장이라는 이면에 건설자재 공급과 수도권 에너지 공급기지 역할, 대한민국 관문 역할을 하면서 희생양이 됐다.

인천의 섬은 지리ㆍ정치ㆍ경제적으로 환황해권에서 한국의 전초기지이며, 해양자원의 보고다. 인천의 섬들이 이 같은 가치를 지속할 수 있으려면, 섬사람들이 지속가능하면서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한다. 이는 섬사람들의 소득과 정주여건,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서 비롯되기 마련이다.

‘영종도~신도’ 연륙교는 북도면 사람들의 생명줄

[공동기획취재] 섬 생태ㆍ문화관광의 현재와 미래

1. ‘섬 관광 1번지’ 통영의 고민
2. 유럽 문명의 발원지 크레타
3. 유럽이 사랑한 산토리니(상 하)
4. 그리스 정부의 섬 관광 정책
5. 지속가능한 인천 ‘섬 관광’ (마지막 회)
영종도와 강화도 사이 신도와 시도, 모도, 장봉도로 구성한 옹진군 북도면에는 약 600가구가 있는데 주민등록인구는 약 2300명이지만, 실제 거주하는 사람은 약 1200명이다. 중ㆍ고등학생 30여명이 배를 이용해 영종도에 있는 학교를 다닌다.

이 학생들은 날씨가 안 좋아 아침배가 안 뜨면 오전 10~11시에 등교하고, 저녁배가 안 뜰 것 같으면 수업 중인 오후 2~3시에도 하교해야한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긴 통학시간도 학생들을 지치게 한다. 장봉도 학생이 아침 첫배를 타려면 5시 반쯤 일어나 6시 40분까지 선착장에 도착해야한다. 7시 40분 영종도에 도착해 스쿨버스로 학교에 가면 8시 10분이다. 2014년 기준 국내 평균 통학시간은 31분인데, 장봉도는 왕복 4시간, 신도는 3시간이다.

이마저도 1년에 약 60일을 학교에 못 간다. 4월과 9월 전후의 안개, 11월의 풍랑 때문이다. 게다가 북도면에 적용해 통제하는 기상정보는 서해 5도에 설치된 관측 장비가 제공하는 날씨라 주민들은 분통이 터진다.

북도면 최대 화두는 영종도와 신도 간 교량 건설이다. 교량이 놓이면 교량을 따라 상수도관을 설치할 수 있어 식수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도시가스관과 통신선도 교량을 타고 들어올 수 있다. 교량 건설은 특히 병원이 없는 북도면 응급환자에게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주민들의 열망이 담긴 연륙교 설치는 2012년 대선 공약과 인천시 계획에 반영됐다. 하지만 답보상태에 있다.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생하는 소음피해에 대한 보상대책으로 연륙교를 인천공항공사가 건설하는 방안을 인천공항공사와 협의하고 있으나 아직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덕적군도 살릴 ‘무분별한 모래 채취 금지와 제2 연안부두’

▲ 연안부두의 모습.
옹진군 덕적군도 중 덕적도ㆍ소야도ㆍ문갑도ㆍ굴업도ㆍ지도ㆍ울도ㆍ백아도 등은 현재 덕적면에 속하고, 인접한 자월도ㆍ승봉도ㆍ대이작도ㆍ소이작도는 자월면에 속한다.

덕적면의 주민등록 인구는 약 1600명이고, 자월면도 약 1600명이다. 한때 덕적면에 약 3만 5000명이 살았지만, 현재 실거주자는 1200명밖에 안 된다. 초등학교는 네 개에서 한 개로 줄었다.

섬사람들은 모래와 함께 쓸려갔다. 모래가 육지의 건설현장으로 쓸려가면서 섬사람 또한 섬에서 살기 어려워져 육지로 터전을 옮겨야했다. 인천 앞바다 옹진군 일대에서 약 30년간 채취한 모래 양은 약 3억만㎥로 추산된다.

해도에 덕적군도 선갑도 앞 바다의 수심은 7m에 불과한 것으로 나오지만, 이곳 주민들이 2005년 모래 채취에 반대할 때 측정한 수심은 40m를 넘었다. 모래가 사라진 만큼 섬 해안선은 무너져 내렸고, 그 사이 해송은 뿌리를 드러낸 채 쓰러지고 있다.

무분별한 모래 채취로 모래가 바다로 휩쓸려가면서 해안선과 해수욕장이 파괴돼 관광객이 감소했다. 또한 모래는 어패류의 산란지인데, 이게 파괴되면서 어족자원 고갈과 어장 파괴로 이어졌다. 모래가 쓸려나가면서 어업소득과 관광소득이 줄었고, 섬사람들은 섬을 떠났다.

이에 주민들은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 인천시, 옹진군, 골재업체가 인천 앞바다의 모래 부존량과 분포도를 조사한 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역을 설정해 모래 채취를 해야 한다고 십 수년째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답이 없다.

섬 관광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통편이다. 육지에서 섬으로 접근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할 수 있을 때 섬 관광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덕적군도의 경우 인천항 연안부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만큼, 배편을 늘리고 운행시간을 단축하면 당일 여행이 가능하다.

현재 연안부두에서 덕적도까진 약 70분 소요되지만, 영종도 왕산에서 배를 띄울 경우 덕적도까지 20분이면 충분하다. 공항철도를 이용할 경우 연안부두보다 더 쉽고 빠르게 섬에 갈 수 있으며, 인천공항공사와 협의해 환승객을 상대로 한 덕적군도 관광 상품도 개발이 가능하다.

영흥도 ‘침묵의 살인자’는 초미세먼지만이 아니다

농업과 어업이 주를 이루던 영흥면(영흥도ㆍ선재도)에 선재대교(2000.11.)와 영흥대교(2001.11.)가 개통하면서 관광객이 늘기 시작했고, 그 뒤 숙박업과 음식업이 늘었다. 인구 또한 3500여명에서 6000여명으로 늘었다. 현재 옹진군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면이다.

영흥도 사람들에게 최대 화두는 영흥화력발전소 증설 논란이다. 영흥도는 수도권 최대 바지락 주산지다. 하지만 바지락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영흥화력발전소를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으니 짐작만 할뿐이다.

또한 석탄 발전(發電)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ㆍ온실가스ㆍ이산화탄소ㆍ질산화물ㆍ황산화물은 인체와 농산물에 유해하기 마련이다. 특히, 질산화물이나 황산화물은 토양을 산성화하기 때문에 친환경 농산물 재배를 어렵게 한다.

현재 영흥화력발전소(한국남동발전)는 모두 6기를 가동 중이다. 1ㆍ2호기는 2004년, 3ㆍ4호기는 2008년, 5ㆍ6호기는 2014년에 각각 준공했다. 모두 유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이 5ㆍ6호기를 가동하는 조건은 7ㆍ8호기에 청정연료를 사용하는 것인데, 산업통상자원부가 7ㆍ8호기도 유연탄을 사용하겠다고 해, 갈등을 빚었다. 다행히 지난해 산자부가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증설 백지화로 일단락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찾아왔다.

영흥화력발전소가 발전 후 바다에 온배수 배출 시 거품제거제(소포제)로 유해물질인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해양환경관리법 위반 혐의로 한국남동발전 직원 2명을 기소 의견으로 지난달 29일 검찰에 송치했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인체에 노출 시 호흡기 손상과 태아의 생식능력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해양 배출 시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해양 배출이 금지된 ‘Y’류 유해 액체물질로 지정돼있다.

그런데 영흥화력본부는 디메틸폴리실록산을 2004년 6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약 3305톤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흥도의 침묵의 살인자는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초미세먼지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특수한 곳이라 제정했건만 이름만 ‘서해5도 지원 특별법’

▲ 대청도 꽃게잡이 어선에서 꽃게를 손질하는 어부들.
2010년 천안한 침몰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정부는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한 뒤 10년간 총9109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옹진군에 따르면, 6년차인 올해까지 지원한 사업비는 총2990억원에 불과하다.

서해 5도가 남북 간 접경지역이고 중국까지 대치하는 특수한 곳이라 특별법을 제정하고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했지만, 주민들은 ‘이름만 지원 특별법이고 종합발전계획’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해 5도 주민들이 바라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 보상과 대책 마련, 섬 접근성 강화를 위한 여객선 투입, 물과 전기 자립 섬 구축, 수산물 보관과 운송 지원, 조업면적과 조업시간 규제 완화 등, 주민들의 삶과 직결한 사항을 수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답보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백령도를 모항으로 인천을 하루에 한 번 왕복하던 여객선이 적자를 이유로 2014년 11월부터 현재까지 2년 넘게 휴업 중이다. 이는 섬사람들의 ‘1일 인천 생활권’을 무너뜨렸다.

아침배가 없으니 오후배로 나가야하는데, 인천에 도착하면 저녁이다. 다음날 볼일을 마치면 이미 아침배는 떠난 뒤라 그 다음날 배편으로 섬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기본 3일 체류지만, 이마저도 기상 악화로 배가 안 뜨면 4~5일은 기본이다.

이에 시는 백령도에서 아침배가 다시 운항할 수 있게 정부에 여객선사 손실금 지원을 줄기차게 요청했고, 올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정부예산에 3억 5000만원을 반영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문제를 제기해 무산됐다. 주민들이 이름만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이라고 힐난하는 이유다. 결국 시와 옹진군이 1억원과 2억원씩 총3억원을 지원해 내년 상반기에 운항하기로 했다.

섬사람들의 숙원 사업 중 하나가 ‘여객선도 버스처럼 준공영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현재 ‘인천~백령’ 여객선 왕복운임은 약 13만원이다. 웬만한 저가항공사의 ‘김포~제주’ 왕복운임보다 더 비싼 셈이다.

섬사람들에게 배는 대중교통이니 연안여객의 요금 일부를 육상의 대중교통 요금처럼 정부가 지원하자는 게, 연안여객 준공영제다. 19대 국회 때 발의됐고, 지난해 인천을 비롯해 전남ㆍ충남ㆍ경남ㆍ경북의 지방자치단체 10개가 주민서명을 받아 해수부에 입법을 촉구했지만, 19대 국회 임기와 함께 폐기되고 말았다.

그 뒤 20대 국회 개원 후 새누리당 정유섭(부평갑) 국회의원이 올해 6월에 다시 ‘도서지역 대중교통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농해수위 법안소위원회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또, 서해 5도는 군부대와 공존하고 있기에 주민들은 연평도 포격사건 때처럼 블랙아웃(=정전) 위험 속에 생활하고 있다. 디젤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포격으로 전기가 나갈 경우 지하수와 통신장비가 같이 단절된다.

연평도 포격사건 때 인천항에서 제일 먼저 연평도로 보낸 배가 한국전력 행정선이다. 전기 공급이 가장 시급했기 때문이다. 서해 5도에 태양광ㆍ풍력ㆍESS 등으로 구성한 ‘에너지 자립 섬’을 구축하는 것은 주민들의 안정적인 생활과 국가안보에 직결된다. 하지만 이 또한 외면 받고 있다.

지난달 연평도 포격 6주기를 맞이해 ‘서해 5도 인천시민대책위’는 ‘생존과 평화를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10대 과제는 ▲유사시 주민피란 매뉴얼 수립 ▲해양경찰청 부활과 전담 해양경비안전서 신설 ▲군사훈련(사격)에 따른 조업손실 보상 ▲피폭 등에 안전한 안보에너지 자립 섬 구축 ▲조업 면적과 시간 규제 완화 ▲어민소득 안정을 위한 수산업보장보험 시행 ▲연평도 신항 조기 건설 ▲한ㆍ중 해양경계 획정과 한ㆍ중 어업협정 개정 ▲북방한계선(NLL) 남북 해상파시 등, 남북 수산물 경협 추진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과 종합발전계획 재수립 등이다.

이중 행자부와 국민안전처가 내년 2월에 서해 5도 전담 해양경비안전서에 준하는 서해 5도 특별경비단을 신설하기로 한 것만 진척을 내고 있을 뿐, 나머지는 과제로 남아있다.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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