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 섬 생태ㆍ문화관광의 현재와 미래 4. 그리스 정부의 섬 관광 정책

<편집자 주> 인천의 섬은 168개로 섬마다 고유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인천 섬은 수도권과 가까운데도, 인천 앞 바다에 그 아름다운 섬들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많다. 이에 인천시는 섬 활성화를 위해 각 섬의 특성을 살린 관광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인천 관광의 핵심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아울러 관광객의 섬 접근성을 개선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섬에 주목하자,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섬 생태ㆍ문화 관광’을 주제로 한 공동기획취재를 기획했고, <인천투데이> 또한 같이 참여해 섬 관광이 활성화돼있는 국내ㆍ외 지역을 취재했다. 이 공동기획취재 보도가 ‘인천 섬 활성화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그리스의 자부심이 서린 곳 아크로폴리스

[공동기획취재] 섬 생태ㆍ문화관광의 현재와 미래

1. ‘섬 관광 1번지’ 통영의 고민
2. 유럽 문명의 발원지 크레타
3. 유럽이 사랑한 산토리니(상·하)
4. 그리스 정부의 섬 관광 정책
5. 지속가능한 인천 ‘섬 관광’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 그리고 뜨거운 태양이 떠오르는 곳 그리스다. 그리스 아테네와 미케네, 펠로폰네소스반도, 고린도운하에는 역사와 신화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고, 산토리니와 크레타 등, 섬들은 여행객들에게 낭만을 선사하고 있다.

크레타문명(미노아문명)에 기원을 두고 있는 그리스문명은 에게해 키클라데스문명과 교류하며 발달해 다시 그리스 본토까지 영향을 미쳐 미케네문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미케네문명이 다시 또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아테네, 스파르타 등)의 문명을 낳고, 이는 훗날 헬레니즘시대와 로마제국시대, 서로마와 동로마 제국 등으로 이어지며 유럽문명의 뿌리가 됐다.

그리스의 수도는 아테네다. 동로마 제국이 1453년 오스만 제국에 함락당한 뒤, 그리스는 1830년 독립할 때까지 오스만 제국 통치를 받았다. 그 뒤 그리스는 1821년부터 1829년까지 독립전쟁을 펼쳤고, 1830년 독립하고 1834년 아테네를 수도도 정했다.

아테네의 모든 길은 아크로폴리스(Acropolis)로 통한다. 아테네는 그리스 신화 아테나 여신에 어원을 두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 파르테논신전이 있는 아크로폴리스는 해발 150m 높이에 위치한 고대 도시다. 아테네의 상징이자 랜드마크다.

▲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아테네에는 아크로폴리스를 가리는 고층 건물이 없다. 아테네로 진입할 때 어느 곳에서도 아크로폴리스가 보이게 도시가 형성돼있다.

1834년에 수도로 결정될 당시 아테네 인구는 약 1만명에 불과했다. 아크로폴리스뿐만 아니라 고대 올림픽경기장, 제우스신전, 고대 그리스 아카데미 등, 발길 닿는 곳마다 역사유적이라, 그리스 정부는 아테네에서 아크로폴리스 주변으로 집짓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허무는 것도 안 되고, 리모델링만 가능하다. 아테네 시내 어느 곳에서나 아크로폴리스가 보여야하기 때문인데, 이는 건축, 미술, 역사, 수학, 의학, 철학, 정치학 등, 오늘날 인류문명의 시원이 되는 아테네에 대한 그리스의 자부심이다.

‘신들의 나라’로 불리는 그리스는 지명과 일상생활에 신화가 배어있다. 그리스 신화와 올림포스 12신에 대해 알고가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설령 신화와 신을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수학과 건축학의 백미를 보여주는 신전과 극장을 보고 있자면 숨이 멎는다. 아크로폴리스에 올라서면 황금기 고대 그리스의 찬란했던 문명에 전율이 일기 마련이다.

세계 10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이 올해 개관 150주년을 맞이했다. 박물관은 고대 그리스부터 비잔틴시대까지, 19세기에 발굴한 조각과 부조, 도기, 벽화 등의 유물을 전시해놓았다. 아크로폴리스 유적과 함께 고대 그리스 문명을 이해하려면 꼭 둘러봐야 할 곳으로 꼽힌다.

조상의 선물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벅찬 그리스

▲ 아테네 파르테논신전.
그리스는 전체 육지 면적 중 70%가 산악지대이고 20%가 섬이다. 화산 폭발로 척박한 땅에는 올리브나무와 포도나무가 대부분이다. 올리브 오일은 항생제 성분이 있으며 거의 모든 음식에 사용된다. 그리스인들은 장수도 오일의 덕이라 여기고 있다.

그리스 사람들은 올리브를 아테나 여신이 그리스에 선사한 선물로 여긴다. 그리스 신화에 포세이돈과 아테나 중 누구를 섬길 것이냐를 두고 겨루게 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리스의 선택은 아테나였다.

포세이돈을 이긴 아테나 여신이 아크로폴리스 아테네아크로폴리스신전 앞에 올리브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현재 심어진 올리브나무는 120여년 전 심은 것이다. 또 파르테논신전 옆에는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던져 지금도 물이 고여 있다는 설화가 흐른다.

신화와 역사, 문화, 지중해와 섬으로 대표하는 빼어난 자연경관, 올리브와 와인까지, 조상이 선물해준 게 너무 많아, 그 선물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벅찬 그리스다.

하지만 그런 그리스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비해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했기 때문에, 2008년 유럽 재정위기가 닥쳤을 때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나라에 비해 더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또한 유로화 통합으로 화폐가치가 실물경제보다 ‘평가절상’되면서 수출기업이 어려워졌고, 물가가 올라 여행객의 주머니 사정도 무거워졌다.

우리가 겪었던 ‘IMF 경제위기(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를 겪고 있는 그리스 정부는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해운산업과 관광산업에서 찾고 있다. 관광산업의 중심은 그리스 역사, 문화유적 관광과 섬 생태관광 등이다.

섬마다 고대문명과 절경 갖춘 천혜의 보고

▲ 산토리니 피라마을.
그리스는 1만 6000km를 넘는 해안선과 6000여개(유인도는 227개 정도)에 이르는 섬을 품고 있어, 다양한 지형과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천혜의 보고다.

그리스의 섬들은 크게 제도 6개와 큰 섬 2개(크레타와 에비아)로 구분된다. 섬마다 고유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또한 기후에 따라 서로 다른 지형과 풍경을 자랑한다. 국내에 허니문 여행지로 유명한 산토리니(Santorini) 외에도 크레타, 미코노스, 딜로스, 낙소스 등, 유명한 섬이 많다.

키클라데스 문명의 발상지 산토리니는 검붉은 절벽위에 하얗고 파란 건축물과 빈산토 와인, 석양으로 여행객을 유혹하고, 유럽문명의 발상지 크레타에는 미노아문명 왕궁 크노소스궁전 외에도 그리스를 세계에 알린 시인이자 소설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세계인의 발길을 잇게 하고 있다.

16세기 리틀베니스 건축물과 미로 같은 골목길을 여전히 갖추고 있는 미코노소는 풍차를 관광 상품으로 특성화했다.

특히, 미코노스 골목길은 미로처럼 복잡하지만 모두 해안가로 연결돼있다. 해적이 왔을 때 골목길 미로로 유인해 처치하곤 했는데, 이 골목길은 이제 수제공방으로 더 유명하다. 또한 미코노스는 유럽의 젊은이들이 최신 유행과 정보를 교환하는 곳이라 ‘미코노스를 안 다녀온 사람과는 얘기도 하지마라’는 속설이 있다.

그리스는 1년 중 300일 햇빛을 볼 수 있다. 또한 수천 년을 자랑하는 역사유적과 박물관,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과 섬들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올리브오일과 와인, 풍성한 음식까지 더해져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손님을 맞이하는 나라’로 여겨 관광객을 맞이하는 인심이 넉넉하고 친절한 것도 그리스의 문화자산이다. 그리스는 이 같은 관광자원 토대로 IMF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닌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 엘레나 콘투라 그리스 관광부장관.
그리스 관광부는 고대 인류와 자연의 변화가 각 지역에 남겨준 역사유적과 자연경관을 원래 모습 그대로 유지한 게 오늘날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밝혔다.

엘레나 콘투라(Elena Kountoura) 그리스 관광부 장관은 “그리스는 일 년 내내 여행객이 찾아오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기후는 물론이거니와 아름다운 해변, 역사와 온전한 자연의 모습을 즐기는 여행객이 많고, 또 쇼핑하러오는 사람들도 많은데, 각 지역이 지닌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게 관광산업의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리스 관광부가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관광정책은 ‘365일 여행이 가능한 그리스’를 준비하는 것이다. 관광부는 여행객마다 요구가 다양한 만큼, 여행객이 방문했을 때 역사, 종교, 풍경, 스포츠 등, 주제별 여행목적에 따라 맞춤형 여행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자료를 준비 중이다.

그리스 관광부의 관광정책 1순위는 자연존중이라고 했다. 특히, 해안가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청결한 나라라고 자랑했다. 호텔을 짓더라도 경관을 해칠 수 있는 고층 건물을 지양하고, 건축양식 또한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방안을 우선한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이 같은 준비를 바탕으로 유럽관광청(E.O.T)을 통해 그리스 관광을 홍보하고 있다. 그리스 관광부가 홍보자료를 제출하면 유럽관광청이 TV, 잡지, 신문 등을 활용해 외국에 광고를 해준다. 홍보자료 작성 시 각 지방정부와 협의해 진행한다.

엘레나 콘투라(Elena Kountoura) 장관은 “그리스에 주가 13개 주다. 13개 주와 같이 협력해 홍보한다. 예를 들어 펠로폰네소스반도의 올림피아는 올림픽 성화를 채화하고 있는 곳으로 세계가 알고 있고, 고대 원형극장 에피다우로스는 고대 비극과 희극이 오늘날까지 상영되고 있어 이를 특화시켜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레나 콘투라 장관은 끝으로 “그리스는 한국에서 자동차, 배, 가전제품 등을 수입하고, 한국은 그리스에서 기름과 꿀 등, 농산물을 수입한다. 그리스는 해양도시다보니 한국에서 많은 배를 수입하고 있다”며 “그리스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한국과 직항로 개설도 검토 중이다. 한국인들이 그리스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끽하고 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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