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GM대우차 책임론 제기


▲ 부당해고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정호(가명)씨.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부당해고와 실태가 보도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한 하청업체의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재 GM대우차 부평공장 안에서는 다른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당해고와 일방적 구조조정 등에 항의해 작업거부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사회적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억울함 호소 위해 1인시위 벌이는 비정규직 노동자

대우차 사내 하청업체인 ㅈ업체에서 근무하던 이정호(가명·26)씨는 지난달 25일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해고통지서에 적힌 해고예정일은 바로 다음날인 26일.

이씨에 따르면 ㅈ업체는 지난해 6월 6일 대우차로부터 하청을 받아 차체를 만드는 공정에 100여명의 직원을 투입했으며, 이씨는 하청을 받은 날 입사했다. 하지만 이씨가 투입됐던 공정의 차체 물량이 줄어서 2~3개월 후에 다시 고용해줄 테니 사직서를 쓰라는 권고사직에 대한 면담이 한차례 진행 된 후 공장과 직장은 지난 달 23일 야간근무 시 갑자기 작업이 끝날 때까지 답변하지 않으면 해고로 올리겠다고 사직을 강요했다.

이에 이씨는 대책 없이 다시 고용해준다는 말을 어떻게 믿냐며, 사직서를 쓰지 않았고 업체는 결국 이씨에게 25일 해고통지서를 전달한 것이다. 회사는 해고예고에 대한 규정을 지키기 위해 해고 후 30일치의 임금을 지불했으며, 현재 이씨를 제외하고 이 업체 20명 정도의 노동자는 회사에 의해 권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씨는 업체의 행위가 부당해고이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마음에 지난 2일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상태며, 1일부터 대우차 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회사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2일에는 업체 관리자가 1인 시위를 벌이는 이씨의 피켓을 강제로 뺏어버려 1인 시위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이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매일 출근시간에 1인 시위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ㅈ업체 이아무개 사장은 “맡았던 공정의 차체 물량이 줄어 어쩔 수 없이 이정호씨뿐만 아니라 20명 정도가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며, 두 달 후 완전 복직을 약속하고 진행한 사항이라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이씨에게도 이런 사항을 이야기하고 약속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아 해고한 것이고, 1인 시위를 벌여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등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며 “1인 시위를 하지 않고 대화에 나선다면 3월 30일까지 복직시킨다는 확인서도 써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ㅈ업체의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 “2개월 후 우리 회사로 완전 복직을 약속한 것은 아니고 회사로의 복직이 어려울 시 부평공장 내 다른 하청업체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소개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다른 업체에 양해를 구한 상태”라고 조금은 다른 말을 했다.
이에 이씨는 “권고사직서를 강요할 때도 직장과 공장이 이후 복직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해서 믿기가 어려웠고 부평공장 내에서 비정규직들이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더 사직서를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도 부당해고로 중앙노동위에 제소 중

ㅈ업체는 지난해 7월에도 김아무개(31)씨에게 권고사직을 강요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ㅈ업체 사장은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대우차 원청에서 너를 그만두게 하지 않으면 하청에 대한 계약을 파기시킨다고 했기 때문에 나머지 직원들을 살리려면 그만두라’고, 권고사직을 강요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거짓임을 안 김씨는 억울함을 느껴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승소하지 못해 중앙노동위원회에 다시 제출한 상태이다.

김씨는 구제신청을 통해 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가 입사하기 전 다니던 대우차 2차 하청업체인 ㄷ업체 사장으로부터 ‘김씨는 노조활동을 해왔던 사람이라 빨리 잘라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ㅈ업체 사장이 권고 사직서를 쓰게 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김씨는 중노위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함께 ㄷ업체를 상대로 명예훼손 고소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씨는 노조에 가입한 적도 없는데 무슨 노조활동이냐며 억울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들어온 지 한 달 밖에 안 된 직원이 너무 건달같이 불량하게 행동하고 다녀 사직서를 쓰게 한 것이며, 노조 활동을 한 것은 그 이후에 알게 돼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GM대우차, 비정규직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 필요

GM대우차 부평공장의 하청업체에서 산재처리를 신청했다가 해고되고 폭행당한 뒤에 해고되는 등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구조조정과 부당해고에 맞서 사내에서 농성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GM대우차는 이를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부평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GM대우차는 마치 이 일이 자신과는 무관하고, 아무 책임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자 하는 어리석은 자의 태도”라며, GM대우차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또한 “정리해고자 복직을 통해 내세웠던 노사화합의 이미지만을 믿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외면하고 탄압할 것이 아니라, 일체의 행동을 중단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비정규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GM대우차 부평공장 협력업체지원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련의 사건들은 아직 법적인 판단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답변할 사항이 아니고, 원래 법적으로도 하청업체의 인사문제에 대해 원청이 개입하면 안 되기 때문에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 대다수 하청업체들이 본인들의 입장은 빠져 있어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해당 사항들에 대해 법적인 판단이 나오고 이런 사항이 누적되면 재계약시에 불이익을 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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