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예산센터, 시에 추진과정 정보공개 청구

두바이에 ‘무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인천시

인천시가 지난 10월 31일 검단스마트시티 사업 최종협약안을 스마트시티두바이(SCD) 쪽에 보냈고, 스마트시티두바이가 11월 2일 ‘시의 협약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해,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은 무산됐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해 3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일정에 맞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당시 경제수석) 등과 함께 아랍에미리트에서 두바이투자청으로부터 투자의향서(LOI)를 받고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당시 유 시장은 ‘제2의 중동 붐’을 인천에 조성하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오일머니 5조원 투자유치 사업은 1년 8개월 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시가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하는 동안 검단새빛도시 사업은 중단됐고, 이로 인해 인천도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큰 손해를 입었다. 검단새빛도시 사업 지연으로 두 공사 모두 투자비 회수가 늦어졌고, 1년간 허비한 인천도시공사의 금융이자만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스마트시티가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던 검단지역 주민들은 ‘공언(空言)’에 불과했다며 사업 무산에 따른 책임을 시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사업이 무산된 지 2주가 지났는데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주 초에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는데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대신에 시는 두바이 쪽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변주영 시 투자유치전략본부장은 지난 10일 시의회 2차 정례회에서 “두바이 쪽이 협상에서 신의와 성실의 원칙을 위배해 최종적으로 계약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마트시티두바이는 시가 요구한 투자유치 이행보증금(=토지대금의 10%) 납부와 LH와 인천도시공사가 진행한 기반시설공사비 선납을 무리한 요구라며 수용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는 최종협약 전에 이미 양해됐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는 또, 계약 당사자를 스마트시티코리아(=스마트시티두바이가 인천에 설립한 유한회사)가 아니라 본사인 스마트시티두바이로 해, 본사가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이 또한 스마트시티두바이가 거부했다고 시는 밝혔다.

그러나 스마트시티코리아 입장은 다르다. 스마트시티두바이가 계약서에 직접 서명하겠다고 양보했는데 시가 자기네가 요구한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는 “스마트시티두바이가 서명은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협약서에 ‘사업 전반에 대한 스마트시티두바이의 책임과 의무’를 명시하자고 한 것은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시, 사업 무산 2주째인데 무책임으로 일관

▲ 유정복 인천시장과 자버 빈 하페즈 스마트시티사 CEO가 지난 1월 22일 송도 쉐라톤호첼에서 열린 ‘검단 스마티시티 MOA(합의각서) 체결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자료사진>
시는 두바이 쪽이 시의 최종협약안을 수용하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하지만,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 시의 주장이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아니기에 사실상 무책임한 떠넘기기에 불과하다.

5조원 규모의 투자유치와 1조원대 기업 매출, 5만명 규모 일자리 창출을 공언해놓고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협상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시가 두바이 쪽에 요구한 계약 이행보증금은 사업 예정부지 470만㎡의 매각대금 2조 6100억원의 10%다. 시는 이를 계약금 형태로 내년 1월까지 납부할 것을 두바이 쪽에 요구했다.

두 번째로 시는 검단새빛도시 사업의 공동시행사인 인천도시공사와 LH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두 시행사가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것 만큼에 해당하는 공사비를 단계적으로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두바이 쪽이 계약 체결 후 진행할 기반공사를 인천도시공사와 LH가 대신 진행하는 것과 같기에, 이에 해당하는 공사비 약 2조 8000억원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납부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두바이 쪽은 모두 거부했다. 계약 이행보증금의 경우 납부기한이 내년 1월까지라 너무 촉박하고, 토지소유권 획득 이전에 기반시설 공사비를 선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동암 시 정무경제부시장은 지난 3일 오전 기자간담회 때 ‘최종협약안 전에 이미 양쪽이 양해한 내용’이라고 두바이 쪽 주장을 반박했다. 그렇다면 두바이 쪽은 공식 협상기간이 지나 이 문제를 다시 쟁점화한 것이 된다.

공식 협상기간 지나 쟁점 부각…“부실 협상”

세 번째 쟁점은 협약서에 ‘사업 전반에 대한 스마트시티두바이의 책임과 의무’를 명시하고 서명하는 것이다.

검단스마트시티는 토지대금만 약 5조원(=매각대금+기반공사비)이고, 사업비까지 고려하면 총2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이에 비해 스마트시티두바이가 설립한 유한회사 스마트시티코리아(SCK)의 자본금은 54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시는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스마트시티코리아가 그 피해를 담보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협약서에 스마트시티두바이의 ‘책임과 의무를 명시한 서명’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두바이 쪽은 스마트시티코리아를 주장하다가 나중에서야 시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스마트시티두바이가 서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책임과 의무가 없는 서명’에 불과하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협상 쟁점 세 개 중 두 개(=이행보증금과 기반시설공사비)는 양쪽 모두 양해한 것인데 두바이 쪽이 공식 협상기간을 지난 억지를 펼친 것이다. 이는 사실상 협상을 무산시키기 위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그동안 협상에서 시가 관철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마지막 쟁점 또한, 시가 공식 협상기간을 벗어난 시점에 스마트시티두바이에 ‘책임과 의무’를 요구한 것은 그만큼 시의 협상이 부실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유 시장이 직접 해명하고 책임져야”

시는 올해 1월 합의각서(MOA)를 체결하면서 8월까지 협상을 매듭짓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협상이 결렬되는 파국을 맞았다.

유정복 시장은 지난해 검단스마트시티 투자유치를 시작할 때 투자유치 전담 부서인 투자유치단 대신, 비서실을 가동해 베일 속에서 투자유치를 진행했다.

비서실에서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을 때는 ‘내부 협의 중인 두바이투자청의 투자유치 행보가 이뤄지면 투자유치단이 나설 것’이라고 했다. 비서실은 유 시장의 두바이 출장 후 3개월이 지나서 투자유치단으로 업무를 이양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3개월 넘게 왜 비서실이 추진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 뒤 시는 지난해 6월 두바이 쪽과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이 양해각서에 따른 투자협약이 무산되자 올해 1월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은 진행 초기부터 비서실의 투자유치 논란, 검단의 경제자유구역 지정 가능성, 검단새빛도시 사업 지연 리스크, 두바이 자본의 투자이행 강제방안, 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대비 비싼 토지대금 등으로 숱한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시는 투자유치 협상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양해각서와 합의각서 공개 요구를 거부했다. 사업이 무산된 지금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사업 무산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참여예산센터와 인천도시공사노동조합, 인천평화복지연대 등은 16일 공동성명을 내고 “지난해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맞춰 유 시장이 직접 투자유치를 진두지휘했다. 유 시장이 직접 협상 전체 과정을 해명하고, 사업 무산에 대해 책임져야한다”고 한 뒤 “하지만 유 시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시는 두바이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사업 초기부터 의혹투성이였던 협상 과정과 내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협상과정에서 시와 두바이 쪽이 주고받은 공식문서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명희 참여예산센터 사무국장은 “검단은 물론 인천 전역을 떠들썩하게 한 사업이 무산됐다. 그런데 시는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고, 협상 과정과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있다. 협상 내용을 공개해 시민들이 알아야한다”고 한 뒤 “시는 또 검단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인천도시공사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서둘러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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