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인천 항공산업 활성화 방안 8. 인천공항 안정운영과 고용안정(마지막)

공항서비스 11년 연속 세계 1위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금 꽃’

인천국제공항은 올해 초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위를 수상하며, 11년 연속 1위라는 금자탑을 달성했다. 서비스평가 1위 이외에도 국제항공 여객 8위, 국제항공 화물 2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공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7월 개항 15년 만에 ‘누적 이용객 5억명 돌파’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014년 8월에 누적 이용객 4억명을 넘어섰는데, 그로부터 2년이 안 돼 5억명을 돌파했다. 연간 이용객 5000만명에 달하는 대형 공항으로 성장했다.

인천공항은 2016년 5월 기준 국내외 항공사 약 90개가 54개국 193개 도시에 취항하는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이다. 인천공항에 드나드는 비행기가 하루에 약 1000편이다.

세계 공항서비스평가 11년 연속 1위와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으로 각광받고 있는 인천공항의 성장 이면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동이 배어있다. 그중에서도 공항 운영을 직접 책임지고 있는, 약 6800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금 꽃’이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동자는 약 1200명이고, 공사가 공항운영 업무 하청으로 간접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약 6800명에 달해, 비정규직 비중이 85%에 달한다. 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 규모면에서 압도적 1위다.

공사는 공항 경비ㆍ보안ㆍ검색ㆍ소방ㆍ시설유지ㆍ수하물처리ㆍ탑승교ㆍ청소ㆍ교통ㆍ기계설비ㆍ토목ㆍ전기ㆍ정보시스템 등 공항 운영에 필요한 전 분야를 46개 사업으로 쪼개 하청업체와 5년마다(3년 계약에 2년 연장) 계약을 맺고 있다. 각 하청업체는 비정규직을 고용해 공항을 운영한다.

‘수하물 처리 대란’은 고용불안이 예고한 ‘인재’

▲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비정규직 철폐’투쟁 집회 모습.
세계 공항서비스평가 11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는 인천공항에서 올해 1월 초 이 명성을 한 방에 날려버린 ‘수화물 서비스 대란’이 발생했다.

개항 이후 최대 규모인 여객 17만명이 몰린 지난 1월 3일 수하물처리시스템(BHS)에 오류가 생겨 항공기 159편이 늦게 출발했고, 출국 여객 8만 7360여명의 수하물 중 5200여개를 싣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공사는 다음날 저녁이 돼서야 사고를 수습했다.

공사는 인천공항 수하물처리시스템(BHS)이 세계 최고라며 자랑했지만, 이 사고로 체면을 구겼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모터 제어장치에서 발생한 오류가 원인이라고 했고, 최초 사고가 발생 시 원격 조치 부실과 현장 대응 미흡을 지적했다.

그 뒤 지난달 26일 오전에 20여분간 수하물처리시스템(BHS)에서 또 사고가 발생했다. 연초 수하물 대란이 발생한 지 8개월 만의 일이다. 수화물 1000여개가 여객이 탑승한 항공기로 자동 전달되지 못하는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올해 초 대란 때도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또 발생하면서 인력 운영에 문제점이 드러났다. 수화물처리시스템은 공항운영의 핵심 시설이지만 노동여건이 열악한 데다 하청에 재하청을 주고 있어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이하 인천공항지부)는 “약 550명이 일하고 있는데, 1차 하청업체인 포스코ICT 소속은 70여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480여명은 2차 하청업체 소속이다. 포스코ICT는 업체 7곳에 2차 하청을 주고 480여명을 갈라서 고용한 뒤, 이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철 인천공항지부 정책국장은 “이번 국정감사 때 2차 하청 노동자들의 계약기간이 짧은 것으로 확인됐다. 길면 8개월이고 짧으면 4개월이다. 심지어 하루짜리 근로계약서도 있다. 또, 근로계약서 이면에 임금을 타인하게 누설할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돼있다. 이처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데 노동 숙련도가 쌓일 수 없고, 자기 일에 애정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철 국장은 또, “심지어 2차 하청 노동자가 1차 하청업체가 벌이는 자원봉사활동에 참여 안 하면 인사고과에 반영됐다. EDS(폭발의심물 감지장치)를 직접 옮기기도 하며, 사고 시 강제 공상 처리됐다. 그야말로 이들은 동토에서 살았던 사람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수하물 대란은 고용 불안이 야기한 인재다”라고 한 뒤 “수하물 노동자들이 최근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알았다. 비정규직 6800명 중 조합원은 약 2500여명이다. 노조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최소한 2차 하청을 없애고 1차 하청에 국한해야하고, 근본적으로는 공사가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는 게 인천공항지부의 요구다. 신철 국장은 “공사가 1차 하청업체도 통하지 않고 2차 하청 노동자들에게 직무와 관련한 문자를 직접 보내고 있다. 공사 또한 이 업무가 직접 관리해야할 중요한 업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공항운영 가장 잘 알아”

▲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비정규직 철폐’투쟁 집회 모습.
인천공항의 외형적 성장 규모와 투자된 인프라를 보면 고도로 발달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처럼 속사정은 매우 낙후돼있다. 공항 산업은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산업인 만큼,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방치한 채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공사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공사 또한 하청을 준 분야 중 공항안전과 직결된 감시와 제어, 소방, 폭발물처리 등의 분야는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를 기획재정부가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공사는 공항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46개 분야로 쪼개 46개 업체에 하청을 줬고, 1차 하청업체는 또 ‘수하물 처리’ 분야처럼 여러 개 업체로 다시 쪼개 2차 하청을 줬다.

신철 정책국장은 “현재 인천공항은 공항운영에 대해 잘 모르는 정규직이, 훨씬 더 모르는 하청업체를 통해, 인천공항을 제일 잘 아는 노동자들을 관리만 하고 있다”고 한 뒤 “또, 하청업체가 3~5년 단위로 바뀌다 보니, 기술숙련도가 쌓이지 않는다. 숙련도가 높은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인데, 이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공사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관리하는 데 비용을 이중으로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가 하청업체와 계약한 도급금액에 이윤과 관리비 등이 이미 포함돼있는데, 공사는 공사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관리하는 데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서다.

신철 국장은 “하청업체가 하는 일이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를 관리하는 일이다. 그리고 공사 정규직 노동자의 약 절반이 비정규직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관리구조를 설명했다.

인천공항지부는 이 같은 구조로 인해 2015년에만 약 774억원이 낭비된 것으로 추산했다. 공사가 직접 고용하면 오히려 공사도 이득이라는 게 인천공항지부의 오래된 의견이다.

신철 국장은 “보안경비 분야의 경우 10년을 일한 7급이나 이제 막 입사한 7급이나 임금 차이는 고작 11만원이다. 이게 현실이다. 노동자에게 일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기 어렵다. 5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되니 5년 뒤 다시 제로에서 시작한다”며 “계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지고 운영될 경우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제2터미널 개장 비정규직 9000명 ‘고용불안 용광로’

▲ 인천공항지부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제2여객터미널 개장에 따른 인력운영 대처다. 3단계 공사를 마치고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인천공항의 여객처리 규모는 62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인력의 약 30~40% 해당하는 2500여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만 9000명을 넘어서게 된다. 수도권에 최대 규모의 ‘고용불안 용광로’가 탄생하는 것이다. 공사가 하청을 주면서 수익구조를 유지하는 한편 하청업체를 통해 노무관리를 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차별에 따른 잠재된 폭발력은 역설적으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신철 국장은 “노조가 있을 경우 단체행동을 하더라도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또 타협할 여지가 있는 합법적 공간이 있다. 그러나 그게 없을 때는 더 급격하고 격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공사도 그런 경험을 했다. 이런 상황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은, 공항운영에 우발적인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제2여객터미널은 내년 11월을 전후로 개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제2여객터미널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채용할 지금이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을 통합해 인력 운영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적기인 셈이다.
제2여객터미널 개장을 대비해 제1여객터미널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제2여객터미널로 가야한다. 공항을 직접 운영하는 사람이 가서 개장을 준비하고, 새로 입사한 사람도 교육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1여객터미널에서 제2여객터미널로 사람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입찰로 하청 도급계약을 하는 구조에서 제1여객터미널 하청업체가 제2여객터미널 입찰을 따내기 어렵다. 그렇다면 제1여객터미널 하청 노동자가 제2여객터미널로 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제1여객터미널 하청업체와 수의계약 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이다.

인천공항지부는 이 문제가 최대 현안이라고 했다. 신철 국장은 “인천공항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공사가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게 근본 대책이다. 일괄적으로 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한 뒤 “간접고용에 따른 이중 지출로 오히려 비용이 더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하청업체에 챙겨주는 관리비와 이윤도 매해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지부는 “이 같은 고용불안 구조가 유지되는 한 인천공항의 안정적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노사민정으로 구성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공개적으로 논의하자”고 정치권과 국토교통부, 공사에 요구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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