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 섬 생태ㆍ문화관광의 현재와 미래 3. 유럽이 사랑한 산토리니(하)

<편집자 주> 인천의 섬은 168개로 섬마다 고유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인천 섬은 수도권과 가까운데도, 인천 앞 바다에 그 아름다운 섬들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많다. 이에 인천시는 섬 활성화를 위해 각 섬의 특성을 살린 관광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인천 관광의 핵심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아울러 관광객의 섬 접근성을 개선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섬에 주목하자,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섬 생태ㆍ문화 관광’을 주제로 한 공동기획취재를 기획했고, <인천투데이> 또한 같이 참여해 섬 관광이 활성화돼있는 국내ㆍ외 지역을 취재했다. 이 공동기획취재 보도가 ‘인천 섬 활성화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지중해 태양이 빛날수록 산토리니는 더 하얗다

▲ 산토리니 피라마을과 성채. 사진 가운데가 성채다.

[공동기획취재] 섬 생태ㆍ문화관광의 현재와 미래

1. ‘섬 관광 1번지’ 통영의 고민
2. 유럽 문명의 발원지 크레타
3. 유럽이 사랑한 산토리니(상·)
4. 그리스 정부의 섬 관광 정책
5. 지속가능한 인천 ‘섬 관광’
산토리니는 지금도 가장 활발한 화산지대에 속하는데, 산토리니의 관광자원이 된 절벽의 하얀 건축물들과 신이 산토리니에 선물한 와인은 모두 이 화산재에서 피어난 꽃이다.

에게해 한 가운데 위치한 산토리니는, 바람이 거세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지질이다 보니 나무도 구하기 어려웠다. 산토리니 사람들은 바람을 피해 칼데라 용암절벽을 따라 경사진 절벽을 파서 공간을 마련하고, 시멘트와 성질이 비슷한 화산재와 화산부석을 활용해 그 안에 집을 지었다.

절벽을 파고 공간을 마련했기 때문에 빛과 공기가 건물 안까지 들어갈 수 있게 건물 대문 양쪽으로 창문과 채광창을 냈다. 산토리니 이아마을과 피라마을 등은 그렇게 만들어진 도시다.

석회는 푸른 지중해의 산토리니를 더욱 하얗게 돋보이게 했다. 산토리니 주민들은 회반죽을 건축물 외장재로 사용했다. 회반죽은 여름철 비가 거의 없는 산토리니에 해충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회반죽은 또, 지중해의 강렬한 태양빛을 반사시키는데, 이아마을과 피라마을이 하얗게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아마을과 피라마을 어디서든 낮고 하얀 담장너머의 푸른 지중해와 석양을 조망할 수 있다.

산토리니시가 건축물과 어울리는 회반죽 등의 건축자재 사용법, 계단과 난간 제작방식, 도색, 에어컨 실외기 숨김 등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주민들에게 강제사항은 아니다. 다만, 여행객이 산토리니를 찾는 이유를 알기에 주민들도 시의 권고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산토리니의 명소, 이아마을과 피라마을

▲ 이아마을 파란 지붕 교회.

‘산토리니’라는 지명은 베네치아(Venezia)가 이 섬을 지배하던 1204년에 지어졌다. 배가 정박하던 곳에 산타이리니(Santa Irini)라는 교회가 있었고, 이 교회 이름을 따 섬을 ‘산타이리니’라고 부르던 게 훗날 산토리니가 됐다.

이아마을은 산토리니 서쪽 끝에 있다. 교회 60여개가 있는데, 중앙광장에 있는 플라차니 교회가 이아마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교회는 원래 절벽 끝 이아성채 제일 높은 곳에 세워졌는데, 1956년 7월 9일 대지진으로 성채와 교회가 파괴된 후 자리를 옮겼다.

교회 안에는 선원들의 안녕과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성모의 성화가 모셔져있고, 성모 마리아가 온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교회 앞은 탁 트여있다.

이 중앙광장 앞에서 석양의 명소로 각광받는 이아성채까지 이어지는 보행자거리는 대리석이 깔려있어 ‘마블로드’라는 명칭이 붙었다. 이아마을 바닷가 어디서든 석양을 조망할 수 있지만, 절벽 끝에 위치한 이아성채가 인기가 높다.

이아성채의 석양도 장관이지만, 해안절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하얀 집들이 석양을 받아 파스텔 톤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이 매혹적이다. 석양에 물든 이아마을은 여행객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보듬는다.

여행객이 낙조를 보려고 모여드는 이아마을 성채는 지금 탑의 흔적만 남았지만, 과거에는 베네치아인들의 저택과 교회, 곡식창고가 있었던 5개 요새 중 하나였다.

피라마을은 산토리니 중앙에 해당하는 마을이다. 피라마을 또한 마을의 하얀 담장 넘어 펼쳐진 푸른 지중해와 그 푸른 지중해를 곁에 두고 ‘W(더블유)’자 지형을 따라 이어진 골목길을 걸을 때마다 드러내는 풍경이 그 때마다 다르다. 걷는 동안 불편함이 있다면 풍광이 좋은 곳에는 웨딩촬영과 화보촬영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이아마을 낙조가 붉은 빛을 가득 안고 바다로 떨어진다면, 피라마을 낙조는 절벽 위 하얀 집과 파란 지붕 너머로 떨어지는 운치가 있다. 피라마을은 이아마을보다 보행거리가 길다. 터덜터덜 걷다가 힘들면 담장에 걸터앉아 쉬는 것도 피라마을이 주는 선물이다.

피라마을에서 엿볼 수 있는 체험은 ‘동키(당나귀)택시’다. 피라마을 사람들을 절벽 아래 항구에서 마을까지 이어주던 교통수단이 이제는 여행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다.

당나귀는 주로 산토리니 옛 항구에서 절벽 위 피라마을까지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계단 580여개를 오르내린다. 가파른 계단을 흔들거리며 오르내리기 때문에 승차감이 택시처럼 편하지는 않지만,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디오니소스가 산토리니에 준 선물, 와인

아테나 여신이 그리스에 올리브를 선물했다면, 술의 신 디오니소스는 산토리니에 포도를 선물했다. 그리스는 고대 유적지에서 와인 흔적이 발견되는 유서 깊은 와인 생산국이다. 술(와인)의 신 디오니소스 신화도 그리스가 배경이다.

산토리니 와인 또한 화산 폭발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화산 폭발로 산토리니는 화산암와 석회암이 주를 이룬다. 곡식을 기르기엔 너무 척박해 그리스에서 그 흔한 올리브 농사조차 보기 어렵다. 대신 포도를 기르기엔 적합했다.

그리스 와인 중에서도 산토리니 와인을 최고로 치는데, 현재 산토리니에는 와이너리(=와인 양조장)가 15개 있으며, 연간 생산량은 약 3000~4000톤이다.

산토리니 와인 중 특히 빈산토(Vinsanto) 와인이 유명하다. 빈산토는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스위트 와인으로 유럽에서 고급 와인에 속한다. 빈산토가 이탈리아산 디저트 와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 와인의 원조는 그리스 산토리니 섬이고, 산토리니산을 최고로 친다.

빈산토는 포도를 말려 만든 와인이라 당도와 알코올 도수가 높고, 또 긴 항해에도 쉽게 상하지 않았다. 베네치아는 이 와인을 산토리니에서 만든 와인이라는 뜻에서 비노 산토(Vino Santo)로 불렀고, 훗날 빈산토가 됐다.

베네치아는 이 산토리니 빈산토를 유럽 전역에 수출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1579년부터 산토리니를 지배한 오스만제국도 술을 금하는 이슬람국가였지만, 빈산토가 유럽에 고가에 판매되는 것을 알고 양조를 허락했다.

땅에 붙은 가시 면류관에서 자라는 산토리니 보물

▲ 산토리니 포도나무 ‘쿨루라’.

산토리니 포도나무의 생김새는 다른 포도나무와 다르다. 예수의 가시 면류관처럼 생긴 포도나무가 동그란 바구니 모양을 하고 땅에 바짝 붙어 있다. 산토리니에선 ‘쿨루라(kouloura, 그리스어로 바구니란 뜻)’라 부른다.

이곳 사람들은 나무줄기가 자랄 때 가지치기를 하면서 둥글게 똬리를 틀어준다. 그러면 무성하게 자란 포도 잎들이 똬리 안쪽으로 열린 열매를 뜨거운 햇살과 거센 바람으로부터 지켜주고, 똬리는 바다에서 밀려온 안개를 가둬 내부 습도를 유지해준다.

쿨루라는 뜨겁고 건조하며 바람이 강한 환경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방법이다. 포도나무가 땅에 바짝 붙어 자라다보니 산토리니 사람들에게 포도농사는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중노동이지만, 포도는 보물이나 다름없다.

산토리니 와이너리 중 가발라스(Gavalac) 와이너리는 300년 이상 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다. 현재 4대 요르고스 가발라스 대표에 이어 그의 아들이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가발라스 와이너리는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세계 와인 품평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00년 전통 와이너리는 산토리니 농가를 먹여 살리고 있고, 세계 여행객이 찾는 명소가 되면서 산토리니 관광산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산토리니에 바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 10월 초 페리사 비치 풍경.

산토리니의 또 다른 관광자원은 해변과 화산분화구 트레킹이다. 산토리니 동쪽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레드ㆍ블랙ㆍ화이트 해변이 이어지는데, 온통 검은 빛의 모래가 깔려있어 블랙 해변으로 불리는 페리사 비치는 해변 길이가 1km가 넘는 산토리니의 대표 해변이다.

또, 붉은 퇴적층이 침식되면서 만들어진 레드 해변은 붉은색 지층 단면과 모래사장이 인상적인 곳이다. 특히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바다 아래로 펼쳐진 붉은 자갈들이 이색적이다.

화이트 해변은 산토리니의 상징과도 같은 기암절벽과 하얀 집들 아래 있는 해변으로 수심이 깊고 파도가 센 편이라 물놀이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경관 덕분에 찾는 사람이 많다.

네아카메니 섬 화산투어는 산토리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유황가스가 분출하는 화산 분화구를 1시간 30분 정도 트레킹한 뒤, 인접한 팔레아카메니 섬으로 건너가 바다로 흘러드는 유황온천수에서 수영하는 게 백미다.

작은 섬에 수백만 관광객, 폐기물과 하수는 어떻게?

조그만 섬에 관광객 수백만이 몰리면서 폐기물과 하수를 깨끗하게 처리하고, 물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산토리니시의 과제다.

연간 1만 7000톤 정도 배출되는 쓰레기를 분류해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땅에 소각하지 않고 매립하고 있는데, 산토리니시는 새로운 정책을 연구 중이다. 하수와 오수 등은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한 뒤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물과 전기 공급의 경우, 물은 해수담수화 시설을 건설해 피라마을과 이아마을에 상수도를 보급했으며, 나머지는 지표수를 받아 사용한다. 전기는 모두 내연발전(디젤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산토리니에는 가스가 없어 모두 전기를 사용해 요리한다.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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