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 유럽은 청년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④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건축직업학교와 중소기업

<인천투데이>은 지난 9월 25일~10월 2일에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대구지사가 주관한 ‘유럽은 청년문제 어떻게 해결하나’라는 주제의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해 유럽연합(EU)에 속해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독일 뮌헨 등을 다녀왔다.

오스트리아에서 기본소득제도 도입 운동을 펼치고 있는 기본소득네트워크 관계자와 잘츠부르크주 정부 관계자, 사회주의청년연맹 활동가와 청년기업가 등을 만나 주정부의 청년 관련 정책 사례를 듣고 오스트리아 청년들의 고민도 들었다. 또한 독일 뮌헨시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청년농민을 만나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인천시와 산하 기초자치단체의 청년 관련 정책을 먼저 살펴보고, 유럽의 청년 정책 사례를 보도한 후 인천의 청년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아보고자 한다. 또한, 인천 기초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창업하거나 취업한 청년들, 인천의 대학을 나와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을 만나 인천의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책 등을 듣고 향후 인천 청년 정책에 반영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한다.

네 번째는 지난 9월 27일과 28일 방문한 잘츠부르크 건축직업학교와 람자우 지역에서 철공 일을 하는 중소기업에 관한 이야기다.<편집자 주>

잘츠부르크 건축직업학교

[공동기획취재] 유럽은 청년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① 인천시 청년정책
②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ㆍ사회주의청년연맹
③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청년정책
④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건축직업학교와 중소기업
오스트리아에는 주 9곳 가운데 8곳에 건축직업학교가 있다. 건축직업학교는 건설ㆍ건축분야 전문 인력을 키우는 학교로, 운영주체가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 잘츠부르크 건축직업학교는 건설협회에서 운영한다. 하지만 건설협회와는 독립적인 교육기관으로 운영된다.

잘츠부르크 건축직업학교에는 교사 12명이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특강을 하는 강사 150명이 있다. 이 학교의 예산은 연간 200만 유로 정도다. 가르치는 분야는 다양한데, 타일ㆍ벽돌쌓기ㆍ땅다지기ㆍ건설장비운용 분야 등에서 마이스터(기술분야 장인)를 키운다.

잘츠부르크 주의 법으로 정해져 있는 이 학교의 학생 수는 265명이다. 여기에 건설기업과 학교가 계약을 체결해 배우는 학생 263명이 더해진다. 또한 견습생 294명이 있는데, 그 중 56명은 재교육생이고, 238명은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교육생이다.

이 학교의 교육방식은 2개 분야로 나뉜다. 먼저 고등학교 졸업시험 겸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대안학교나 직업학교에 가서 배우는 방식이 있다. 직업학교에 들어와서 마이스터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과정을 거치는 학생의 비율이 55% 정도 된다.

▲ 잘츠부르크 건축직업학교의 펠트바허 교장과 벽돌과정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직업학교에서 배우는 기간은 3년이다. 다른 분야에서 전문대학을 다닐 경우 42주는 회사에서, 10주는 학교에서 각각 배운다. 다만 건축분야는 회사에서 40주, 학교에서 10주를 배우고, 나머지 2주는 건축전문학교에서 배워야한다.

교육과정은 모두 6단계로, 첫 과정인 직업교육생은 15세에 시작한다. 여기서 3년을 배워 합격하면 18세에 전문 인력이 된다. 전문 인력 다음에는 선임 기술자가 된다. 그 다음에는 정식 기술자, 이어서 마이스터가 된다. 선임 기술자는 이른바 ‘십장(=일꾼을 직접 감독하는 우두머리)’이 되고, 마지막에는 현장소장을 할 수 있다.

전문대학을 졸업하면 세 번째 과정인 선임 기술자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이론을 잘 알지만 기술은 없다는 것이 건축직업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직업 교육생부터 시작해서 선임 기술자가 되면,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오는 사람보다 급여를 많이 받을 수 있다.

이 학교에선 기술교육 이외에도 모든 건설 분야에서 하는 안전교육, 콘크리트 가설기술, 경영ㆍ건설법ㆍ효율적 에너지 이용 등, 현장과 관련한 이론 교육도 한다.

이 학교에선 기타 직업교육을 끝낸 사람,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온 사람, 마이스터 시험을 보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도 가르치고 있다. AMS-Kurse(=사회적으로 일자리가 없는 구직자를 위한 서비스) 프로그램도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를 중퇴한 청년에게 다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이 학교는 개교한 지 27년 정도 됐는데, 매해 3000명 정도가 졸업한다. 졸업생들은 대부분 건축사가 되지만, 예술가가 되는 사람도 있다. 전체 졸업생 중 마이스터가 되는 비율은 15%다.

기본적으로 의무교육기간에 해당하는 학생은 전액 무료다. 의무교육기간을 지난 학생은 상황에 따라 자비를 부담해야하는 것이 원칙인데, 국가의 다양한 지원제도가 있어서 재교육비용을 50~100% 지원받을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급여는 아니지만 매달 일정한 수당을 지급한다.

▲ 잘츠부르크 건축직업학교의 목공과정 수업을 들으며 실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
요한 펠트바허 잘츠부르크 건축직업학교 교장은 “예전에는 오스트리아의 중학교 졸업생 50% 정도가 직업학교에 갔지만, 현재는 일반고등학교에 가는 비율이 높아져 45% 정도까지 떨어졌다”며 “미용ㆍ제빵 등, 직업별 협회가 다양한 직업학교를 운영하고 각기 다른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교육을 받다 적성에 맞지 않으면 그만 두고 다른 직업학교를 갈 수도 있다”며 “학생들이 한 가지 직업만이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배우고 그 중에서 원하는 직업을 찾을 수 있는 구조다”라고 덧붙였다.

이 학교 벽돌과정 수업현장에서 15세부터 22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 입학한
도미닉(15) 학생은 “활동적인 성격이라 야외에서 활동하는 벽돌공이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 직업학교에 왔다”며 “건설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안드레아스(15) 학생은 “교실보다 밖이 좋고, 집을 스스로 지을 수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 대신 직업학교에 왔다”며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집 짓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기에 일이 없어서 스트레스 받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티아스(22) 학생은 “전에 목수교육을 받았는데, 다시 벽돌교육도 받고 싶어 재입학했다”며 “대학에 진학하면 교육받고 학위밖에 딸 수 있는 게 없어 차라리 기술을 배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산림관리 일을 하기 위해 노르웨이도 다녀와 봤지만, 오스트리아가 제일 살기 좋다”며 “특히 교육 지원이 많아서 좋다”고 덧붙였다.

람자우의 중소기업 ‘스토커(Stocker)’

▲ 사진 왼쪽부터 람자우의 중소기업 ‘스토커(Stocker)’에서 일하는 직원과 실습생, 견습생, 학생들.(맨 왼쪽이 기업 설립자의 4세 경영인)
청년 6명이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 ‘스토커(Stocker)’는 섀시(차체)와 눈 치우는 기계 등을 주로 만드는 철공소다. 1930년대에 이 기업을 만든 사람의 4세가 경영하고 있다. 일을 하고 있는 6명 중 2명은 직업학교를 다니고 있는 실습생이다.

실습생의 월급은, 첫해는 500유로였다가 다음해에 800유로를 넘게 받는다. 이 기업의 보통 1300~1400유로 정도까지 받는다. 이 기업의 실습생들은 지역신문 공고나 소문을 듣고 아름아름 오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실업계고교에 재학중으로 이 기업에 3주간 실습을 나온 막스밀리언 콜로 학생은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공부를 하고 싶다”며 “기술 쪽 전문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스토커’ 현장에서 용접 작업 중인 직원.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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