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섭, “경제장관회의 때 왜…마사회 승마장 인수 시도도 수상해”

마사회, 정유라 위해 인천아시안게임 승마장 인수 시도?

국정농단 사건의 주역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이 인천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새누리당 정유섭(인천부평갑) 의원은 한국마사회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30일 공개한 뒤, “올해 초 마사회가 현명관 회장 지시로 인천아시안게임 승마장을 승마 인재 양성 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600억원에 인수하려했다”며 “이는 정유라를 지원하려던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또, “지난 3월 말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관계 장관회의 때 환경부ㆍ농림축산식품ㆍ문화체육관광부 장관들이 경제 현안도 아닌 인천아시안게임 승마장 활용방안을 이례적으로 직접 논의했다”고 지적한 뒤 “또,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당초 직영 관리 계획이었던 승마장을 아시안게임 직전에 용역을 통해 외주위탁 관리로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현명관 마사회 회장은 대한승마협회(회장, 삼성전자 사장)와 함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하기 위해 독일 전지훈련을 지원하고, 삼성의 지원금이 포함된 2020년 도쿄올림픽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 22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마사회는 지난해 10월 대한승마협회와 함께 2020년 도쿄올림픽 승마 지원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했다. 이 로드맵은 대한승마협회가 마장마술 등, 종목 3개에서 도쿄올림픽 유망주를 선발해 독일 전지훈련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삼성이 4년간 후원금 186억원을 지원하는 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승마계에선 사실상 정유라씨를 단독 지원하기 위한 로드맵이라는 의혹이 불거졌고, 결국 현명관 회장에 대한 검찰조사로 확대됐다.

또한 독일에서 훈련을 받던 정유라씨를 지원하고자 박재홍 전 마사회 감독을 현지로 파견한 것도 마사회와 승마협회 간 협조 아래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섭 의원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인천아시안게임 승마장은 정유라씨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딴 곳이다. 마사회가 600억원을 들여 이 승마장을 인수한 뒤, 독일 전지훈련 지원이 담긴 로드맵과 함께 국내 훈련을 목적으로 인수하려했던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의혹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올해 2월 20일 마사회 전략기획실에서 작성해 현명관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결재를 받은 ‘인천 승마장 부지 매입을 통한 전략적 사업장 운영방안 검토(안)’에 자세히 나와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해당 문건은 인천아시안게임 승마장 4만평과 수도권매립지 1.2만평 등, 약 5만평 부지에 600억원을 들여 인천과 부천에 소재한 마사회 지사를 과천경마공원 승마시설과 함께 해당 부지로(인천으로) 이전하고 말 산업 인력과 교육을 위한 승마시설을 신설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라고 설명했다.

이 계획으로 인천아시안게임 승마장 인수를 위해 당초 계획했던 서울 실내승마장과 원당경마아카데미 신축 사업이 전면 보류됐고, 화옹호스마크 신축 사업 또한 전면 재검토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이 딸 위해 장관들에게 지시한 것 아니냐”

마사회 전략기획실이 현명관 회장에게 보고하고 5일 뒤 마사회는 인천시를 방문해 협의를 진행했다. 이에 인천시는 ‘승마와 말 산업 인력 양성, 공원 형 장외발매소(=경마 티켓 매표소) 기능 외에 경기활성화, 투자유치, 고용창출 계획이 추가로 포함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한 달 뒤인 3월 31일,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경제관계 장관회의 때 경제 현안과 상관없는 인천 승마장과 관련한 문제를 장관들이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유섭 의원은 “당시 윤성규 전 환경부장관이 인천아시안게임 승마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인천시와 농식품부, 문체부 쪽에 검토하는 것을 요청했다. 이에 이동필 전 농식품부 장관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만,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난색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 의원은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장관회의 때 인천아시안게임 승마장 활용방안을 느닷없이 논의한 것도 이상하지만, 이 장관들이 최순실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있고, 마사회가 이 사실을 상세히 알고 있는 것도 수상한 대목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결국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의 도쿄올림픽 출전에 대비해 국내 훈련장소로 인천아시안게임 승마장을 활용하기 위해 마사회와 관계 장관들에게까지 지시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수도권매립지공사, 승마장만 따로 외주위탁 ‘수상해’”

게다가 인천아시안게임 승마장을 관리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당초 직영관리 계획이었던 승마장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직전에 위탁운영으로 바꾸고, 올해 초 위탁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개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환경부 산하 공기업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11년 한국관광공사에 의뢰한 용역 결과를 토대로 인천아시안게임 수영장과 승마장을 직접 관리ㆍ운영하고, 시설물 관리와 청소만 외주위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2014년 2월 나무ㆍ(주)코리아인프라스트럭쳐에 다시 용역을 의뢰해 수영장은 기존계획대로 직영하되, 승마장만 외주위탁하기로 변경했다.

그 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승마장 관리운영 위탁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개입찰을 네 차례 진행했다. 그리고 올해 1월 28일 입찰을 앞두고 진행한 설명회 때 인천승마협회 임원이 참석했던 것으로 드러나, 최근 승마업계에선 최순실 쪽이 인천승마장 운영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정유섭 의원실 관계자는 “인천승마협회는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대한승마협회 A 전무와 인연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게다가 연간운영비가 3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위탁사업에 재정여건이 안 되는 인천승마협회가 참가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입찰은 네 번 유찰돼 당초 36억원이었던 예정가격이 29억원으로 떨어졌다. 다만, 현재는 승마장을 포함한 매립지 부지를 이관받기로 한 인천시가 테마파크 조성을 이유로 승마장 외주위탁 운영에 반대하면서 입찰이 중단된 상태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인천승마장에 남다른 애착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14년 제주 전국체전 때 정유라씨가 금메달을 딴 인천아시안게임승마장으로 경기장 변경을 승인한 기관으로, 현재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 지사가 추가 고발을 검토 중이다.

전국체전 경기 중 승마경기가 인천에서 열렸는데, 당시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2014년 10월 환경부와 수도권매립지공사에 승마경기장을 제주 승마장에서 인천 승마장으로 변경하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김종 전 차관은 지난해까지 수차례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을 통해 인천 승마장 운영권을 승마협회에 넘기라고 요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수도권매립지공사가 직영에서 외주 위탁으로 전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인천일보> 17일자 보도를 보면, 승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9~10월쯤에도 정(연만) 차관이 수도권매립지를 방문해 드림파크 승마장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정 차관은 ‘김종 차관이 나를 볼 때마다 승마장을 왜 놀리느냐. 승마협회에 넘겨야한다고 얘기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2014년 제주 전국체전 당시 승마경기장이 인천으로 갑자기 변경된 배경에 최씨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제주도가 추가 민사소송과 형사고발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제주도는 전국체전 승마경기를 불과 8일 앞둔 2014년 10월 21일, 승마경기장이 갑자기 인천 승마장으로 변경된 것과 관련해 대한체육회와 대한승마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억 8444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정유섭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라 밝힌 것과 달리 대통령을 보좌해야할 장관들과 공공기관장은 최순실씨를 보좌하는 듯,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에 연루돼있다”며 “사법당국은 국정조사 때 제기되는 의혹들을 명명백백하게 수사해 그 죄를 밝혀내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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