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 유럽은 청년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⑤오스트리아 시몬 바우어ㆍ독일 슈테켄 빌러 농장

<인천투데이>은 지난 9월 25일~10월 2일에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대구지사가 주관한 ‘유럽은 청년문제 어떻게 해결하나’라는 주제의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해 유럽연합(EU)에 속해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독일 뮌헨 등을 다녀왔다.

오스트리아에서 기본소득제도 도입 운동을 펼치고 있는 기본소득네트워크 관계자와 잘츠부르크주 정부 관계자, 사회주의청년연맹 활동가와 청년기업가 등을 만나 주정부의 청년 관련 정책 사례를 듣고 오스트리아 청년들의 고민도 들었다. 또한 독일 뮌헨시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청년농민을 만나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인천시와 산하 기초자치단체의 청년 관련 정책을 먼저 살펴보고, 유럽의 청년 정책 사례를 보도한 후 인천의 청년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아보고자 한다. 또한, 인천 기초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창업하거나 취업한 청년들, 인천의 대학을 나와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을 만나 인천의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책 등을 듣고 향후 인천 청년 정책에 반영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한다.

다섯 번째는 지난 9월 28일과 30일 방문한 잘츠부르크 인근 람자우 지역의 시몬 바우어 농장과 독일 뮌헨 인근 란츠후트 지역의 슈테켄 빌러 농장에 관한 이야기다.<편집자 주>

오스트리아 람자우 지역의 시몬 바우어 농장

▲ 오스트리아 람자우 지역의 시몬 바우어 농장의 모습.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에 위치한 람자우 지역은 알프스산맥에 둘러싸인 곳으로 겨울철 스키 타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스키장이 수십 개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평상시에는 농장을 운영하고, 겨울에는 스키어들을 위한 펜션 등을 운영한다. 이렇게 관광수입으로 벌어들이는 게 주요 소득이다.

시몬 바우어 농장도 비슷했다. 이 농장은 700년 전부터 ‘시몬 바우어’라는 이름을 사용해왔다. 1년 평균 수입은 순수 낙농업으로 5만 유로, 그 외 농장 체험과 스키어들을 위한 민박 운영 등으로 16만~20만 유로다. 단, 낙농업의 경우 수입의 3분의 1은 유럽연합 보조금이다.

한국과는 농업 조건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오스트리아도 농업 수입이 가파르게 줄고 있는 현상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동기획취재] 유럽은 청년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① 인천시 청년정책
②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ㆍ사회주의청년연맹
③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청년정책
④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건축직업학교와 중소기업
⑤ 오스트리아 시몬 바우어 농장과 독일 슈테켄 빌러 농장
시몬 바우어 농장은 낙농업 수입이 점점 줄어들자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직원 수를 줄이거나 잔디를 깎는 일 등의 일부 업무는 외주를 주고 있다.

이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게오르그 게르하르터(47) 부부와 아들 카예단 게르하르터(22) 씨다. 1293년부터 집안이 대대로 운영해 지금은 아들 카예단이 25대 농장주다. 이들이 직접 경영하는 농장 규모는 60헥타르(60만㎡)다. 이밖에 1500헥타르(1500만㎡)를 마을주민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소유ㆍ공동관리 하고 있다.

농장 60만㎡에 젖소 25마리를 키우는데, 젖소를 키워 얻는 수익만으로는 농장 유지와 생활에 충분하지 않아 등산객이나 겨울에 스키를 타러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숙박업도 하고 있다. 2인~10인실까지 다양한 규모의 아파트(한국의 콘도 같은 개념) 50채를 운영한다.

낙농업 수입이 감소하면서 30년 전부터 체험농장도 운영하고 있으며, 숙박 제공뿐 아니라 간이수영장ㆍ사우나ㆍ세미나실ㆍ간이천문대 등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알프스산맥 꼭대기(해발 1500m)에 산장을 짓고 장소 대여와 음식 판매 등의 일도 하고 있다.

이 농장은 7년 전부터 시스템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젖소를 관리하고 있다. 9~10월에는 우유를 짜지 않고 밖에서 충분히 놀고먹게 한 뒤 11월부터 새끼를 배게 한다. 이 기간엔 젖을 짜지 않아도 돼 여유가 생긴다. 카예단씨는 이때 모델 활동을 하며 부수입을 얻기도 한다.

재밌는 것은 모든 송아지에 번호가 아닌 이름이 있다는 것이다. 각자 방도 있고, 방 이름표에는 생일과 마지막 송아지를 낳은 날, 수소와 교미한 날, 어미소의 윗대 소까지 기록해 족보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농장은 친환경 낙농업을 하고 있는데, 지원금으로 연간 1헥타르 당 240유로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가 50%, 오스트리아 연방정부 25%, 잘츠부르크 주정부 25%를 각각 부담해 지원한다.

▲ 시몬 바우어 농장을 운영중인 게오르그 게르하르터 부부와 아들 카예단 레르하르터씨.
아버지 게오르그씨는 “15년 전에는 이 지역에서 2000여 가구가 낙농업을 했지만 지금은 700가구로 줄었다”며 “낙농업 수입은 우유와 고기 판매다. 오스트리아는 덴마크와 독일 등에 비해 같은 양의 우유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많지만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포기하거나 관광업으로 전환하는 농장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도 관광업을 하고 있지만 낙농업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고, 체험농장 등으로 순수 낙농업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농사를 짓는다고 가난하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힘들기 때문에 오스트리아도 갈수록 청년들이 농사를 안 지으려한다”고 덧붙였다.

게오르그씨는 아울러 “청년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관광업을 함께 하는 것이 그 중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청년 농부들이 친환경ㆍ소량 낙농업을 위주로 하는 경향인데, 이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농법과 친환경 기술을 실현할 수 있게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 농부들의 아이디어를 지원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관광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20세부터 낙농업을 시작한 아들 카예단씨는 “아버지가 롤모델이자 우상이다. 어렸을 때부터 농부가 꿈이었다”며 “회사에서 일하면 피고용인에 불과하고 여유시간이 없지만, 농업은 힘들면서도 주인이라 좋다”고 말했다.

이어서 “단순한 농부가 아니라 친환경 농부가 되고 싶고, 미래의 희망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농업도 대량생산 중심으로 바뀌어가지만 도시사람들은 친환경 먹거리를 원한다. 농부인 게 자랑스럽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모델 일을 할 때도 나를 소개할 때 친환경 농부이자 모델이라고 얘기한다. 화학약품을 쓰지 않는 친환경 농부라는 사실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독일 란츠후트 잘츠도르푸 마을의 슈테켄빌러 농장

▲ 독일 란츠후트 지역의 슈테켄빌러 농장에 직거래를 위해 설치된 우유와 계란 자판기에서 한 지역주민이 계란을 구입하는 모습.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시 인근 란츠후트 지역의 잘츠도르푸 마을에 있는 슈테켄빌러 농장은 80헥타르(80만㎡)에 젖소 80마리 정도를 기르고 있다. 이중 90%가 암소다. 바이에른주의 낙농업인들이 기르는 젖소 수는 평균 70마리가 되지 않기에, 슈테켄빌러 농장은 바이에른주에선 큰 농장에 속한다.

이 농장에서 연간 생산하는 우유 양은 한 마리 당 9449㎏이다. “1만㎏은 넘어야하는데 아직 못 넘기고 있다”고 농장 관계자는 말했다.

이 농장은 1300년대부터 존재했다. 현재 이 농장을 경영하는 토마스 슈텐켄빌러(23)씨는 아버지가 구입한 농장을 물려받은 2대 농장주다. 그는 농업직업학교를 졸업한 영농후계자이며 낙농분야 마이스터 자격증을 갖고 있다.

16세부터 직업훈련을 받았고, 3년을 공부한 뒤 1년간 마이스터 시험 준비를 하고 보수교육을 받아 22세 때부터 농장을 직접 경영했다. 현재 그의 부모와 교육생 1명과 함께 농장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 값싼 우유제품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독일산 우유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유럽연합 차원의 보조금이 1헥타르 당 연간 600유로 정도 나왔는데, 지금은 300유로까지 떨어졌다. 예전에는 1헥타르 당 600유로의 보조금이 나왔고, 젖소 한 마리 당 연간 생산하는 우유의 양이 정해져있어 가격이 떨어질 일이 없었다. 그런데 유럽연합 가입 이후 이 제도가 없어졌고, 대량생산되면서 가격도 떨어졌다.

이 농장에서 생산한 우유는 대부분 대규모 우유가공회사에 가져간다. 하지만 1리터 당 26센트밖에 못 받는다. 그래서 2년 전 우유 가공공장을 구비하는 데 정부보조금 없이 8만 5000유로를 투입했다. 지난해 6월 완공 이후 생산한 우유의 일부를 직접 살균 가공해 직거래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농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나 식당 등에 공급하고 있는데, 이렇게 공급하면 1리터 당 1유로를 받을 수 있다.

▲ 슈테켄빌러 농장을 운영 중인 토마스 슈테켄빌러씨가 우유 가공공장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직접 가공해 파는 우유의 양은 전체 생산량의 15% 정도이고, 나머지는 대규모 우유가공회사에 넘기고 있다. 올해 9월 말까지 직접 가공한 우유의 매출액은 6만 유로를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아직 2년이 더 필요하다.

바이에른주 농민 수는 20년 전 약 3만명에서 현재 1만 9000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농장 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청년 농부들이 거의 사라졌고,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진 않아도 농부로 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농업고등학교를 나와도 자체적으로 농장을 갖기 힘드니 다른 일을 배운다. 람자우 지역 같은 경우는 관광업을 한다, 란츠후트에서도 농사지으면서 부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농사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토마스씨는 “바이에른 사람들은 더 이상 외국산 치즈와 우유를 먹지 않으려하고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로컬 제품을 먹으려고 해, 희망은 있다”며 “그렇기에 지역 안에서 판매하는 게 성공한다면 분명히 희망이 있고, 그런 방향으로 간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서 “독일도 청년 농부들이 거의 사라졌지만, 내가 주인이 돼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하면서 살고 싶은 소망이 커 농부를 선택했다”며 “유럽연합 차원에서 규정을 너무 까다롭게 만들다 보니까 그것을 지키는 것만 해도 바쁘다. 이 부분을 타개하기 위해 젖소를 현재의 두 배인 160마리로 늘리고 농장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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