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람] 밴드 ‘스트릿건즈’

지난 10월 15일 저녁, 부평공원 특설무대에서 부평구문화재단이 주관한 ‘2016 부평밴드페스티벌’이 열렸다. 밴드 다섯 팀이 참가했는데 ‘스트릿건즈’가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페스티벌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 12월 10일 저녁, 부평시장로에서 ‘박근혜 퇴진 인천비상시국회의’가 주최한 ‘박근혜 즉각 퇴진 인천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스트릿건즈는 이 촛불집회 무대에서 노래 여섯 곡을 불러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인천시민들에게 힘을 줬다.

지난 14일 서울 합정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스트릿건즈를 만났다. 밴드 멤버 다섯 명 중 타이거(리더이자 기타)ㆍ철수(보컬)ㆍ규규(리드 기타)와 인터뷰했다.

뚜렷한 목적이 있는 곳에서 부르는 노래

▲ 지난 10월 15일 부평공원 특설무대에서 ‘2016 부평밴드페스티벌’이 열렸다. 밴드 ‘스트릿건즈’가 페스티벌의 포문을 열었다.
“개런티가 있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의미 있는 행사에 참여해 좋았습니다. 연락이 와서 당연히 참석하겠다고 했어요”

지난 10일 저녁 인천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공연한 소감을 물었더니, 타이거가 한 대답이다. 그 말에 “모든 국민이 함께하는 촛불집회라 공연이 아니어도 참가했을 텐데, 할 수 있는 게 있어서 더 좋았죠”라고 철수가 덧붙였다.

이들이 색깔(?)있는 행사에서 공연한 건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1월 18일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가 개최한 문화 난장 ‘하야하 롹’ 행사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리더인 타이거는 그 이전인 11월 초, 박 대통령 퇴진과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시국선언’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 시국선언에는 대중음악ㆍ국악ㆍ클래식을 아우른 음악인 2300여명이 참가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700여명이 참가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평론가와 작사ㆍ작곡가, 공연기획ㆍ제작자까지 참여한 최대 규모의 시국선언이다.

“다른 공연 때와 큰 차이는 없어요. 클럽에서 연주하는 것과 비슷한 곡으로 사랑 노래도 있고, 다양한 곡이 있죠. 요즘 집회 분위기는 축제 같아서 우리 음악이 양념처럼 흥을 돋우는 거라 생각합니다”

타이거의 말에 철수가 또 한마디 거들었다.

“특히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은 그냥 오는 게 아니라 이유와 목적이 있잖아요. 다른 데서 공연할 때 우리를 처음 보는 관객들과 무엇을 함께 외쳐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목적이 뚜렷한 공연이어서 다 같이 외칠 게 있으니까 더 크게 소리 지르고 사람들이 공연을 더 잘 즐기는 거 같아 우리도 즐거웠습니다”

로커빌리에서 김치빌리로

▲ 지난 12월 10일 저녁, 부평시장로에서 ‘박근혜 퇴진 인천비상시국회의’가 주최한 ‘박근혜 즉각 퇴진 인천시민대행진’ 무대에 올라 공연 중인 밴드 ‘스트릿건즈’.
스트릿건즈는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하고 있다. 각자의 영역에서 음악을 해온 사람들이 2013년에 뭉쳤다. 이들이 추구하는 장르는 로커빌리(Rockabilly)로, 로큰롤과 힐빌리(hillbilly: 컨트리송의 다른 명칭)가 결합된 명칭이다.

“쉽게 말해, 1950년대 유행했던 로큰롤 음악이죠. 대표적으로 앨비스 프레슬 리가 불렀던 음악 장르입니다. 우리는 로커빌리를 현대적 음악으로 발전시킨, 말하자면 네오 로커빌리를 하는 밴드입니다. 거기에 한국적인 음악색깔까지 담았습니다. 외국인 팬이 우리에게 ‘너희 음악은 김치빌리야’라고 이름을 지어주더라고요”

하지만 ‘김치빌리’도 몇 년 전 얘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왜냐면 거기에 멈춘 게 아니라 계속 변화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로커빌리는 워낙 마니아 장르라, 즐기는 사람이 소수입니다. 현재 우리는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어요. 장르를 넘어 더 다양하고 더 편한 음악을 하려고 음악적 색깔을 넓혀가고 있죠”

대중적이지 않은 희소성이 있어 이 장르가 좋다는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본인들이 이 부분을 개척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로커빌리 장르를 전문적으로 하는 밴드는 우리가 처음입니다. 시도했던 밴드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없고, 부산의 ‘하퍼스’와 우리가 유일합니다. 우리도 유투브 등의 영상으로 배우거나 독학으로 연주합니다. 왜 좋으냐고요? 로큰롤의 원조라서 좋아요. 꾸준히 살아남아서 변화 발전해가는 것도 매력적이고요. 멋있고 신나잖아요”

로커빌리를 연주하는 밴드들은 베이스 기타를 대신해 콘트라베이스를 사용한다. 1950년대 밴드들이 실제 베이스 기타가 나오기 전에 콘트라베이스를 치던 것과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해서다. 콘트라베이스 현을 퉁기거나 때릴 때 내는 소리가 공격적인 에너지를 낸다고 한다.

팀을 결성하고 2014년 3월 1일 첫 공연을 한 스트릿건즈는 2015년 2월에 첫 음반을 냈다. 데뷔앨범이다. 지난해에는 광주광역시에서 주최한 오월창작가요제에 ‘꽃이 져서야 봄인 줄 알았네’라는 곡으로 참가해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방명록에 쓰여 있는 글귀입니다. 오월가요제 참가곡은 주제에 제한은 없지만 광주의 5월 정신이 녹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노래 부르면서 ‘오월’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유익한 대회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KBS>에서 진행한 ‘TOP(탑)밴드3’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예선에 참가한 620여개 팀 가운데 18개 팀이 참가하는 본선에 진출했고, 최종 3위를 했다.

“멤버 중 한 명이 어금니를 빼서 대상을 타면 임플란트를 하자고 했는데 본선 토너먼트에서 떨어지고 지방에 공연하러 내려간 적이 있어요. 숙소에서 탕수육을 시켜 먹는데 이빨 뺀 친구가 앞니로 탕수육을 먹다가 소스를 흘려 풀이 죽어있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고 멤버들이 ‘패자부활전에 나가서, 다시 본선 진출해 우승 상금으로 이빨을 해주자’고 결심합니다. 패자부활전에서 회생하긴 했지만 우승은 못했어요. 웃기고도 슬픈 얘기죠”

스트릿건즈, 전 세계에 음악의 총을 쏴라

▲ 리드기타 규규(왼쪽), 리더이자 기타를 치는 타이거(가운데), 보컬인 철수(오른쪽)와 인터뷰를 했다.
스트릿건즈는 5인조 밴드다. 인터뷰한 3명 외에 로이(콘트라베이스)와 제프(드럼)가 더 있다. 스트릿건즈의 전신 밴드는 ‘락타이거즈’였다. 2001년 결성한 이 밴드는 2013년 해체됐다. 보컬이 탈퇴해 새로운 이름으로 밴드를 결성하고 보컬과 기타를 보강했다. 보컬인 철수는 2013년 스트릿건즈 창단 멤버이고, 철수의 친동생인 기타의 규규는 지난해 오월창작가요제 때 합류했다.

“밴드 이름이요? 특별한 뜻이 있는 건 아니에요. 건즈(guns)라는 단어를 넣고 싶었어요. ‘건즈앤로지즈’라는 밴드도 있잖아요. 의미보다 건즈라는 이름이 들어간 몇 개를 투표해 결정했습니다”

오월창작가요제 심사위원이자 ‘직녀에게’와 ‘바위섬’을 부른 가수 김원중은 대상을 탄 스트릿건즈(Street Guns)에게 “1980년 5월 광주의 군인들은 광주시민들에게 총을 쐈지만, 2015년 5월의 스트릿건즈는 광주시민들에게 음악의 총을 쐈다”는 표현을 했다.

스트릿건즈는 올해 큰 사고(?)를 쳤다. 우리나라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세계대회에서 최종 우승자(Global Winner)가 된 것이다.

지난 6월 ‘하드록 라이징 2016’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는 글로벌 기업인 ‘하드록 카페’ 주최로 열리는 세계대회다. 지금까지는 미국이나 유럽 등, 밴드의 강국에서 우승자가 나왔는데 우리나라 밴드로는 처음으로 우승했다. 전 세계에서 1만여개 팀이 예선에 참가했고 본선에 올라온 250여개 팀에서 1위를 한 것이다.

“(KBS) 탑밴드가 끝나고 긴장감이 떨어지니까 마음이 허하더라고요. 인터넷 검색을 하다 이 대회를 알았죠. 세계 경연대회에다 워낙 강호들이 많아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철수의 말이다. 오월창작가요제 대상곡인 ‘꽃이 져서야 봄인 줄 알았네’를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공연했다. 상금으로 5만 달러와 부상으로 최고급 악기와 뮤직비디오 제작비용을 지원받았다. 인터뷰 전날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이 뮤직비디오는 전 세계 하드록카페 매장에 가면 볼 수 있다.

“내년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파나마에서 쇼케이스를 합니다. 전 세계 매니지먼트에서 오니까 우리 공연을 보고 운이 좋으면 컨텍(contact)이 되겠죠? 4월 마카오에서 열리는 음악페스티벌(2017 ‘HUSH!! Full music’concert in MACAU)에도 섭외가 왔어요. 하드록 라이징에서 딴 ‘글로벌 위너’라는 이력이 우리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만든 거 같아요”

멤버 모두 10년 넘게 음악활동을 한 내공이 있긴 하지만, 스트릿건즈로 뭉친 지 햇수로 3년 치고는 굵고 탄탄한 이력을 쌓고 있는 중이다. 내년 2월 4일에는 세 번째 앨범이 나올 예정이다. 그래도 부족한 이들은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다.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노래방에 가서 부를 수 있는 곡을 우리 스타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의 음악색깔을 전혀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것이죠”

스트릿건즈 멤버 다섯 명 중 두 명은 인천과 인연이 있다. 리더인 타이거는 태어나 30여 년간 인천에서 살다 지금은 경기도 김포에 살고 있다. 타이거의 부모는 현재 백운역 인근에 살고 있어, 지난 10월 부평밴드페스티벌 무대에 섰을 때 어머니가 처음으로 아들 공연을 보러오기도 했단다. 드러머인 제프도 인천에 살고 있다. 인천에서 자신들을 찾는다면 언제든 달려올 준비가 됐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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