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고교의 대안교육 이야기⑥

<편집자 주> 인천 최초의 인가 대안고등학교인 청담고교(교장 김경언)의 대안교육 이야기를 월 1회 연재합니다.

학급 임원들에게 주어진 미션

▲ 김다예(2학년) 학생 부회장

2학기 초에 반장ㆍ부반장인 학급 임원들이 선출되면서 ‘기존에는 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 보자’라는 주제로 학급회의가 열렸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개념이 상당히 모호해 주제를 정하기가 어려웠다. 굉장히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선택된 내용은 학교 공식 프로그램 중 하나를 임원들이 직접 계획하고 실행해보자는 것이었다.

임원들에게 처음으로 미션이 주어졌다. 미션의 주제는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 진행하는 테마의 날을 ‘학생자치의 날’로 운영해보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임원들끼리 주제설정, 계획, 실행, 예산 처리까지 모두 준비해야했다. 지금까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이런 작업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다른 학교에서는 학급 임원들이 학교 프로그램에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우리 학교처럼 학생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해보는 프로그램은 보지 못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학교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게 돼 정말 좋았다.

임원회의 때 담당선생님이 보고서 양식을 보여주시면서 어떻게 작성해야하는지 방법을 알려줬고, 장소 선정과 점심식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학생안전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장소 대관은 어떻게 예약할 것인지,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로 잡을 것인지 등, 세밀한 부분까지 지도해줬다. 그리고 걱정스런 눈빛을 남기고 홀연히 교실을 나갔다. 예전부터 학교행사는 선생님 위주로 계획된 내용을 우리가 따라가야 했고 사실 우리가 하고 싶지 않은 활동도 많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가 힘을 합쳐 뭔가 제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모두 한마음 한 뜻으로 단결하기로 했다.

주제 정하기부터 우여곡절

학년별 반장과 부반장 총6명이 모여 주제 선정을 위해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실현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활용해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들을 내왔다.

사랑의 연탄 나르기,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봉사활동하기, 롯데월드 또는 에버랜드 가기, 트릭아트 체험하기, 고아원 또는 보육원 봉사하기, 아기 동물원 구경과 체험하기, 인천대공원에서 게임하기 등, 많은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회의할 때 서로 배려하지 않아 주제를 최종 선택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자신의 의견이 선택되지 않은 임원은 기분이 나빠진 탓에 집중하지 않거나 이미 정해진 주제를 바꾸려하는 등, 의도치 않은 일들이 생겨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힘도 들었다.

많은 진통 끝에 ‘런닝맨’을 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또한 앞으로 회의 진행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보고서 작성 2회를 포함해 모두 6번의 회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다사다난했던 첫 번째 회의를 마쳤다. 출발점에서 했던 한마음 한 뜻이 마지막 무렵에는 여러 마음 여러 뜻으로 바뀌었다.

못 나오고 안 나오고, 그래도 회의 진행

 

두 번째 회의 때 2학년과 1학년 부반장이 회의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참여하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이들을 제외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참여한 임원들끼리 ‘런닝맨’이라는 주제에 맞는 장소를 찾기 위해 알아보던 중에 문학경기장과 연수체육공원, 송도해돋이공원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학교에서도 가까워 물품 이동이 수월한 송도해돋이공원이 적합하다고 최종 결정했다.

장소를 결정하고 난 후, 오전에는 미니게임을 하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런닝맨을 진행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이후 각론으로 넘어가야하는데 생각보다 고려해야할 것들이 많아 어려웠다. 활동 계획과 시간을 분배하고 학생들의 출석률과 운동신경을 따져가며 팀을 나눴다. 오전에는 숫자판 빙고, 스피드 퀴즈, 양발농구, 물건 맞추기 등 다양한 게임들을 하기로 정했고, 점심은 여러 고민 끝에 도시락을 먹는 걸로 정한 후 회의를 마쳤다.

세 번째와 네 번째 회의는 3학년 기말고사로 임원들의 시간이 서로 맞지 않아 회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촉박하다고 느껴 불안하기도 했다. 다음 회의 때는 열심히 참여하겠다는 임원들을 믿고 결국 회의를 취소했다.

다섯 번째 회의를 시작하려했으나 이번엔 3학년 반장과 부반장이 시험이 일찍 끝났다. 그들은 회의가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집으로 갔다. 또한 1학년 반장은 몸이 아파 나오지 못했다. 별다른 대안이 없어, 1학년 부반장과 2학년 반장ㆍ부반장 3명이서 회의를 했다.

쉽지 않은 의견 조율

이미 정한 내용들이 많았기에, 이번 회의는 마무리하자는 느낌으로 했다. 그러나 지난번 회의 때 참여하지 못했던 임원들에게 그동안 회의했던 내용을 보여주자, 자신의 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팀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정말 어려웠다. 우리는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냉정하게 나눠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지난번 회의 때 참여하지 않아 의견을 조율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팀을 바꾸려면 처음부터 다시 짜야하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므로 사실상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도 의견이 조율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대치가 지속됐다. 공기조차 멈춰버린 느낌이었다.

그러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 해결방안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정한 내용을 확인했고, 더 이상 수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에 이르러 학생자치의 날 계획서를 작성했다. 또한 이날 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는 것을 마지막으로 회의를 마쳤다.

배려와 양보, 성장의 경험

처음 해봤던 일이라 초반에는 다들 서툴고 배려하지 않아 힘든 점이 많았지만, 갈수록 서로를 배려해주고 양보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무언가를 우리의 힘으로 일구어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고, 조금이나마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또한 여럿이 의견을 내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이 힘든 작업을 매주 해내는 선생님들이 대단해 보였다. 앞으로 매해 학생자치의 날이 확대돼 운영될 예정이라, 그 처음을 시작한 우리의 모든 일들이 후배들에게도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했고, 그 처음에 있던 우리가 나름대로 잘 해냈다고 생각했다.

이후에 계속 이러한 방법으로 진행할지는 모르겠지만, 직책만 반장ㆍ부반장이 아닌 학교의 대표로서 학생 스스로 학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여한다는 사실이 좋았다. 또한 한 학기에 한 번이라도 토론해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경험이 좋았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이 ‘학생 자치의 날’이 앞으로도 확대돼 많은 학생들이 더욱 활발히 참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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