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교묘한 수단으로 독점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정을 대통령과 비선실세들이 좌지우지했고, 그 과정에서 사리사욕을 채웠다고 하니, 국민이 어찌 분노하지 않겠는가.

이와 맞물려 인천시민사회가 ‘인천 시정의 사유화가 우려된다’며 해체를 요구하는 대상이 있다. 바로 ‘인화회’라는 조직이다. 이곳엔 회장인 시장을 비롯해 교육감, 검사장, 법원장, 경찰청장, 국정원 지부장, 군수ㆍ구청장 등 주요 기관장은 물론, 직능단체장, 대학 총장, 병원장 등이 모여 있다. 지역 언론사 대표와 관변단체장, 지역 주요 기업체 대표들도 회원이다. 회원 수가 220명으로, 회원들의 면면을 봤을 때 막강한 힘이 묻어난다. 그래서 기업가들은 사정당국을 상대로 한 ‘보험성’ 인맥 구축과 각급 기관과 재계를 상대로 한 ‘사업성’ 인맥 구축을 위해 인화회 가입을 희망한다는 이야기까지 떠돈다.

인화회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6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기관 간 업무조율과 정보공유를 위해 만든 인천지역 기관장 모임에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50년간 이어오며 조직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회원들은 입회비 500만원과 월 회비 5만원을 내게 돼있다. 회비는 주로 단체 기금 조성을 위한 저축, 군ㆍ경 위문, 불우계층 위문, 장학금, 월례회의 비용 등에 사용된다. 올해 ‘1도(島)ㆍ1사(社) 자매결연’ 사업으로 섬마을 일손 보태기, 무료검진 등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다. 언뜻 보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지역 유지들의 모임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이 조직을 불신하는 이유가 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유정복 시장이 인화회 월례회에 나타나 선거법 위반 시비가 일기도 했고, 상당수 기관장과 기업체 대표들이 판공비로 인화회 회비를 내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07년 태풍으로 물난리가 났을 때 인천지검 청사에서 시장이 포함된 인화회원들이 ‘바비큐 만찬’을 한 게 알려져 공분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이런 모습이 사라졌지만, 인화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특히 인화회는 사조직이지만 시 총무과장이 간사를 맡아 인화회 업무를 담당한다. 월례회에서 시정 정보를 취합하고 주요사업을 보고하고, 어떤 사업을 펼칠지 논의까지 했다. ‘최순실 세력’과 본질적으로 뭐가 다르냐는 시민사회의 반문이 나온 이유다.

지금은 민관 거버넌스가 중시되고 김영란법이 시행 중인 시대다. 인화회가 시민들의 눈에는 권력자들의 모임이자, 로비와 청탁의 창구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시는 시민소통네트워크와 가치재창조범시민네트워크, 각종 정책협의회 등을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장이 주도하는 ‘의심의 사조직’이 굳이 존속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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