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청천동 현대페인트 파행운영 ‘격화’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현대페인트(주)의 파행운영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1일 새벽 3시께 용역업체 직원들과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회사 사무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컴퓨터와 서류 등을 빼돌린 일이 벌어졌다. 이 일을 꾸민 건 회사의 송재성 대표집행임원이다.

▲유리로 된 사무실 출입문 한 쪽이 완전히 부서졌다. 한 쪽 문에는 직원 6명의 해고를 알리는 공고문과 사무실을 이전한다는 내용의 글이 붙어있다.<사진제공ㆍ전국화학섬유산업노조 현대페인트지회>
송 대표집행임원은 사무실 집기와 물품을 옮긴 후 ‘부평공장 사무실 이전 안내’라는 공지문을 붙였다. 공지문에는 “11월 1일(금일) 부평공장 사무실을 서울 가산동으로 이전, 임직원분의 컴퓨터와 서류는 서울 사무실로 이동시켰다”라고 한 뒤 “11월 15일까지 공장 전부를 철거해야 되는 상황에서 우선 사무실을 이전, 제품창고의 제품과 설비들은 추후 임대창고를 계약한 후 조속한 시일 내에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 대표집행임원은 또한 “노동조합에서 현 경영진의 출입을 저지하고 불법적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이른 새벽에 이전하게 됐고 빠른 시일 내에 서울사무소를 정상가동할 수 있게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국화학섬유산업노조 현대페인트지회(지회장 나상대ㆍ이하 노조)는 “사전에 얘기가 전혀 없다가 일방적으로 회사 자산을 옮기고 사람을 오라고 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노조는 “사건이 벌어지고 1시간 후에 현장에 도착한 노조 간부들이 인근 파출소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등기상 대표집행임원으로 등재된 송씨가 출동한 경찰들에게 ‘밤이든 낮이든 회사의 이전 문제’라고 말해, 경찰들이 그냥 돌아갔다”고 전했다.

▲ 11월 1일 새벽 3시께 회사 쪽은 사무실 이전을 명분으로 사무실 문을 부수고 집기 일부를  옮겼다.<사진제공ㆍ전국화학섬유산업노조 현대페인트지회>
이뿐만 아니라, 송재성 대표집행임원과 이종수 현대페인트 회장은 지난 10월 31일자로 나상대 지회장을 비롯한 6명에게 근무지 이탈과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해고한다고 통보했다.

회사 쪽은 “나상대 지회장은 외부세력과 결탁해 불법행위를 일삼고 회사의 정상적 업무를 방해했으며, 상장 폐지를 탄원하는 등 회사와 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등, 회사에 위해가 되는 행위를 해 해고 조치하며 민ㆍ형사상 고소ㆍ고발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나상대 지회장은 2일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해고된 사람들은 노조 지회장인 나를 제외하고 이사를 포함에 부장급 관리자들이다. 회사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걱정한 전체 임직원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동해오고 있는데, 해고된 사람들은 비대위에서 열심히 활동한 이들이다. 또한 절차에 있어서도 당연히 줘야할 소명의 기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했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최근 임시주주총회 개최(10월 27일 오전 10시)를 공고했다. 노조와 비대위원들로 구성된 채권자 5인은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10월 26일 ‘채무자들(=현대페인트주식회사, 송재성)은 10월 27일 개최하려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서는 아니 된다’고 판결했다.

이사로 등재된 세 명은 다른 회사 사내이사로 취임한 후 이 회사의 이사로 선임됐다. 한 명은 이사직을 사임했지만, 두 명은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는 “사외이사 자격에 관한 상법 규정을 위반한 두 이사는 자격이 없고, 그들이 진행한 이사회에서 송재성을 회사의 집행임원으로 선임한 결의도 무효”라며 “송재성 집행임원이 공고한 10월 27일 이사회 소집은 절차상 중요한 하자가 있어,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외이사 자격 논란의 대상자들은 “자격에 관한 본안의 확정 판결이 있지 아니한 이상 가처분 결정만으로 자격이 상실됐거나 직무집행이 정지됐다고 볼 수 없고, 이사회에서 집행임원으로 선임된 송재성 집행임원의 지위도 상실됐다고 볼 수 없어, 주주총회 소집절차에 하자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은 “회사의 이사가 다른 회사의 이사일 경우 사외이사 자격이 없어 그들을 선임한 주주총회 결의는 법령에 위배한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한 뒤 “자격이 없는 사외이사가 소집해 송재성을 집행임원으로 결의한 이사회 또한 무효이므로 송재성에게 주주총회 소집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10월 27일 임시주주총회는 강행됐고 1분 만에 끝났다. 총회 결과는 총회에 참석한 사람 외에는 알 수 없다. 총회 결과를 공시하거나 등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인천지법의 판결 내용에 따라 “적법하지 않은 주총에서 가결된 내용은 공시할 수 없다”고 회사 쪽에 통보했다. 인천 등기국도 회사에서 제출한 내용을 지난 10월 31일 각하 결정했다.

노조는 한국거래소와 인천 등기국 결정을 환영하며 이후 회사 쪽이 불법으로 저지르는 모든 것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집행임원의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도 제기해 11월 3일 첫 공판이 열린다.

송재성 대표집행임원은 2일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인터뷰에서 “생산직 직원들이 대부분인 노조에는 충돌이 생길까봐 알리지 않았지만 직원 일부와 경찰에는 이전계획을 미리 알렸다”고 말했다.

해고와 관련해서는 “인사문제는 회사의 고유 권한이다. 5일간 출근하지 않은 직원은 회사규정상 해고할 수 있다. 또한 비대위는 불법단체라 인정할 수 없다. 대표와 경영진, 임원이 회사를 잘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이 무슨 위기 상황이라고 비대위를 만드는가”라고 주장했다.

송 대표집행임원은 10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 두 명을 선임했다. 노조에서 제기한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선 본안 소송까지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무자격 이사 두 명으로 인해 정상적인 주주총회는 개최할 수 없다. 그러나 소액주주 1.5% 이상이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면 법원에서 강제명령을 해 합법적인 주주총회를 열 수 있다. 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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