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1월 29일 발표한 3차 담화문에서 여전히 자신은 잘 못한 일이 없다고 했다. 잘못이 있다면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거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임기를 다 채우지 않겠다’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언뜻 들으면 ‘물러나겠다’는 얘기처럼 들리나, 뜯어보면 ‘절대 못 물러나겠다’는 얘기다. ‘탄핵을 중단하라. 내 임기를 단축시키고 싶으면 여야 합의로 개헌을 하라. 합의가 안 이뤄지면, 그건 내 책임이 아니라 국회 책임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국회에서 개헌을 합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없으니, 결국 못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3차 담화문 발표에 이어서 바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내년 4월 사퇴, 6월 대선’ 일정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보수언론도 맞장구를 친다. ‘탄핵 소추로 가서 헌재가 인용해도 그 시점쯤 될 가능성이 크고, 새누리당 비박계의 동조 없이 야당만으론 탄핵안 가결이 불가능하고, 탄핵이 국회 또는 헌재에서 불발되면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고 국정 혼란만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3차 담화문이 청와대만의 작품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설사 탄핵이 불발되더라도 그게 민심을 따른 야당 탓인가? 나라를 더 이상 다스릴 수 없는 ‘피의자’ 신분의 대통령을 비호한 집권여당 탓이지. 그리고 그 면죄부는 누가 주는 것인가?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하라’는 게 민심인데 말이다. 만약 탄핵이 불발됐을 때, 더욱 성난 민심이 새누리당을 가만히 두겠는가?

국민의 뜻은 분명하다. 즉각 물러나라는 것이다. 쓸데없는 조건 달지 말고 언제, 어떻게 물러갈 것인지 스스로 분명히 밝히는 게 지금, 대통령이 할 일이다.

11월 12일 100만, 11월 26일 190만명.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의 수다. ‘단군 이래 최대 인파’가 한 가지 요구를 위해 운집했다. 이들의 요구는 박근혜 퇴진이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라는 특권으로 헌법과 법을 농단하고, 그 특권에 가깝다는 이유로 사익을 채우게 나두고, 그 특권에 야합해 권력을 누리는 이들의 암약을 방조했기 때문이다.

헌법을 어긴 자는 당연히 탄핵돼야한다. 법을 위반한 자는 당연히 처벌받아야한다. 여기서 ‘질서 있는 퇴진’이니 ‘명예퇴진’이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요, 꼼수에 불과하다. 헌법과 법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하는 게 근본을 바로 세우는 것이고, 국민이 바라는 새 사회의 출발점이다.

촛불민심은 특권을 태워버리라고 명령하고 있다. 지금, 특권을 태워버리는 것은 ‘박근혜 즉각 퇴진’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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