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바람에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활활 타올랐고, 마침내 이겼다. 대통령이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을 유린하는 것을 지켜본 국민들은 대통령의 권한을 중지시키는 위대한 역사를 일궈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국민들이 촛불로 보여줬다.

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34명이 찬성했다. 찬성률 78.2%라는 압도적인 찬성이다. 탄핵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힌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30여명보다 훨씬 더 많은 새누리당 의원이 탄핵에 동참했다. 국민의 뜻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있고, 이변이 없는 한 내년 봄에는 대선이 치러진다.

하지만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촛불의 끝이 아니다. 한 고비를 넘었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되더라도 퇴진의사가 없음을 이미 선언했다. 이는 국민과 대결을 계속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와 역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밝히고 부역세력을 청산하는 데서 시작한다.

황교안 권한대행과 그 내각은 국정농단과 헌정유린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수행한 공범이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수백억원을 내고 온갖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역시 공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백남기 농민 살인진압 진상 규명, 역사 왜곡 국정교과서 폐기, 해고 자유 노동법 개악 폐기,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의료ㆍ철도 민영화 중단, 사드 배치 철회, 굴욕적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폐기,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언론 장악 청산 등, 박근혜 정권에서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을 청산해야한다.

특히 정치권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한다. 촛불이 만들어낸 성과를 자신들의 성과물로 전유하려하거나, ‘박근혜 즉각 퇴진’과 ‘박근혜 적폐 청산’이라는 촛불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당리당략을 쫓다보면, 어느 순간 등 돌린 민심을 마주할 것이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열 절호의 기회를 저버린 대역 죄인이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번 광장에서 많은 것을 경험했다. 최고의 경험은 수백만의 촛불이 모여 이뤄낸 민주주의와 국민의 승리다. 박근혜 정권과 수구 기득권세력의 적폐를 청산하고 더욱 위대한 국민 승리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촛불을 계속 들어야한다. 어둠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